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3년까지 살 수 있다면 그 후로는 불멸 영생도 가능하다고 한다. 과학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 덕분이다. 100세 시대, 120세 시대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방송언론, 유튜브에서는 기후 위기를 이야기한다. 기후 위기 정도가 아니라 지구의 생존, 인류의 생존을 거론할 정도다. 올여름엔 81일 동안 비만 온다 하고 엘니뇨가 폭염도 부른다고 한다. 며칠 전에 온도가 30도가 넘자 당장 오늘을 걱정하는 인간에게 인류세人類世를 거론하는 이러한 시기의 불멸 영생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불멸 영생과 인
지난 12월 나사가 발사한 우주망원경이 이름 논란에 휩싸였다. 과학자들은 성소수자 탄압의 논란이 일고 있는 나사 2대 국장 제임스 웹의 이름을 우주망원경의 이름으로 정한 것에 반발하며 이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나사(NASA)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대체할 새로운 우주망원경*에 유인 달 탐사 계획에 크게 기여했던 나사 2대 국장 제임스 웹의 이름을 붙이면서 성소수자 탄압 논란에 휩싸였다.이러한 논란은 1963년 나사의 예산 분석 담당자 노튼(Clifford J. Norton)에 대한 해고와 관련되어 있다. 노튼은 ‘라벤더 공포(Lave
1_ 역사는 후퇴하는가에 대한 질문 2016년 문화예술계 성추문 사건으로부터 사회적으로 급물살을 타고 퍼진 한국 사회 내 미투 운동은 2018년 검찰청 내부 성추문 폭로와 유력 지자체장에 대한 고발까지 한국 사회를 뒤흔들어놓았다. 변화의 강물은 멈추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미투 운동의 물결이 공세 종말점에 도달하는 순간, 곧바로 반격의 백래시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봄은 너무나 미약하게 느껴지고 되돌아온 삭풍이 모든 것을 무로 돌려놓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퍼졌다.미투 운동에 동참하거나 지지를 보냈던 적지 않은 이들이
1. ‘Queen of Pop’마돈나. 본래 성모 마리아를 지칭하던 이 표현은 1980년대 이후 대중문화에서는 특정한 개인의 상징으로 변했다. 바로 팝 가수 마돈나다. 1958년생, 한국 나이로 올해 64세인 마돈나의 음반은 현재까지 3억 장 이상이 판매되었고, 198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까지 환갑이 다 되도록 팝 음악계의 최정상에 있다. 그녀가 보유한 기록과 타이틀은 워낙 어마어마해서 이후 세계의 댄스 팝 퍼포먼스 가수들은 모두 마돈나의 재림이나 후계자라는 호칭을 영광으로 받아들인다. 그 누구도 아직 넘어설 기미는 보이지 않
2년 전 그곳. 초여름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날이었다. 하얀 천막 위로 포근한 햇살이 내려앉았다. 돗자리에는 김밥과 빵, 커피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고, 주위에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천막 바깥으로는 연녹색의 나무들과 뭉게구름 몇 점이 보였다. 잠시 눈을 감으면 마치 소풍에 온 것만 같았다. 눈을 뜨고 천막 앞에 놓인 글자들을 읽기 전까지는 정말 그랬다. “부당징계 반대한다”, “징계 이후 한동대는 깨끗해졌습니까?”, “학교는 헌법 위에 있는가. 헌정 질서 준수하라”, “폴리아모리를 이유로 내쫓을 수
걔 학교 잘렸대. 폴리아모리인가 뭔가 그거 때문이라던데? 나도 잘 모르는데 여럿이 사귀는 거래. 애인이 자기 말고 다른 애인을 한 명 더 사귀고, 셋이 같이 산다나. 말이 되냐? 그게 그룹섹스지 뭐야. 애인 둘 끼고 있는 여자도 웃긴데 그걸 용납하는 새낀 무슨 생각이냐 대체. 애인이 다른 새끼랑 자면 질투도 안 나나. 우리 교회 목사님은 난교라고 하던데 딱 맞는 말 아니냐. 사실 그냥 바람이나 난교라고 하기 부끄러우니까 괜한 이름 붙여서 면죄부 받으려는 거지. 폴리아모리는 무슨. 아무리 포장해봤자 똥이 꽃으로 변하냐. 더러워.그 새
“너도 그 뭐 성소수자, 그거냐?” 아빠가 물었다. 마치 밥은 먹었냐고 묻듯이 가볍게. 아빠는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베이비부머’ 세대의 60대 남성,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정당을 지지하며 오랫동안 대형교회에 다니던 사람이다. 평소 ‘잘 지내고 있냐, 졸업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냐, 미래 계획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주로 하던 아빠는 비슷한 뉘앙스로 내가 성소수자인지 물었다. 그때 아빠의 질문과 나의 대답 사이에 흐른 찰나의 순간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 될 거라는 걸, 나는 직감했다.재작년
경북도의회 김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5월 20일 경북도의회 세미나실에서 “문화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이번 토론회는 성인지 예산과 문화 다양성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고 도민의 이해 폭을 넓히기 위해 기획되었다.김영선 의원은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2월 발의했다. 3월 26일, 조례안이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에 상정되었으나, 동성애와 이슬람문화를 옹호한다고 주장하는 특정 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상임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다.토론회에서 금박은주 포항여성회 대표는 “조례의 문구 어디를
1. 농촌 혹은 귀농에 대한 ‘환상’현대사회는 고도로 도시화되어 있다. 도시에 인구가 집중됨은 물론 사회 인프라와 행정체계가 모두 도시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기에, 비도시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도시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렵다. 대도시에서 고도의 효율 중심 자본주의 제도 하에 짓눌려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대안적 유토피아로 전원생활과 귀농을 꿈꾼다. ‘슬로 라이프’가 예찬되는 묘사에는 농업과 시골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요즘 시들해졌다고 말이 많지만, 한때 대도시 거주자들의 제주도 이주 열풍도 이런 흐름의 변형된 형태일 것이다. 하지만 정
“증인, 선서하세요.”“선서.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작년 여름, 포항 법원 제1호 법정. 나는 형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내 왼편에는 검사가, 오른편 피고인석에는 한동대 학생처장이 앉아 있었다. 죄명은 명예훼손. 학생처장이 나의 실명과 함께 나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 담긴 문자를 교회에 퍼뜨렸기 때문이다. 새삼 피고인석에 “국민”으로서 앉아 있는 학생처장의 모습이 묘하게 다가왔다. 2년 전, “국민으로서 얘기하려면 학교 밖에서 해!”라고
“우스갯소리지만…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그렇게 징계를 받을 수 있어요?”“아, 모르시는군요? 제가 만든 명언인데… 노력 없이 징계 없다! 노오~력을 해야죠.” 지난달, 한동대와 장신대의 부당징계 당사자들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당사자 개그’라는 게 있다면 아마 이런 식일 거다. 일곱 명의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 각자가 경험한 부당징계 사건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헐 그 학교도 그랬어요? 저희 학교가 제일 문제인 줄 알았는데.”“징계 과정도 지난하고 아팠지만, 징계 이후의 삶도 확 달라졌어요. 앞으로 뭐를
올해 초, 한동대에 ‘반기문 글로벌 교육원’이 지어졌다. 84억 원이 투입된 건물은 1,300평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개원식에서 한동대 총장은 말했다. “반기문 글로벌교육원을 통해 이웃의 필요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반기문 교육원의 핵심 가치 중에는 ‘극심한 빈부 격차 및 불평등 해결’이 있다. 교육원이 지어진 한동대가 동성애자 ‘이웃’을 ‘반대’한다고 선언하고,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고 학생을 무기정학 시킨 학교라는 점만 빼면 훌륭한 말들이다. 한 가지
A: 남자 연예인 볼 때 멋지다거나 섹시하다고 느낀 사람 누구 있어?나: 공유? 유지태?A: 그 사람들 볼 때 감정이 어때?나: 음… 모르겠어. 동경?A: 그 감정에 확신이 있어? 혹시 네가 그 사람들 보면서 남자라는 성별을 인식하는 순간, 어떤 감정의 굴절이 생겨서 호감을 동경이나 선망으로 바꾸는 거면?나: 응?A: 그럴 수도 있다고. 아니면 말고. 한 번 생각해봐. 유학에서 돌아와 오랜만에 만난 A의 질문에 나는 잠시 당황했다. 이어서 A는 말했다.“난 남자랑 여자 모두에게 끌려. 바이섹슈얼이라고 하더라. 일본 가서 알았어. 한
“나는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삶 속의 평범한 이웃으로 살고 싶다 이성애자가 누리고 있는 그 평범함위급 시 병원 응급실에서 내 파트너가 법적 보호자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거리를 걸을 수 있는 세상을 만나고 싶다평범함을 위해 싸우는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2009년 1회를 시작해 올해 11주년을 맞이한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여는 사람, 원하는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 배진교를 만났다.대구퀴어문화축제는 지난 6월 28일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렸다. 주최측 추산 2,00
2014년 6월, 처음으로 피렌체를 방문했다.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서 말로만 듣던 피렌체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던 나에게 한 커플이 사진을 찍어 달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흔쾌히 받아든 다음 순간, 조금 놀랐다. 여느 연인과 다름없이 사랑스러운 포즈를 취한 그 커플은 둘 다 여성이었다. 동성 커플을 실제로 가까이서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동성애에 대한 비이성적 혐오를 혐오하던 나였지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처음 접했을 때 순간적으로 드는 낯선 느낌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그 뒤로 피렌체를 방문할 때마다 한국과 달리 자연스러운 동
르네상스의 시작 종교 권력의 약화피렌체는 안에서 보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어느 정도 떨어져서 바라보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피렌체 남쪽에 있는 미켈란젤로 언덕에 오른다.이와는 반대로 북쪽에서 피렌체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바로 피에솔레(Fiesole)라는 작은 마을이다. 거리도 꽤 떨어져 있어서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다. 버스로 약 20분 정도 가야 하지만 피렌체 시내와는 달리 매우 조용하고 한적하다. 그래서 일정에 크게 쫓기지 않는 여행자
“피고 학교법인 한동대학교와 피고 OOO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 열 달 동안 진행된 소송의 최종 판결이 이뤄진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미처 내용을 파악할 새도 없이 이뤄진 선고에 어리둥절했지만, 결과는 일부 승소였다. 사건의 시작은 재작년 12월,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했다는 이유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한동대는 나를 징계했다. 졸업을 1년 앞둔 무기정학 처분이었다. 교수와 목사들은 집단적으로 나에 대한 비방을 시작했다. 내가 맺는 관계와 사생활을 악의적으로 폭로(아웃팅)하고, 나를 “암세포”와 “곰팡이”
16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8호 법정에서 열린 한동대 학생 명예훼손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A교수와 학교가 공동으로 위자료 500만 원을 피해 학생에게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재판부는 한동대학교 교목실장 A교수가 수업시간 중에 피해 학생의 성적 취향과 관련하여 ‘혐오 발언’을 한 사실에 대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가한 불법행위”로 판단했다. 또한, 불법행위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학교법인도 사용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며, “원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하여
날카로운 목소리가 A를 향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너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알고 온 거야? 말해봐!” 자신을 A의 가족이라고 밝힌 두 사람은 A의 휠체어를 잡으며 꽥 소리를 질렀다. 이내 그 목소리는 옆에 있는 우리를 향했다. “당신들 뭐야. 왜 장애인을 이용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애 데리고 뭐 하는 짓이야? 장애인이 뭘 알고 여기 왔겠어! 니들이 얘 인생 책임질 거야?”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진정시키며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그들은 기어코 A를 대열에서 이탈시켰다. 지난 3월 14일, 포항 법원 앞에서 경북 시민단체들의
포항여성회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3월 8일 한국여성단체연합 주관으로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 한동대학교가 ‘성평등 걸림돌’에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성평등 걸림돌’은 2019년 8팀이 선정되었으며 ‘성평등 실현을 저해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동대는 학생학술모임이 주최한 강연회가 ‘건학 이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강연 취소를 종용하고, 징계 협박과 부당징계 처분을 강행했다. 또한, 학술모임 지도교수를 ‘동성애에 유보적인 입장’이라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한동대 외에 성폭력 가해자 보호에 나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