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앞두고 민주화 학생운동 자료 전시회가 열렸다.3일 93주년을 맞은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학생의날)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항일 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다.대구경북근현대연구소(소장 강철민)는 지난 10월 28일 영남대학교 지하철역 전시공간에서 민주화 학생운동 자료 특별전을 진행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군사정권 독재에 항거한 학생단체 및 대학교 총학생회 성명서와 리플릿 등 학생운동 자료와 당시 학생들이 사용한 미니 카세트, 카세트테이
2011년 1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간첩으로 몰려 사법살인 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국가변란과 간첩 혐의에 대해 전원 일치로 무죄를 선고했다. 1959년 7월 31일 이승만 정권의 사법살인으로 교수형이 집행된 지 52년 만에 일이다.“조봉암은 1958년 1월 민의원 총선을 넉 달 앞두고 간첩 혐의 등으로 불법 감금·기소됐지만, 1심 재판부는 간첩죄는 인정하지 않은 채 징역 5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의 압박을 받은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조봉암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재심 청구
2021년 12월 2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이 가석방되었다.박근혜 정권 시절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감옥에 갇힌 지 8년 3개월 만에 일이었다. 촛불 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가석방으로 그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같은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 복권하였다. “과연 공정과 정의란 것이 존재하는가” 이석기 전 의원이 감옥 문을 나서면서 한 말이 떠오른다.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새로운 정치세력은 기득권 세력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세력이 원내에 진출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위협이 된다면 기득
대구경북근현대연구소에서 일제강점기 언론 보도에 등장한 사건, 사고를 유튜브를 통해 전달하게 되었습니다.활자 신문과, 라디오 방송 등의 사건, 사고들을 현대에 맞게 재구성하여 ‘경성뉴스’라는 이름으로 뉴스 방송을 꾸며보았습니다.100여 년 전의 사건, 사고라 지금과는 많이 다른 시각과 어법이 존재합니다.이해해 주시고 시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경성뉴스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불꽃처럼 삶을 살다간, 경북 영천 출신 백신애 작가의 ‘영면’ 신문 보도를 바탕으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보았습니다.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백신애 (1908.
소율이에게겨울은 겨울이구나. 영하 15도라니 대단한 날씨다. 바깥에서 일을 하니 손, 발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는다. 하늘에는 눈이 펄펄 내리고 찬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작년에 보지 못한 눈을 구경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역시 겨울은 눈 구경만 한 게 없다.겨울이면 눈썰매를 타러 다녔어. 지금처럼 놀이동산에 가서 타는 게 아니라, 들판과 산속을 들개들처럼 헤집고 다니며 타는 거지. 거북선이 근사하게 그려진 비료 포대를 들고, 눈이 가득 내린 산이나, 못 둑에 올라섰어. 칼바람이 볼을 때리고 머리칼 속에서 이마로 땀이 흘러내렸어
소율아! 한 해의 끝이 벌써 다 지나가는구나. 일 년이 이렇게 빨리 가다니, 하루살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이 아쉽다.이번 겨울에는 한 번도 오지 않은 작년의 첫눈을 기대해 본다.찬 바람이 불고 얼음이 어는 추운 겨울이 오면 아버지는 마구간에 있던, 사람만큼이나 귀했던 황소를 나뭇간으로 끌고 왔어. 나뭇간은 안방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창고 같은 곳인데, 안방 아궁이와 땔감들이 비와 눈에 젖지 않게 하는 역할을 했어.저녁이면 뜨거운 불이 활활 타고 있었고, 그 위에 얹은 까만 바둑알처럼 반들반들하게 닦인 무쇠솥에는 소 콧김처럼 구수
소율아!하늘에 솔잎을 던져 놓은 것처럼 잠자리가 수북이 날아다닌다. 완연한 가을이다.가을비가 내리고 들판의 콩잎들이 노랗다 못해 투명하게 물이 들면 아이들은 메뚜기를 잡았어. 투명한 유리병을 허리춤에 하나씩 차고 저금통에 정성 들여 저금하듯 꼬깃꼬깃 잡아넣었지.한 병이 꽉 차면 의기양양 집으로 들고 가 어머니께 자랑했어. 참기름에 볶아 소금을 치면 고소하고 맛있는 밥반찬이 되었지. 반찬 하려고 잡기도 했지만 심심해서였어. 손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 손에 잡히는 대로 장난을 쳐야 했지.메뚜기, 방아깨비, 여치, 귀뚜라미,
소율아!언제 무더운 여름이었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분다. 귀뚜라미가 소리 내 울고, 매미 소리는 언제부턴가 들리지 않는구나. 가을이 왔어.개구쟁이 꼬마들은 늘 심심했어. 오늘은 또 무엇을 하며 놀까. 또 누구 집에 가서 놀까. 종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까 하는 생각뿐이었지.목욕탕과 이발소, 자장면 가게가 있었던 동네 중심지에 친구가 살았어. 제법 큰 골목길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던 집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주인집과 일곱 가구가 화장실 하나를 같이 썼던 셋방살이였던 것 같아.작은 대문으로 들어가면 큰 마당
소율아!장마를 뚫고 찾아온 무더운 여름이다. 더운 여름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얼굴 본 지도 꽤 오래되었구나. 이번 휴가 때는 시원한 계곡으로 물놀이 가자!여름이면 친구들과 동네 도랑에서 늘 물놀이를 했어. 길가에 굴러다니는 스티로폼 조각을 송편 빚듯 이리저리 돌려 만지고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꽂으면 돛단배가 만들어져. 거기에 근사한 이름을 붙이면 별다른 것이 없어도 해가 질 때까지 종일 신나게 놀 수 있었지.뱃놀이도 슬슬 지겨워지면 골목길 끄트머리에, 항상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앉아 있는 ‘국자’ 가게로 달려갔어. 달고나
소율아 잘 지내고 있어? 아직 개학도 못 하고 자가 수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 얼마나 지겹고 힘들겠니? 집에서 공부하고 있을 소율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대공원에 놀러 가자.지금쯤 되는 5월 늦봄이었던 것 같아.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고 미지근한 바람도 살짝 불고 있었어.잡살곡에서 친구들과 손톱 밑이 새까맣도록 흙장난을 치다 햇빛도 슬금슬금 앞산 뒤로 빨려 가고, 배도 고파오고 해서 집으로 향했지. 이북에서 쫓겨 내려온 영감이 원장으로 있는 시온산 기도원은 우리 집 초입에 있었는데 예배당 지붕
소율이에게 코로나19.무슨 외계행성처럼 낯선 단어가 공포를 몰고 다닌다.소율이도 개학이 늦어져 아직 집에 있지?어린이집도 폐쇄돼 삼촌도 육아 격리 중이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봄날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지겨운 생활에 아득한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기억이 안 나던 것도 기억이 나구나.턱에 총상 자국이 선명하고 이북 사투리가 심한 옆집 ‘기도원’ 원장 할아버지 눈은 회색빛이었어. 한국전쟁 때 인민군을 피해 내려왔다는데, 모든 재산을 다 두고 왔다며 북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지. 눈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멀리 떨어
소율이에게봄비가 내린다.봄은 항상 설렘을 주었어. 봄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희망, 기대도 있지만, 유년 시절 봄에 대한 다양한 기억이 몸에 배어 그런 것 같기도 해. 사람이 없어 늘 심심했지만 놀 건 많았어. 아직 겨울 찬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따뜻한 햇볕이 개울물과 자갈돌에 비춰 반짝이던 이른 봄날로 기억돼. 아버지는 저 멀리 산자락 밑에서 밭일을 하고 계셨고, 어머니는 개울 옆에서 봄나물을 캐며 간혹 나에게 찔레순이며 삘기를 까 주셨지. 병아리처럼 엄마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개울물에 돌 던지기를 하고 있었어.“음매
소율에게올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났구나. 날씨까지 따뜻하니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이 더 바쁘다. 이대로 봄을 맞이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겨울이 추워야 병해충도 덜하고 농사가 잘 되는데, 설이 지난 지금까지 눈이라곤 한 톨 내리지 않고, 비가 내리다니. 농사도 농사인데 그것보다 첫눈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다. 펑펑 쏟아지는 눈 속을 달리며 얼굴에 달라붙는 수박씨 같은 눈을 느끼고 싶다.이번 설에 할아버지 집에 온 네 모습을 보니, 훌쩍 큰 것 같아 삼촌 기분이 좋더구나. 씩씩하게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세뱃
소율이에게 벌써 2019년이 저물어 간다. 얼마 전에 한 해를 시작한 것 같은데, 며칠 뒤면 2020년이라니. 마흔이라니. 시간은 쏜 화살처럼 소리도 없이 빨리 가네.송년회를 한다고 반가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이 훌쩍 갔어. 어둑어둑 일찍 해가 기울고 안개가 깔리더니,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12월 마지막 날에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다니. 존재를 잊어버린 겨울인지, 한 해가 아쉬운 투정인지.삼촌이 어릴 적 초등학교 때, 겨울 방학식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 한밤이었어. 소변이 마려워
소율아 잘 지내고 있어?오늘 아침 마당에는 하얗게 서리가 왔어. 창문을 열어놓으니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덮친다. 이쯤 되면 겨울이 왔다고 할 수 있겠지.삼촌이 어릴 적 살던 집은 산골의 기역 자 한옥이었어. 당연히 보일러 대신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불을 때 온돌방을 덥히고 물도 데웠어. 그러다 보니 겨울철에 따뜻한 물이 귀해 머리를 잘 감지 못했어. 하루는 머리가 가려워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머리에 이가 생겼다는 거야. 어머니께서는 시간이 지나 쓸모가 없어진 지난달 달력 한 장을 찢어 하얀 면이 나오게 뒤집어 펼치셨어. 그 옆
아침으로는 제법 날씨가 쌀쌀해 입에서 하얀 김이 나와. 올 한 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져.소율아 잘 지내고 있지? 황금빛으로 물든 농촌 들녘으로 농민들은 추수하느라 여념이 없어. 태풍으로 나락이 넘어간 논들 사이로 부지런히 콤바인이 움직이며 추수를 하고 있어. 콤바인이 벼의 이삭을 떨어내고 논바닥에 볏짚을 남겨놓으면 트랙터가 볏짚을 공룡 알처럼 말아 놓아. 추수가 끝난 논에서 흔히 보았던, 흰 비닐로 감싼 공룡 알처럼 생긴 것이 바로 소여물로 쓰이는 볏짚 뭉치야.콤바인이나 트랙터가 없던 시절에는 추수가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추석 때 만난 소율이가 몰라보게 훌쩍 키가 큰 모습에 세월의 빠름도 다시 한번 느꼈어.어릴 적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추석이 참 기다려졌어. 친지들이 벌초하러 오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사촌들과 모여 재미난 장난도 치고. 골짜기 외딴 집에 살았던 삼촌은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특히 숙부님은 손재주가 좋으셨는데 등유 횃불을 만들어 밤늦게까지 불을 밝혀 가재며, 물고기를 잡으셨어. 굵은 철사를 못 쓰는 천 조각과 함께 야구공처럼 둥글
소율이에게 소율아 잘 지내고 있어? 여름방학은 잘 보내고 있는지, 휴가는 잘 갔다 왔는지, 방학 생활이 궁금하구나. 요즘은 실내 수영장과 스포츠센터 실내 놀이터 등 아이들이 놀러 갈 곳이 아주 많은 것 같은데, 삼촌 어릴 때는 그런 것들이 별로 없었어.기껏 해봐야 바다나 계곡으로 놀러 가는 게 다였어. 화물차 짐칸에 솥 하나, 수박 한 덩이, 염소 한 마리 싣고 친지들과 계곡으로 떠나지. 가까운 곳으로 가기에 삼십여 분이면 도착해. 어른들이 음식 준비를 하면 아이들은 물놀이를 시작하지. 이리 첨벙 저리 첨벙 깨끗한 계곡물에서 버들치
소율아 무더위에 잘 지내고 있어?장마다.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는지 비가 많이 오는구나. 천둥소리에, 양철지붕 때리는 빗소리가 더해져 귀가 먹먹하지만 반가운 비다. 여름 무더위에 고생을 좀 했는데 비가 와서 기온도 내려가고 가뭄 해결도 되니 좋다.삼촌이 어릴 때 방학을 앞두고 이런 장맛비가 많이 내렸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다 보면 골짜기 중간중간 불어난 빗물로 산길을 가로질러 계곡이 생겼어. 이미 젖은 운동화로 계곡물을 퍼 나르며 물싸움을 했지. 빗물에 가방은 물론 온몸이 폭 젖어 하얀 김이 펄펄 났어.집 앞에는 자갈돌
조카 소율이에게 오월 날씨가 35도라니 말도 안되게 더운 한낮이야. 올해는 특히나 고온에 이상기온이라 편지 쓰는 삼촌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 안 그래도 뜨거운 햇빛에 눈이 저절로 감기는데, 왼쪽 눈꺼풀이며 눈두덩이에 쌍으로 다래끼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또 이놈의 파리는 왜 이리 많은지 양 볼에 날아들어 심기가 불편하다. 짜증에 짜증이 겹치는 오후구나. 이런 날씨에는 계곡 웅덩이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삼촌이 어릴 적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은 버스에서 내려 4km 정도의 거리였어. 십 리 길이라고도 하지. 초등학생 걸음이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