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는 쓸모를 기준으로 어떤 존재나 경험을 생각하고 평가하는 사람이었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된 이후로 어떤 사물과 현상과 존재에서 다른 의미를 발굴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p294 글을 쓴다는 일은 시작한다는 강력한 의미다. 나를 지키고, 나를 통제하고, 나를 의미한다.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살아온 경험이 글쓰기가 된다고 진심으로 믿고 싶었다. 잘 익은 글을 건져낸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인가.부산에서 KTX를 타고 마감 원고 한 편을 서울 도착 전에 보낼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쓰고는 싶지만, 써지지 않는 현실과
신났다. 한미일 정상 회의로 한미일 동맹이 더욱 굳건해지는 모양이다. 그만큼 한국은 한미 동맹에 이어 일본과 준 군사동맹을 맺으며 미일이 벌일 전쟁의 대리인을 더욱 자처하고 나섰다. 광복절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거의 모든 사람을 반국가단체원으로 규정했다. 공안검사 출신도 아닌데 ‘가오’를 잡아도 너무 잡는다. 대통령이 대놓고 이념투쟁을 선동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제 식민지 청산도 제대로 되지 않은 마당에 기시다가 따라 준 일본 사케 마셔서인가. 국제적 망신살이 뻗친 잼버리 대회의 윤석열 대
과거에도 지금도 지구에는 수많은 내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 면면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물론 관심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래도 아주 가끔씩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는데, 자료를 찾아 읽다가 늘 중도에 포기하곤 한다. 여전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채로.핑계를 대자면, 내전의 맥락이라는 게 워낙 복잡하다. 문제의 발단에는 해당 지역 내의 종교·민족·문화 간 차이와 갈등,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통치하다가 슬쩍 발 뺀 제국주의 국가가 얽혀있다. 여기에 독립 이후의 혼란, 국제적
평화의 소녀상대구대학교 웅지관 앞, 경상북도 경산시 진량읍 대구대로 201 대구대학교 웅지관 건물 앞 평화의 소녀상은 2017년 12월, 전국 최초로 대학 교정에 세워졌다. 대구대학교 학생들이 평화의 소녀상 건립 비용을 모금해 제작됐다. 대구대학교 총학생회는 “인사를 건네는 모든 이에게 사랑을 일깨워주고 영원한 평화를 노래하는 소녀상이기를 기원”한다는 문구를 표지석에 남겼다. 대구대학교 학생 및 교직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에 감사드리며이 소녀상이 피해자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평화와 인권의
지난 3월 폭설로 인해 전투를 치를 수 없었던 미국과 러시아라는 두 제국주의 국가가 4월 들어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었다. 미국과 나토는 패색이 짙은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지역을 포기하고 전선을 자포리자로 옮겨 무기를 모두 이 지역에 집중시키기로 했다. 물론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동계 공세가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무기가 돈바스 지역에 총집결하는 이때 대한민국이 155mm 포탄 50만 발을 경남 진해를 통해 독일의 미군 기지로 보내고 있다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제까지의 전쟁으로 155mm 포탄 100만 발을
영구분단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여전히 분단 사슬에 묶인 이들현대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가장 결정적 요소가 남북 분단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격동의 해방 이후 8년(1945-1953)을 거치는 과정에서 분단이 굳어진 지 70년이 지난 상황이다. 어느새 한반도가 2개의 국가로 나눠진 현실은 기정사실화되어간다. 기성세대는 (흡수통일이냐 평화통일이냐) 방향성을 막론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에 대해선 당연히 이뤄져야 할 사안으로 간주했지만, 이후 세대에겐 분단 상태가 더 익숙해져 버린 지 오래다. 이제 한반도의
전장연과 보수정치인들 얼마 전 2월 2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대표의 면담이 있었다. 해당 면담에 관해 필자의 SNS에서는 이에 대한 평들이 있었다. SNS 타임라인을 구성한 필자의 편향성 덕분에, 전장연을 옹호하고 서울시를 비판하는 내용 일변도였다. 이 논란 중에 장애인활동지원 예산 관련한 글들이 눈에 보였다. 이준석 전 대표가 썰전에서 한 발언,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 반복되면서, 나는 이미 시장화된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문제 인식이 은폐되고 노동자를 억압하는 논리가
12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9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노동개악 저지, 민영화 중단을 외쳤다. 11월 22일 민주노총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와 노동3권 보장, 노조법 2·3조 개정 및 개혁 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총력 투쟁을 선포하며 개혁입법 쟁취 농성에 돌입했다.전태일 열사 52주기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둔 지난 8일, 구미 아사히글라스 수요문화제에서는 민주노총 경북본부 구미지부 배태선 조직국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교육 주제는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이란 무엇일까”였다. 배태선 국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유족의 동의 없이 유출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언론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정도의 수준을 넘어 ‘패륜’이라고까지 공격한 모양이다. 이태원이라고 하는 곳은 할로윈 축제를 벌인 사적인 공간이지만 살릴 수 있었던 20대들 160명 가까운 사람들이 죽은 것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적인 사건이었다.마침 학교에서 달성군 설화리 상여소리 보존회의 망자를 보내는 의식을 보았다. 한 사람의 생명을 보내는 데에도 많은 사람이 동원되고 지극정성을 펼친다. 그러나 국가는 세월호 참사의 데칼코마니라고 해야 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내 인생의 불청객인 미국의 전략무기 사드가 성주로 들이닥쳤을 때, 데모하러 나섰다가 ‘사드를 반대하는 마지막 한 사람이 되겠다’고 수많은 촛불 대중 앞에서 약속했다. 사드는 성주의 산골마을 소성리로 배치되었지만 나는 사드를 뽑아낼 때까지 싸울 생각이다. 평화가 절박한 소성리를 지키는 마음으로 노동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글 쓰면서 살고 싶다.”* 성주 사드 배치 반대 활동과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글로 써온 손소희 씨가 제 30회 전태일 문학상 르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9일 토요일 오후 2시, 경향신문사에서 열린다
◆ 알베르 카뮈와 지네딘 지단의 공통점 찾기 알베르 카뮈(1913~1960). 과 , 를 쓴 프랑스의 작가지네딘 지단(1972~현재). 프랑스의 전 축구선수, 현 축구 감독문학을 애호하는 이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각각 모를 리가 없는 이름들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단 프랑스 국적을 가진 이들이다. 여기에 추가로 덧붙이자면, 두 사람 다 ‘알제리’와 관련이 있다. 알제리라면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와 면한 국가 아닌가? 프랑스 국적의 둘이 왜 알제리로 묶이게 된 걸까?카뮈는 ‘피에 누아르
이곳은 안동의 한 고택. 코로나로 인해 사방의 방문을 활짝 열어 놓아 청량한 바람이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강연이 끝나고 자유토론 시간이 되자 한 참석자가 돌직구의 질문을 한다. “요즘과 같은 세상이야말로 인문학이 더욱 필요한 시점으로 보이는데, 왜 인문학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실용성’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은 인간의 상품화·기계적 인간관계·무한 경쟁으로 인한 마음의 피폐화를 초래하고 있다. 질문자의 의도는 이런 것이었으리라. “마음을 피폐하게 하고 옹졸하게 만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한 ‘평화디딤돌’이 경산에 놓인다.10월 1일 오전 10시,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와 (사)평화디딤돌은 일제강점기 오키나와 강제 동원 피해자 고 신용근 씨를 기리는 평화디딤돌을 경북 경산시 남산면 평기 1리에 설치한다.고 신용근 씨는 1921년 경산 남산면 평기리에서 태어났다. 제 2차 세계 대전 중이던 1944년 6월경 일본군에 의해 군 노무자로 오키나와에 강제 징용됐다. 오키나와 전투 당시 은신하던 동굴이 포격으로 폭발해 절벽 아래로 떨어졌으나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후 미군에 발견되어 하와이
1_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획전으로 돌아온 연대기2022년 9월 22~29일, 경기도 고양·일산 일대에서 진행하는 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DMZ-POV’라는 명칭으로 다큐멘터리 영화의 문제적 경향을 소개한다. 3개의 POV 기획전 중 가장 눈여겨본 것은 올해로 서거 30주년이 된 일본 다큐멘터리의 거장 故 오가와 신스케의 대표 작품인 ‘산리즈카’ 연작을 비롯한 9편 특별 상영이다. “오가와 신스케: 다큐멘터리가 수확한 것들”이라는 콘셉트로 묶인 영화들은 1967년부터 1987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향기가 나고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곳. 어디일까? 나는 뒷간에, 변소에, 아니 화장실에 있다. 그 이름처럼 한국의 화장실은 화장을 잔뜩 한 고상한 공간으로 격상되었다. 한국인들의 모양과 행태가 백인화된 만큼이나 그들의 변소도 거만한 얼굴을 하고 있다.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은 더 이상 요구사항이 아니라 당연한 조건이다. 이제는 겸손하고 소박하게 쭈그리고 앉아, 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똥을 눌 수 있는 ‘합법적인’ 방도를 찾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문명화의 성취로 읽히는 이 현실은 사실 오만한 삶의 양식에 철저하게, 처절하게 흡수
1_ 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 역사는 공명정대할 것 같지만 실은 편파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순으로 도구의 재료에 따라 선사 시대를 구분하고 있지만 그런 도구들은 주로 사냥에 나선 남성들의 것으로 상대적으로 오래 보존되는 재질 때문에 후대에 자료로 쓰이는 데 가깝다. 당시에 사냥은 효율성 측면에서 그렇게 썩 좋은 식량 확보 수단은 의외로 되지 못했고, 채집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그러한 채집은 대개 여성들이 전담했고, 채집의 성과는 썩으면 없어지는 재료로 만든 바구니 등으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타카기 슌스케(高木俊介)에 따르면 일본에서 8월 8일은 요괴들의 날이다. 일본에서도 그렇지만 요괴, 유령, 원령, 모노노케(귀신)가 활약하는 괴담 이야기는 여름밤의 오락거리다. 일본의 민속학자인 야나기타 쿠니오(柳田國男)에 따르면 요괴와 모노노케는 영락한 신들이고, 유령은 이 세상에 미련을 두는 사자(死者)이며, 원령(怨靈)은 한을 품고 죽어도 죽지 못한 자이고, 요괴는 세간 구석구석에 거주하는 유희, 유령은 거주 공간이 없이 서성거리는 자이며, 원령은 한을 품고 상대방의 것을 습격한다. 사람들은 촛불 앞에서
오늘 태어난 아이와 오늘 죽은 사람, 가장 힘 있는 사람과 가장 힘없는 사람, 가장 부자인 사람과 가장 가난한 사람, 가장 기쁜 사람과 가장 슬픈 사람, 그 사이에 저널리즘이 있다. P146 붉은 꽃잎이 뚝뚝 떨어진다. 꽃은 비가 되어 내린다. 사람 이야기에 공을 들이고, 성경과 한서,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루쉰의 을 인용하며 봄날을 서사한다. 시의적절한 인문학적 감성과 배경음악의 선택은 탁월하기까지 하다.저녁밥을 먹으며 앵커 브리핑을 시청하다 울컥한다. 노회찬의 ‘작별’이 그랬고, 세월호 1주기 ‘가만히 눈을 감기만
2021년 12월 2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이 가석방되었다.박근혜 정권 시절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감옥에 갇힌 지 8년 3개월 만에 일이었다. 촛불 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가석방으로 그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같은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 복권하였다. “과연 공정과 정의란 것이 존재하는가” 이석기 전 의원이 감옥 문을 나서면서 한 말이 떠오른다.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새로운 정치세력은 기득권 세력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세력이 원내에 진출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위협이 된다면 기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