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5시 30분부터 구미역 광장에서 스물두 번째 촛불이 켜졌다. 서울은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데 구미 촛불이 스물두 번째가 되는 이유는 8월 26일부터 시작된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구미시민 촛불문화제’가 7차례에 걸쳐 먼저 베풀어졌기 때문이다.시민이 지킨 스물두 번째 촛불매운 날씨에도 역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백여 명 남짓이다. 42만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보잘 것 없는 숫자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한파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뜻으로 나온 이들이다. 김천사드대책위에서 보내주었다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오리털 파카를 꼭꼭 여민 시민들의 열기도 만만찮았다.추위에도 불구하고 집회는 얼마간 고양된 가운데 계속되었다. 사회자는 남유진 시장이 오늘 ‘탄핵 기각 서울 집회’에
어제 오후에는 흔한 낮달이 떴다. 파란 하늘 가운데 하얗게 박혀있었고 반달보다 조금 컸다.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다 큰 사람도 그것을 ‘해’라고 우기는 경우가 있다. 아주 옛날에 중학생이던 사촌누나가 그것을 해라고 했었다.나는 어린 마음에 '과학 시간에 낮달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 과목을 포기했나? 아니면 국어시간에 배운 시적 표현인가?' 싶어서 다시 물어보았지만, 누나는 이렇게 말했다."아니, 무슨 훤한 낮에 달이 뜨냐?" 저거라고 가리키려고 했더니, 하필 낮달이 보일 때 해는 저쪽 산 뒤로 넘어가 있다. 아주 잠깐 이렇게도 생각했었다. 누나가 미쳤나? 그러나 곰곰이 살피니 누나는 진심이었고, 우리는 코스모스 밭까지 가던 논둑을 다시 걸었다.둘 다 지방 사람인 아내와 나는 서울에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꽁다리수육의 비계가 제일 맛있다. 물론 삼겹살에도 비계가 제일 맛있다. 김치랑 같이 먹으면 조화롭다. 치킨을 시켜 먹으면 예전엔 불편했지만, 요즘은 목과 날개 부분이 제일 맛있다. 닭다리의 손잡이 부분도 좋지. 여름에 삼계탕 먹을 적엔 닭껍질도 먹을 만했다.껍질 하니 생각나네. 고등어구이의 껍질이 또 그렇게 맛있다. 고동색의 등 부분도 조금 떫은맛이 점점 더 좋아지더라. 딸기는 빨간 부분보다 잎 손잡이 달린 하얀 부분이 몸에는 더 좋을 것 같이 느껴진다. 수박도 하얀 부분에 가까운 쪽이 더 좋아.김밥하면 꽁다리지. 한 입 넣으면 입안에 가득. 꽁다리 하니 또 생각나는 게 피자 꽁다리! 가운데 치즈가 안 들어 있어도 담백하니 좋다. 점점 더 담백한 게 좋은가봐. 식빵 껍질도 예전엔 싫었지
'고맙다'와 '감사하다' 사이엔 뜻 차이도, 위계도 없다어느 인터넷신문에서 의 손석희가 ‘감사합니다’ 대신 ‘고맙습니다’를 쓴다는 점을 가리키며 “‘고맙다’는 말 쓰는 것이 건방진 게 아니라는 점 인식할 필요 있다”고 환기해 주었다. [관련 기사 : 손석희는 왜 “감사합니다” 말고 “고맙습니다”를 쓸까]나도 고마움의 인사는 ‘고맙습니다.’로 한다. 의례적인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행사를 진행할 때도, 여럿을 대표해 인사를 할 때도 ‘고맙습니다’만 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고맙다’보다 ‘감사하다’가 더 격식적인 성격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허쉬파피 워커를 좋아했다. 요즘은 허쉬파피 매장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지만, 대형마트 젤 안쪽에 찾아보면 꼭 한 군데씩 자리하고 있다.이 워커는 2010년 말쯤에 산 것 같다. 나는 운동화가 없다. 그때부터 주구장창 신고 다녀서 지금은 낡디 낡았다. 물론 경조사 등의 정장을 입어야 하는 경우에 착용하는 검정 구두가 하나 있다. 9년 전인가, 10년 전인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아참! 결혼이란 걸 했었지-그날 하루 ‘필요’해서 산 검정구두를 지금도 쓰고 있다. 신을 일이 잘 없어서 지금도 멀쩡하다. 게다가 경찰이신 처갓집 삼촌들이 경찰용 검정구두를 나랑 발이 맞다고 두 켤레나 주셨기에, 그것들을 모두 신으려면 앞으로 20년 쯤 더 걸릴 것 같다.또한 매년 여름에는 저 워커가 잠
'경상북도 구미'하면 '박정희(1917~1979)'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시내 상모동에서 태어나서 만주군 장교를 거쳐 해방 뒤 쿠데타로 집권한 그 덕분에 오늘의 구미가 만들어진 건 부정할 수 없으니 말이다. '선산군 구미면'은 그가 이 고을에 공업단지를 유치하면서 '선산읍'을 거느린 인구 40만이 넘는 '구미시'가 되었다. 그는 개발독재를 통하여 근대화를 추진했고,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구가함으로써 구국의 지도자로 기려진다. 18년 독재 끝에 비명에 갔지만 그는 지역에서 가히 '반신반인'으로까지 숭앙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지금 경상북도 기념물 제86호로 지정되어 성역화된 상모동 생가 부근에 세운 5미터 크기의 청동상으로 살아 있다. 박정희의 상모동, 혹은 왕산 허위
요즈음 들어서 기업의 이름, 상품의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반인들에게 많이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명한 상품의 브랜드 네임만으로도 그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발의 나이키, 의류의 피에르가르댕 같은 것들이다.우리나라의 기업이름과 상품의 이름들 중 소비자들에게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을 보면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새우깡, 초코파이, 첨단전자산업의 삼성 애니콜 등이 있다. 이 중 초코파이는 사연이 많은 브랜드이다. 초코파이의 운명을 보면서 한국기업들의 브랜드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사장 많이 팔린 과자류는 단일포장으로는 새우깡, 복수포장으로는 초코파이이다. 즉 초코파이 낱개를 계산하면 초코파이가 가장 많이 팔렸고, 박스 전체를 한
구미시가 지난 12월 7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지자체 청렴도 전국 꼴찌’에 이어, 인사를 담당했던 공무원 2명이 ‘근무성적 평점과 승진 순위 조작’의 혐의로 지난 12월 19일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지난 19일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과거에 구미시 인사를 담당했던 공무원 2명을 근무성적 평점과 승진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하였다. 당시 이들은 인사담당 국장과 담당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이들은 2014년 하반기, 2015년 상·하반기 등 세 차례에 걸쳐 7·8급 특정 공무원 승진을 앞당기기 위해서 같은 7·8급 승진후보 공무원 37명의 근무성적 및 승진 순위를 조작하고, 이에 따라 7·8급 전체 승진 후보자 54명의 순위가 모두 바뀌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비리는 지난 3월 감사원의 구미
생활이란 얼마나 위대한가.나는 오늘 집에서 일한다. 아내가 직장에서 출장이 있어 퇴근이 늦는 날이면 집에서 일한다. 학교를 마친 큰애가 집에 오면 품어서 맞이한다. 간식으로 먹을 떡볶이와 닭 강정을 사러 같이 산책도 한다. 지나치는 아이의 친구들과 인사도 한다. 저 아이는 어떻게 해서 친해졌고, 그 아이는 어떻게 해서 친해졌는지 나에게 설명해준다.유치원 다니는 둘째를 데리러 같이 간다. 나이를 먹고, 아이를 키우면 아이가 자라는 순서에 맞춰 나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면 엄마가 있었다. 뭐든 먹고 있으면, 엄마는 물었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노?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것이 점점 더 귀찮았지만 그래도 아무런 이야기를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엄마의 얼굴.
구미시는 2016년도보다 200억원(1.82%) 증가한 1조1,200억원 (일반회계 9,000억원+특별회계 2,200억원)의 새해 예산안을 제출하였다.현재 구미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 기업의 역외 이전, 이로 인한 전국 최고의 실업률(5.8%) 등으로 기업은 물론 가계까지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이러한 상황에서 구미시는 당연히 경기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위한 각종 투자 유치 활동과 기업 기원 강화, 성장 동력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및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적정한 임금 보장, 복지 확대를 통한 서민 부담 감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그러나 2017년 구미시 예산안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
아내와 아점을 먹다가 가벼운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이번 연말파티를 처제 네랑 보내기로 했는데, 두 해 동안 우리 집에서 파티를 했으니까 이번엔 처제 네에서 하기로 했단다. 처제가 음식과 술도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도 뭘 좀 준비해서 가야되지 않겠냐고 아내에게 물었더니,“뭐, 케이크랑... 닭 한 마리 튀겨갈게.”라고 얘기해 두었다고 했다. 나는 닭 튀길 줄 아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당연히 사서 간다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치킨 집 아저씨가 튀기는 거지 자네가 튀기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아내는 당연히 돈 내고 사는 것이니 대충 좀 알아들으라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그렇게 말하면 닭을 직접 튀긴 치킨 집 아저씨가 섭섭할 거라고 말했다.결국 나는 시원한 욕을 한 바탕 듣
애들을 키우면서 동요를 부르다가 알게 된 것은 같은 멜로디에 다른 노래가 몇몇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알아보고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애들과 노래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이라 뿌듯하고 나에게 의미가 있다.예를 들어 [반짝반짝 작은 별]과 [달팽이집을 지읍시다]와 [ABC노래]는 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이다. 한 번 불러보시라.며칠 전에는 세수를 하며 흥얼거리다가 또 다른 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를 발견했다. 스스로 발견했기에, 무척 자랑스러워 식구들에게 자랑했다.[도깨비 나라]와 [고추 먹고 맴맴]은 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이다. 한 번 불러보시라.음... 매일 아침 어린이집 등교 준비를 할 때는 만화 [짱구는 못 말려]를 틀어두기도 하는데 주제가 개미송을 듣고 있자면 괜시리 숙연해
구미시가 지난 11월 16일 박정희 100년 기념사업을 확정 발표하였다. 그동안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검소하게 치르겠다’던 구미시의 입장과는 달리 전체 예산 규모가 14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이다.구미시는 이미 2017년 사업 계획에 ‘박정희 100년 사업 TF'에서 검토해 오던 ’민방위대 창설 기념식 ‘ 등 기존 검토 사업을 ’박정희 100년 사업‘이라는 이름만 숨긴 채 16억 원에 이르는 사업을 고스란히 반영하였다.그것까지 합하면 ’박정희 100년 기념사업‘은 그 예산만 30억에 이르는 거대 사업이다. 여기에 ‘박정희 100년’을 맞아 추진하고 있는 1400억이 넘게 소요되는 기념물 건립을 포함하면 그 사업 규모는 1,5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구미시민사회에서는
처음 본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는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였다. 당시 한 선배의 말씀이, 당췌 설명이 없는 영화라서 모르고 보면 무조건 자게 되지만, 몇 가지만 인식하면 안자고 끝까지 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그 선배가 말해준 간단한 키포인트들은 생략하고, 나는 당시로서는 꽤 긴 시간의 이 영화를 정말 잠도 안자고 봤다. (만화가가 되어서 알게 된 사실은, 이 영화에 ‘씬시티’, ‘300’의 작가 프랭크 밀러도 출연한다는 것.) 그 이후 지금까지 큐브릭의 모든 영화를 다 봤는데, 오디세이와 오렌지, 메탈 자켓이 제일 좋다.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모든 장면들은 신기하고 흥미로웠지만, 우주인 보우먼이 마지막에 침대에서 죽고 나서 아기별로 탄생하는 장면은 나에게 좀 생뚱했다. 물론 오프닝 때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