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의 가치’는 해야 할 일 하는 것으로 증명된다2월 7일 밤, KBS 특별대담 가 90분 동안 방영되었다. 2024년 새해 벽두에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를 진행하지 않은 대통령의 공개 인터뷰 특집이라 그 의의가 절대 가볍지 않은 자리였다. 하지만 방영 전부터 기대보다는 논란만 가득했다. 녹화로 진행한다고 공표했기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논란들에 대해 과연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 것이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서 급격하게 친정부여당 성향으로 수뇌부가 교체된 KBS가 제대로 검증에 나설 수 없을
자본주의 ‘그 자체’의 정치적 모순미국의 정치철학자, 사회이론가 낸시 프레이저의 『좌파의 길,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초반부는 자본주의 경제의 제 꼬리를 먹는 우로보로스와 같은 제 살 깎아 먹는 식인 자본주의적 성질을 설명한다. 그 결과는 경제라는 영역이 사회에 무임승차하고, 돌봄 활동을 보충하지 않은 채 돌봄 제공에 필요한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것으로 이어짐을 서술한다. 그 결과 자본주의 자체를 존립하게 하는 핵심 조건들의 존재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와 사회 재생산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다.책의 후반부는 이러한 자본주의 시스
위기의 시대, 구원의 손길이 되어준 책이번이 다섯 번째 미국 방문이다.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미국 특유의 빈틈없음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사람들은 무언가 명확한 목적지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고, 그 압력을 개인이 그대로 받아내는 것이 ‘개인주의’였다. 처음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의 위압감은 30대 한국인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강도였다. 나름 작은 도시에서 전통적 문화를 접하며 살아온 나로서는 미국의 ‘거대한 파편’이 익숙하지 않고 생채기처럼 눈에 확 띄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 번의 방문 가운데, 소소한 합치를 경험
◆ 세계 최고 흥행작 연대기, ‘영화는 영화일 뿐’임을 거부하다2009년 개봉해 현재까지 역대 영화 흥행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 그 속편 이 13년 만에 등장해 전 세계 겨울 극장가를 석권하는 중이다. 전편의 아성을 넘보긴 어려울지 몰라도 개봉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역대 흥행 10위권에 안착하며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은 극장가를 달군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가파른 흥행 실적을 선보이며 천만 관객을 넘보고 있다.속편 역시 전편에 이어 영화로 체험할 수 있는 영역을 확
◆ 알베르 카뮈와 지네딘 지단의 공통점 찾기 알베르 카뮈(1913~1960). 과 , 를 쓴 프랑스의 작가지네딘 지단(1972~현재). 프랑스의 전 축구선수, 현 축구 감독문학을 애호하는 이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각각 모를 리가 없는 이름들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단 프랑스 국적을 가진 이들이다. 여기에 추가로 덧붙이자면, 두 사람 다 ‘알제리’와 관련이 있다. 알제리라면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와 면한 국가 아닌가? 프랑스 국적의 둘이 왜 알제리로 묶이게 된 걸까?카뮈는 ‘피에 누아르
1_ 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 역사는 공명정대할 것 같지만 실은 편파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순으로 도구의 재료에 따라 선사 시대를 구분하고 있지만 그런 도구들은 주로 사냥에 나선 남성들의 것으로 상대적으로 오래 보존되는 재질 때문에 후대에 자료로 쓰이는 데 가깝다. 당시에 사냥은 효율성 측면에서 그렇게 썩 좋은 식량 확보 수단은 의외로 되지 못했고, 채집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그러한 채집은 대개 여성들이 전담했고, 채집의 성과는 썩으면 없어지는 재료로 만든 바구니 등으
1_ 정치의 주체가 아닌, 인질이 되어가는 시민들 20대 대선이 이제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질 선거는 최초로 21세기 출생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선이기도 하다. 대선이 끝난 직후엔 숨 돌릴 틈도 없이 6월 동시 지방선거가 연속으로 예정되어 있다. 2020년대 한국 사회의 향방을 좌우할 중차대한 결정적 국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기다.하지만 주변에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두 후보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들 아니면 대체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체념이 교차할 뿐이다. 한국 사회의 전망이나 미래
경산마을학교는 23일과 28일 이틀간 『마을역사탐방 프로그램 – 기억의 열쇠로 다시 찾는, 코발트광산』 행사를 진행했다.이번 행사는 경상북도인재평생교육원의 ‘2021 이웃사촌 학습마을 조성 지원 사업’ 보조금을 받아 추진한 사업으로 10월 19일까지 온라인 신청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열렸다.23일 탐방은 경산마을학교 강사 4명(총괄 강사 1명, 대학생 강사 3명), 청소년 및 주민 14명이 참가했다. 28일 탐방은 마을학교 강사 4명, 경산 청자연학교* 학생 9명 및 인솔교사 1명, 주민 3명이 참여했다.코발트광산 탐방은 위령탑 참배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본부장 김태영)는 지난 3월 노동자들이 알아야 할 주요 주제들에 대해 대담과 토론 형식으로 정책교육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 ‘민주노총 경북TV’를 통해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이번 영상의 주제는 기후위기와 그린뉴딜, 4차 산업혁명(디지털 전환), 일자리보장제, 노동정치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뉴스풀에서는 4개의 강의와 종합토론에 대해 다섯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글 싣는 순서1. 세계 경제, 한국자본주의, 기후위기와 노동의 대응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2.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대응(임운택 계명대학교 교수)3
#1. 에펠탑은 파리에 있어야 아름답다.산업화와 농촌의 공동화가 진행되며 온 산천에 에펠탑을 닮은 송전탑이 우후죽순 꽂혔다. 송전탑이 안전해서, 보기 좋아서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겠지. 그동안은 어쩔 수 없다며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먹고 살기 바빠서 용인해 왔으나 송전선은 점점 고압이 되어왔고, 송전탑은 따라 커졌으며, 밀양에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2. 쇠사슬 투쟁과 사사오입평생 농사만 지었고 남은 것은 작은 땅뙈기뿐인 밀양의 농민들이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묶고 고향을 지키려 몸부림쳤으나 한전은 기어이 고
소율이에게겨울은 겨울이구나. 영하 15도라니 대단한 날씨다. 바깥에서 일을 하니 손, 발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는다. 하늘에는 눈이 펄펄 내리고 찬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작년에 보지 못한 눈을 구경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역시 겨울은 눈 구경만 한 게 없다.겨울이면 눈썰매를 타러 다녔어. 지금처럼 놀이동산에 가서 타는 게 아니라, 들판과 산속을 들개들처럼 헤집고 다니며 타는 거지. 거북선이 근사하게 그려진 비료 포대를 들고, 눈이 가득 내린 산이나, 못 둑에 올라섰어. 칼바람이 볼을 때리고 머리칼 속에서 이마로 땀이 흘러내렸어
소율아!하늘에 솔잎을 던져 놓은 것처럼 잠자리가 수북이 날아다닌다. 완연한 가을이다.가을비가 내리고 들판의 콩잎들이 노랗다 못해 투명하게 물이 들면 아이들은 메뚜기를 잡았어. 투명한 유리병을 허리춤에 하나씩 차고 저금통에 정성 들여 저금하듯 꼬깃꼬깃 잡아넣었지.한 병이 꽉 차면 의기양양 집으로 들고 가 어머니께 자랑했어. 참기름에 볶아 소금을 치면 고소하고 맛있는 밥반찬이 되었지. 반찬 하려고 잡기도 했지만 심심해서였어. 손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 손에 잡히는 대로 장난을 쳐야 했지.메뚜기, 방아깨비, 여치, 귀뚜라미,
1. 2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오다 1996년 1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25년간 급한 일이 없으면 늘 10월 초중반은 부산에 있었다. 2020년 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평소보다 2주 늦게 열렸고, 캐리어에 이것저것 살림을 꾸려 길게는 두 주 가까이 머물던 것을 이번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꼭 보고 싶었던, 그리고 이번이 아니면 보기 힘들 것이라 예상한 작품이 하나 있어서였다. 얼마 전 소개한 을 연출한 하라 가즈오 감독의 신작 이다.전날 밤을 본의 아니게 꼬박 새우고 새벽 기차로 부산역에
1. ‘옛날 옛적 혁명의 시대’일본의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는 한국의 1987~1991년에 비견된다. 전 세계를 뒤흔든 1968년 전후의 ‘68혁명’ 시기에 막 경제부흥을 이룬 일본 또한 내재된 사회불안이 폭발했고 ‘전공투’(전학공투회의)로 대표되는 일본학생운동의 전성기를 통과한다. 전공투 출신 중 다수가 대학 졸업 후 기성세대에 편입되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지속적으로 ‘신좌파’ 운동을 이어간다. 하지만 1970년대 초반 ‘산악 베이스 사건’과 ‘아사마 산장 사건’ 등으로 사회적 지탄과 함께 축소된다. 이런 일본 신좌파 운
소율이에게 코로나19.무슨 외계행성처럼 낯선 단어가 공포를 몰고 다닌다.소율이도 개학이 늦어져 아직 집에 있지?어린이집도 폐쇄돼 삼촌도 육아 격리 중이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봄날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지겨운 생활에 아득한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기억이 안 나던 것도 기억이 나구나.턱에 총상 자국이 선명하고 이북 사투리가 심한 옆집 ‘기도원’ 원장 할아버지 눈은 회색빛이었어. 한국전쟁 때 인민군을 피해 내려왔다는데, 모든 재산을 다 두고 왔다며 북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지. 눈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멀리 떨어
소율에게올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났구나. 날씨까지 따뜻하니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이 더 바쁘다. 이대로 봄을 맞이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겨울이 추워야 병해충도 덜하고 농사가 잘 되는데, 설이 지난 지금까지 눈이라곤 한 톨 내리지 않고, 비가 내리다니. 농사도 농사인데 그것보다 첫눈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다. 펑펑 쏟아지는 눈 속을 달리며 얼굴에 달라붙는 수박씨 같은 눈을 느끼고 싶다.이번 설에 할아버지 집에 온 네 모습을 보니, 훌쩍 큰 것 같아 삼촌 기분이 좋더구나. 씩씩하게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세뱃
1_ 1933년 당대의 “현재”적 상황1929년, 대공황이 전 세계를 휩쓴다. 서구 제국주의 강국들은 식민지를 묶어 경제블록을 구축하고 불황에 납작 엎드리며 견디고, 지난 세계대전에서 패했거나 이득을 얻지 못한 여러 후발 제국주의 국가들에서 파시즘과 군부독재가 횡행하는 것을 방관한다. 한편 1917년 혁명 이후 구 러시아 제국이 탈바꿈된 “소련”,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은 혁명 직후 러시아 내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열강이 철수한 뒤, 전 세계 육지의 1/6을 차지한 채 서구 세계 바깥에 존재하고 있었다. 파시즘과 장차전(將次戰)
1_ 1946년생, 영원한 ‘청년감독’의 연대기, 그 30여 년간의 여정 小史2019년 11월 14일, 가 개봉했다. 정지영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이다. 영화에 관심 있는 이들은 검색을 통해 이 영화에 조진웅, 이하늬 배우가 주연을 맡았고, 외환은행 매각 관련 론스타 게이트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며, 괜찮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정도를 쉽게 확인할 것이다. 오랜만에 등장한 사회적 논쟁과 갈등을 소재로 한 상업영화라 반갑고, IMF 구제금융 지원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겪었던 사회적 기억을 복기한다는 측면에서
아침으로는 제법 날씨가 쌀쌀해 입에서 하얀 김이 나와. 올 한 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져.소율아 잘 지내고 있지? 황금빛으로 물든 농촌 들녘으로 농민들은 추수하느라 여념이 없어. 태풍으로 나락이 넘어간 논들 사이로 부지런히 콤바인이 움직이며 추수를 하고 있어. 콤바인이 벼의 이삭을 떨어내고 논바닥에 볏짚을 남겨놓으면 트랙터가 볏짚을 공룡 알처럼 말아 놓아. 추수가 끝난 논에서 흔히 보았던, 흰 비닐로 감싼 공룡 알처럼 생긴 것이 바로 소여물로 쓰이는 볏짚 뭉치야.콤바인이나 트랙터가 없던 시절에는 추수가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추석 때 만난 소율이가 몰라보게 훌쩍 키가 큰 모습에 세월의 빠름도 다시 한번 느꼈어.어릴 적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추석이 참 기다려졌어. 친지들이 벌초하러 오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사촌들과 모여 재미난 장난도 치고. 골짜기 외딴 집에 살았던 삼촌은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특히 숙부님은 손재주가 좋으셨는데 등유 횃불을 만들어 밤늦게까지 불을 밝혀 가재며, 물고기를 잡으셨어. 굵은 철사를 못 쓰는 천 조각과 함께 야구공처럼 둥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