지금 그리고 끝나야 끝일 가을이라는 계절을 타고 있다. 그 여름 짙었던 빛은 온 산과 들을 활활 타오르게 했고 봄부터 모인 아지랑이 열기로 숲조차 잔 숨을 몰아쉬는 듯했다. 그럼에도 숲속은 늘 내어놓던 대로 내놓았다. 이 가을 투구꽃. 놋젓가락나물, 물매화 등등. 우리들의 눈 속을 화려한 장식으로 수놓듯이 그 색조차도 너무나 다양하지 않았던가 말이지. 태초에 우리가 원했던 것이었을까. 우리의 본능 또한 어찌 그리 다양했을까 말이다. 그렇게 늘 설을 풀었던 숲속의 식물들은 먼 미래에 살아남을 우수한 후손이 필요할 뿐 더도 덜도 아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