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아기별꽃 우리 결혼했어요.서른세 해 전 오늘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어요. 오늘 봄햇살이 눈부신 날입니다.야간 퇴근을 하고 온나를 위해황토방에 불을 넣고 있는 남편을 보았습니다.따뜻하게 자라는 따뜻한 배려지요. 여보!오늘 무슨 날이게요?화이트데이.에이 그건 어제 지났구요.음… 그럼 모르겠는데살짝 흘겨보는 내 눈빛에당황한 남편님머리만 벅벅 긁어댑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하고는 문을 닫았습니다.아~!결혼 축하해뭐 축하받을만한 결혼은 아니라고 봅니다.그러고는 이불 속에 빨려 들어갑니다.살짝 자고 일어났습니다. 이불을 빨아 널고청
우연한 기회에 현재 우리 사회가 겪게 된 ‘오래된 미래’들을 만나다2023년 한국 1인당 국민소득(GDP)은 32,142달러(약 4,400만 원)로 세계 22위를 차지했다. 그나마 전년 대비 8.2%가 감소한 것이다. 수치상으로만 놓고 보자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강조하는 흐름과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체감이 과연 그럴까? 오히려 ‘한국이 싫어서’ 이민을 꿈꾸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헬조선’이란 자조는 사라지지 않는 현실이다. 여러 계층에서 다양한 이유로 절망이 들끓지만 아마 그중에도 전반적으로 동의가 되는 지점
‘수신료의 가치’는 해야 할 일 하는 것으로 증명된다2월 7일 밤, KBS 특별대담 가 90분 동안 방영되었다. 2024년 새해 벽두에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를 진행하지 않은 대통령의 공개 인터뷰 특집이라 그 의의가 절대 가볍지 않은 자리였다. 하지만 방영 전부터 기대보다는 논란만 가득했다. 녹화로 진행한다고 공표했기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논란들에 대해 과연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 것이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서 급격하게 친정부여당 성향으로 수뇌부가 교체된 KBS가 제대로 검증에 나설 수 없을
20년 전쯤 지역에 대형마트 입점이 예고되었다. 당시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과 흔히 ‘동네 마트’라 불리던 중소형 마트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대형마트 반대 운동에 나섰다. 반대 운동에 참여한 단위들은 지역 내에서 서명운동과 일인시위, 항의집회 등을 진행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지역 사회단체와 함께 운동에 동참하면서 소속 조합원에게 서명 참여를 요청했다. 이참에 지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발언권을 가졌지만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반대 운동 내부에서도 수천여 조직을 가진 노동조합에 기대를 피력하던 상황
‘세상을 바라보는 열두 개의 시선-세상, 시선 그리고 발달장애인’이란 주제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사진전과 그림 전시회가 마무리됐다.경주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에서 12월 5일부터 발달장애인 작가 열두 명이 참여한 사진전과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는 여러 기관 단체를 비롯하여 지역의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지난 10일 폐회했다.전시회를 준비한 경북장애인부모회 경주시지부는 “세상을 바라보는 열두 개의 시선은 장애인에 대한 단순한 예술 활동 지원이 아니라, 예술이나 문화교육활동을 매개로 장애인들의 성장을 유도하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뉴스를 보고 너무 겁이 났다. 만약 우리나라에 전쟁이 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니 불안하고 무섭다. 우리나라 소성리에도 전쟁 무기 사드가 들어와 벌써 전쟁을 느끼고 있다. 전쟁 위험 1순위 나라일 것이다.내가 총 맞아 죽고 싶지 않듯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다. 황금률이다. 아무리 내 인생이 희망적이지 않다고 해도 전쟁으로 죽고 싶지 않다. 사람 생명을 해치면서까지 얻을 이익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게 이웃과 함께 오래 살고 싶을 것이다.평화를 위해서 무엇을
영화제 현장에서 사라진 감독의 이야기, 2023년 10월 9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현장에서 작은 사건이 터졌다.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기로 한 감독이 사라진 것이다. 사전에 전혀 공지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영화 상영 후 부대행사를 기다렸던 이들에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무대에 등장해야 할 외국인 감독은 끝내 등장하지 않았고, 행사 진행을 맡을 예정이던 영화제 프로그래머만이 등장해 자초지종을 관객들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혼란은 가라앉았다. 프로그래머가 마이크를 통해 전달한 사정이 너
시월로 접어드니 일교차가 아주 심합니다.일교차가 심할수록 보현골 아침은 해발에 따라 풍경을 달리합니다. 아래쪽 마을은 자욱하게 농무에 갇혀있고 중산간은 어쩌다 한 줄기 안개가 산정에 걸려 있는 구름과 연결되는 듯합니다. 해가 뜰 무렵이면 아직 남아 있는 산 쪽의 푸름이 역광을 받아 거무스레합니다. 여름 동안의 푸름은 곧 서리를 맞이하고 초추의 양광에 잎이 붉게 익을 준비를 하겠지요. 드문드문 몇 호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사람들의 두런거림이 한 마장 거리에 살고 있는 내 집에 들리는 듯합니다. 요즘 마을 사람들의 주제는 야생버섯 이야
경산 주민대회 조직위원회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북지부 경산지회가 공동으로 지난 13일,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는 최근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공론화를 계기로, 경산지역 전체 집단급식소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열렸다.발제자로 나선 이재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노동안전 담당 국장은 “최근 폐암 산재 승인 빈도가 증가하고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며 “조리 중에 발생하는 조리흄 때문에 폐암이 발병한다는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했다. 따라
어릴 적 고사리를 먹으려면 결심이 필요했다. 잘 씹히지도 않고 쿰쿰한 향이 났다. 흙의 향기 같은 것이 그땐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코를 막고 대충 씹어서 꿀꺽 삼키는 것이 내가 하교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비고사리라며 조심스럽게 다라이에 넌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하니 우리 집에 자연산 고비고사리가 있다는 것을 이웃에게 들키면 안 되는 모양이다. 아마 나눠줄 수 없을 만큼 넉넉하게 채취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그렇지만 고비고사리를 널어놓은 다라이는 옆집, 앞집,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볕 잘 드는 마당
7월 21일 저녁 구미역광장에서 천주교대구대교구 5대리구 소속의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생명의 물 우리의 빛’이라는 제목으로 촛불 공개기도모임이 열렸다.이날 공개기도모임에는 천주교 신자를 비롯해 사제와 수녀 50여 명이 참석했다. 지역의 시민단체 회원들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행사에 참여하였다. 식전행사로 이승익 위원장(원평성당 생태환경위원회)이 ‘함께 노래 부르기’를 진행한 데 이어 기도모임 취지와 기도 지향을 소개하였다.이 위원장은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지난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
4월 20일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다.대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면서부터 나에게 매년 4월 20일은 특별한 날이 되었다. 장애인이 내 삶에서 친숙한 존재가 된 것은 대학생이 된 이후이고 그전에는 장애인을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졸업 후 결혼하기 전까지도 장애 아동을 가르치면서 교사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지 장애 아동을 둔 부모의 심정을 제대로 가늠조차 못 했던 것 같다.자녀들이 자라 성인이 되어 자신의 꿈을 찾아 고단하지만 즐겁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20년 이상 장애 아동들을 교육하고 그 아이들이 자라 장
천주교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는 3월 18일 오후 2시 구미시 낙동강체육공원 일대에서 ‘물의 날’ 행사를 열었다.대구대교구 생태환경 및 농어민사목부(부장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 주제는 ‘이웃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였다. 행사에는 대구·경북 15개 성당에서 사제와 수녀, 신자들과 주일학교 어린이·청소년들이 함께했다. 행사 1부에서는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인사말 및 참가 단위 소개가 있었고, 임성호 베네딕도 담당 신부가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이후 2부 행사로 대주교와 함께 하는 ‘친환경 미생
책장 뒤에 쌓여있는 책 속에서 한 권을 꺼내 먼지를 털고 다시 펼친다.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한을 알아주시는 듯 작가의 말이 귀를 떠나지 않는다. 소설가 박경리(1926~2008년)가 생전 일본에 관해 썼던 글을 모은 책 ‘일본산고’(日本散考)마로니에북스·2013년)다.특히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챕터의 말이 강하게 다가온다.‘한 시절 전만 해도 조선인은 우리 앞에 우마(牛馬)나 다름없는 존재 아니었나. 이제 와서 제법 사람 노릇 한다. 도저히 보아줄 수 없군’…… (이런 일본인들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우리
“우리 마을 부녀회, 회원들 시니어 돌잔치 합니다!” 세이레 학당 단톡방에 이숙자 회원님이 오랜만에 소식을 남겨주셨다.‘시니어 돌잔치!’이숙자 회원님이 부녀회장 소임을 맡으면서, 관광버스 대절해서 놀러 가는 것 말고 다른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일까 오랜 고심 끝에 그려낸 기획이라고 한다. 마을에서 기존의 해오던 것을 바꾸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숙자 회원님은 부녀회 살림을 꼼꼼히 하는 한편, 모든 회원이 돌 반지를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동전 모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충분히 준비되었을 때, 드디어 말로 입 밖으로 꺼내어 놓으시는
◆ 세계 최고 흥행작 연대기, ‘영화는 영화일 뿐’임을 거부하다2009년 개봉해 현재까지 역대 영화 흥행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 그 속편 이 13년 만에 등장해 전 세계 겨울 극장가를 석권하는 중이다. 전편의 아성을 넘보긴 어려울지 몰라도 개봉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역대 흥행 10위권에 안착하며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은 극장가를 달군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가파른 흥행 실적을 선보이며 천만 관객을 넘보고 있다.속편 역시 전편에 이어 영화로 체험할 수 있는 영역을 확
“올해 입학생이 없다카디만은 서이나(셋이나) 델꼬 왔으니 상 조야겠네!”마을 회관 앞에 선 통학버스를 놓칠까 봐 부랴부랴 달려가는 내 귓전에 환영 인사가 들렸다. 첫째와 둘째를 버스에 태워 보내고 셋째와 걸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과 마주했다.얼핏 봐도 구순은 되었을 법한 어르신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아침 청소를 하는 가운데, 어르신은 청소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귀여워 죽겠다는 눈길로 우리 집 막내만 하염없이 바라보셨다.6년 전 봄, 경상북도 군위군 효령면 내리리로 이사 온 참이었다. 군위군은 가임기 20세
소설 『마지막 섬』(쥴퓌 리바넬리 著)은 자연의 힘이 저항의 주체가 되어 하나씩 망해가는 그리하여 천국과 같은 섬이 참혹하게 지옥의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소가구가 소유권의 다툼도 분쟁도 없이, 제제도 제약도 경계도 없이, 그렇다고 내 것, 네 것 나누지도 않던, 비둘기들이 원래 주인이었던, 자연 그대로 더불어 살았던 평화로운 모습이 권력을 가진 자의 추악한 무지와 무례함으로 파괴되고 필연적으로 모두가 죽어가는 지옥의 섬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그러면서도 책에서 말하듯, ‘권위주의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공동체를 어떻게
#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책방. 사람을 위한 책방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퇴근길에 마주하는 고향 집 같은 동네 책방을 항상 원했다. 참새에게 방앗간 같은 곳이 된, 독자와 책방, 서로에게 소중한 관계가 되어버린 우리 동네 책방 멋쟁이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편지 형식의 구독 이메일링 서비스 으로 뭉친 두 책방지기, 이름에 사이좋게 ‘연’이 들어가서 ‘쌍연’이 된 ‘B급취향’과 ‘지금책방’! 인터뷰하는 동안 깨어있는 의식을 마주하는 일이 즐거웠고 사람을 향하는 책방의 모습이 따뜻했다. 아, 그래서
1_ 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 역사는 공명정대할 것 같지만 실은 편파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순으로 도구의 재료에 따라 선사 시대를 구분하고 있지만 그런 도구들은 주로 사냥에 나선 남성들의 것으로 상대적으로 오래 보존되는 재질 때문에 후대에 자료로 쓰이는 데 가깝다. 당시에 사냥은 효율성 측면에서 그렇게 썩 좋은 식량 확보 수단은 의외로 되지 못했고, 채집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그러한 채집은 대개 여성들이 전담했고, 채집의 성과는 썩으면 없어지는 재료로 만든 바구니 등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