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위기와 근시안 해법의 파괴적 앙상블 앞에서나라는 부강한데 시민은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어간다. 통계 지표상으론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니,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날로 높아진다니 등등 연말연시마다 미디어에선 호들갑을 떨어댄다. 하지만 정작 이를 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냉소 그 자체다. 온갖 실적 근거를 보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달리는 게 맞다. 온라인 곳곳에선 평균치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출처 불명의 수치 기준이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실제 현실에서 본인 포함 주변에서 평균치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대체 온라인의 평균소득
우연한 기회에 현재 우리 사회가 겪게 된 ‘오래된 미래’들을 만나다2023년 한국 1인당 국민소득(GDP)은 32,142달러(약 4,400만 원)로 세계 22위를 차지했다. 그나마 전년 대비 8.2%가 감소한 것이다. 수치상으로만 놓고 보자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강조하는 흐름과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체감이 과연 그럴까? 오히려 ‘한국이 싫어서’ 이민을 꿈꾸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헬조선’이란 자조는 사라지지 않는 현실이다. 여러 계층에서 다양한 이유로 절망이 들끓지만 아마 그중에도 전반적으로 동의가 되는 지점
‘수신료의 가치’는 해야 할 일 하는 것으로 증명된다2월 7일 밤, KBS 특별대담 가 90분 동안 방영되었다. 2024년 새해 벽두에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를 진행하지 않은 대통령의 공개 인터뷰 특집이라 그 의의가 절대 가볍지 않은 자리였다. 하지만 방영 전부터 기대보다는 논란만 가득했다. 녹화로 진행한다고 공표했기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논란들에 대해 과연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 것이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서 급격하게 친정부여당 성향으로 수뇌부가 교체된 KBS가 제대로 검증에 나설 수 없을
20년 전쯤 지역에 대형마트 입점이 예고되었다. 당시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과 흔히 ‘동네 마트’라 불리던 중소형 마트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대형마트 반대 운동에 나섰다. 반대 운동에 참여한 단위들은 지역 내에서 서명운동과 일인시위, 항의집회 등을 진행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지역 사회단체와 함께 운동에 동참하면서 소속 조합원에게 서명 참여를 요청했다. 이참에 지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발언권을 가졌지만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반대 운동 내부에서도 수천여 조직을 가진 노동조합에 기대를 피력하던 상황
선호빈 감독은 2017년 를 선보여 독립영화, 그것도 다큐멘터리 장르에선 이례적인 주목을 받으며 이듬해 극장 개봉으로 2만 관객이라는, 독립영화 개봉 실적으로 선 상당한 성과를 거둔다. 나름대로 ‘흥행 감독’이 된 셈이다. 하지만 영화가 호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감독에게 추가 성과급이 떨어지거나 할 일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인지라 다른 독립영화 창작자들과 매한가지로 2020년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생계를 고민하게 된다. 절대다수의 영화인들은 정작 본인의 창작에 평소에도 거의 시간을 쓰지 못하지만, 불황이 닥치면 더
점점 더 민간인,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혹해지는 국제분쟁전쟁은 참전했던 군인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기지만 민간인, 특히 아이들에게는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성장과 보호를 송두리째 빼앗는 ‘순수 악’이다. 게다가 한번 파괴되고 나면 온전한 회복이 불가능한 상흔을 남긴다. 차라리 고대의 전쟁은 널찍한 들판에 쌍방이 진을 치고 건장한 남성을 가려 뽑아 우워어어어~ 구령을 외치며 서로 달려들어 몇 시간 만에 승부가 난다는 점에서 깔끔해 보일 지경이다. 지금은 비전투원인 민간인을 공격해 여론을 악화시키고 전쟁 수행능력을 감소시켜 대
영화제 현장에서 사라진 감독의 이야기, 2023년 10월 9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현장에서 작은 사건이 터졌다.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기로 한 감독이 사라진 것이다. 사전에 전혀 공지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영화 상영 후 부대행사를 기다렸던 이들에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무대에 등장해야 할 외국인 감독은 끝내 등장하지 않았고, 행사 진행을 맡을 예정이던 영화제 프로그래머만이 등장해 자초지종을 관객들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혼란은 가라앉았다. 프로그래머가 마이크를 통해 전달한 사정이 너
매일 아침, 마당을 드나드는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줄 사료와 물을 준비해둔다. 그런데 어떤 날에는 얌전히 깨끗하게 삭삭 비우고 가는데 다른 날에는 온 사방에 사료가 흩뿌려지다시피 하곤 했다. 미관상 좋지도 않고 덥고 습한 날엔 사료가 상하기에 십상이니 신경이 은근 많이 쓰이는 일이었다. 범인이 대체 누군지 잡히기만 해라 벼르게 되었다.범인은 얼마 후 밝혀졌다. 전선에 잔뜩 앉아 있던 동네 새떼였다. 참새는 아예 그릇에 퍼질러 앉아 먹었고 좀 더 덩치가 큰 비둘기나 까치, 까마귀들이 드물지 않게 출몰했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큰 새들이
전직 대통령,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다버락 오바마(1961~). 미국 44대 대통령(2009-2017)이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현재까지는 마지막으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40대에 유일 초강대국의 대통령이 된 지라 퇴임하고 나서도 50대라는 한창나이였다. 그래서인지 대개 퇴임 후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하지 않고 은퇴 생활에 머무는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는 달리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특이하게도 그는 방송 활동을 열심히 한다. 그것도 단지 저명인사의 이미지로 간판격으로 출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프로그램을
거물 정치인의 죽음으로 돌아보는 현대 이탈리아 정치실비오 베를루스코니(1936-2023)가 지난 6월 12일 세상을 떠났다. 21세기 이탈리아 정치의 한 축을 넘어 상징하는 존재였던 이 50대 총리는 정권교체가 일상다반사인 이탈리아 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에서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3회에 걸쳐 10년을 집권했고, 죽기 전까지도 현 이탈리아 집권여당 연합의 한 축인 ‘전진 이탈리아’ 정당 대표로 권력의 중심에서 이탈한 적이 없었다. 21세기 이탈리아 정치사에서 절반은 여당으로, 절반은 유력야당 당수로 그의 존재감은
5월이 지나갔다. 한국현대사에서 1980년 이후로 5월은 특별하다. 근래에는 4.16이 그러했던 것처럼, 개념적 의미 자체로는 온전히 독해하기 힘든 정체성이 더해졌다. 물론 이 또한 세대가 몇 번 더 바뀌면 희미해질 테다. 영속적인 건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평범한 개인이 측량할 수 없는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할 테다. 1980년 5월은 어떻게 사회적으로 기억될까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낳게 마련인 문화적인 기억이 흐릿해진다는 건 전제된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작동하는 과정이다.첫 번째 경우.해당 사건을
세월호 참사 9년 차의 단상또다시 4월 16일이 지나갔다. 2014년, 사고 발생일로부터 벌써 9년이 흐른 2023년이다. 심지어 내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10주년을 맞이한다. 그런 시간의 경과에 따라 워낙에 깜짝 놀랄 일이 펑펑 터지는 한국사회에서 세월호는 마치 암석이 풍화되는 것처럼 조금씩 잊혀가는 중이다. 하지만 아쉬워도 그저 자연스러운 변화와 망각이라기엔 뒷맛이 개운할 수 없는 상황인 게 문제다. 세월호 참사 발생 초반부터 정략적 의도에 의해 왜곡되고 흑색선전으로 갈라 치기를 당한 세간의 시각과 평가는 여전히 분절된 상태에
영구분단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여전히 분단 사슬에 묶인 이들현대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가장 결정적 요소가 남북 분단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격동의 해방 이후 8년(1945-1953)을 거치는 과정에서 분단이 굳어진 지 70년이 지난 상황이다. 어느새 한반도가 2개의 국가로 나눠진 현실은 기정사실화되어간다. 기성세대는 (흡수통일이냐 평화통일이냐) 방향성을 막론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에 대해선 당연히 이뤄져야 할 사안으로 간주했지만, 이후 세대에겐 분단 상태가 더 익숙해져 버린 지 오래다. 이제 한반도의
◆ 확장을 거듭하며 다시 소환되는 설국열차의 세계 첫 시작은 만화였다. 다만 청소년 대상의 ‘코믹스’가 아닌, 성인용 그림 소설 형태인 ‘그래픽 노블’에 가까운 형태다. 1970년대부터 이야기를 구상했던 자크 로브는 1984년, 그림을 담당한 장 마르크 로셰트와 함께 1권 를 출간한다. 이후 자크 로브가 사망하자 장 마리 로셰트는 뱅자맹 르그랑을 영입해 2권 와 3권 을 각각 1999년과 2000년에 선보인다. 전 3권으로 완성된 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2004년 세미콜론 출판
아주 특별한 ‘혼인식’의 기억 2022년 9월 중순, 온라인 청첩장이 왔다. 원래도 그랬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핑계 대기 워낙 좋아진 이후로는 거의 모든 경조사를 가지 않던 중이었다. 또 누가 눈치도 없이 귀찮게 하는 거지? 그런 짜증 섞인 반응과 함께 일단 무슨 내용인지 들여다봤다. 9월 24일 혼인식 일정을 전하는 주인공들은 익숙한 이름과 얼굴이었다. 박배일 감독(, , , 등)과 그와 함께 얼마 전부터 갖은 닭살 행각을 더불어 보여줬던 황남임 님이다. 그들은 통상적인 예식장 대신에
◆ 세계 최고 흥행작 연대기, ‘영화는 영화일 뿐’임을 거부하다2009년 개봉해 현재까지 역대 영화 흥행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 그 속편 이 13년 만에 등장해 전 세계 겨울 극장가를 석권하는 중이다. 전편의 아성을 넘보긴 어려울지 몰라도 개봉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역대 흥행 10위권에 안착하며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은 극장가를 달군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가파른 흥행 실적을 선보이며 천만 관객을 넘보고 있다.속편 역시 전편에 이어 영화로 체험할 수 있는 영역을 확
◆ 2022년 이란 히잡 반대 시위에 대하여2022년 9월 16일, 3일 전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히잡’을 올바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구금되어 있던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정부기관에서는 그녀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가족 측은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며 시신에서 물리적 폭력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반박했다. 이란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출신인데다 히잡을 거부한 것도 아니고 착용 상태가 올바르지 않다는 혐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녀를 체포한 건 ‘도덕경찰’이라 불리는 종교 근
◆ 알베르 카뮈와 지네딘 지단의 공통점 찾기 알베르 카뮈(1913~1960). 과 , 를 쓴 프랑스의 작가지네딘 지단(1972~현재). 프랑스의 전 축구선수, 현 축구 감독문학을 애호하는 이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각각 모를 리가 없는 이름들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단 프랑스 국적을 가진 이들이다. 여기에 추가로 덧붙이자면, 두 사람 다 ‘알제리’와 관련이 있다. 알제리라면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와 면한 국가 아닌가? 프랑스 국적의 둘이 왜 알제리로 묶이게 된 걸까?카뮈는 ‘피에 누아르
1_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획전으로 돌아온 연대기2022년 9월 22~29일, 경기도 고양·일산 일대에서 진행하는 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DMZ-POV’라는 명칭으로 다큐멘터리 영화의 문제적 경향을 소개한다. 3개의 POV 기획전 중 가장 눈여겨본 것은 올해로 서거 30주년이 된 일본 다큐멘터리의 거장 故 오가와 신스케의 대표 작품인 ‘산리즈카’ 연작을 비롯한 9편 특별 상영이다. “오가와 신스케: 다큐멘터리가 수확한 것들”이라는 콘셉트로 묶인 영화들은 1967년부터 1987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1_ 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 역사는 공명정대할 것 같지만 실은 편파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순으로 도구의 재료에 따라 선사 시대를 구분하고 있지만 그런 도구들은 주로 사냥에 나선 남성들의 것으로 상대적으로 오래 보존되는 재질 때문에 후대에 자료로 쓰이는 데 가깝다. 당시에 사냥은 효율성 측면에서 그렇게 썩 좋은 식량 확보 수단은 의외로 되지 못했고, 채집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그러한 채집은 대개 여성들이 전담했고, 채집의 성과는 썩으면 없어지는 재료로 만든 바구니 등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