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역사는 참정권 확대의 역사선거를 통해 시민의 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자가 권한을 위임받아 정치적 행위를 대리하는 대의정치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이후 지금은 전 세계적인 정치체제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도 신라 시대 육부촌에 모여 씨족의 대표자가 나라의 온갖 일들을 결정하던 시대에서 지방호족들을 제압하고 강력한 왕권 국가가 지속하다가 일제의 침략과 패망을 거쳐 민주공화국이 탄생하기까지 숱한 민중들의 봉기가 있었고 이는 정치는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지를 부당한 권력에 맞서 피 흘려 물은 우리의 역
3월 30일 오후 3시, ‘2020 청소년이 직접 뽑는 4.15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청소년 모의투표 경북운동본부 발대식’이 개최되었다. 이번 발대식은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다수가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권이 없는 경북지역 청소년 100명이 직접 손피켓을 든 인증사진을 SNS에 동시다발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시작되었다.지난 연말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만 19세 이상만이 투표할 수 있었던 불명예를 지우고 만 18세로, 한 살 낮추어졌지만, 청소년을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면서 그들
1. 전염병의 광풍이 끝나고 나면 다가올 것들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시절이지만, 사실 인간의 역사는 수시로 거대한 ‘역병’과 함께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페스트, 콜레라, 스페인 독감, 에볼라, 에이즈, 신종플루, 메르스…. 세균과 바이러스 등 발병원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사육하거나 인간이 접근하기 쉽잖은 자연계를 개척 혹은 파괴하면서 일어난 현상들이다. 먹거나 이용하기 위해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해당 동물 특유의 전염성 질병에 노출되거나, 인간이 예전에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환경에 굳이 진출하면
소율이에게 코로나19.무슨 외계행성처럼 낯선 단어가 공포를 몰고 다닌다.소율이도 개학이 늦어져 아직 집에 있지?어린이집도 폐쇄돼 삼촌도 육아 격리 중이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봄날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지겨운 생활에 아득한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기억이 안 나던 것도 기억이 나구나.턱에 총상 자국이 선명하고 이북 사투리가 심한 옆집 ‘기도원’ 원장 할아버지 눈은 회색빛이었어. 한국전쟁 때 인민군을 피해 내려왔다는데, 모든 재산을 다 두고 왔다며 북에 대한 분노가 가득했지. 눈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멀리 떨어
1_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10년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음 날, 지진의 여파로 일본 동북지역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터지고, 25년 전인 1986년 당시 구소련에서 있었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버금가는 7등급의 위기 상황이 지속된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자력의 통제 불가능한 공포를 상징하는 단어들, “히로시마”, “나가사키”, “체르노빌”의 반열에 “후쿠시마”가 추가되던 순간이다. 그리고 어느새 사건 발생 10년째를
1. ‘역병의 시대’?‘코로나19’의 확산과 지역 감염 공포 속에서 한국 사회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특히나 ‘31번 확진자’ 이후 경북·대구지역은 마비 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외출을 자제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린다. 선의건 악의건 유언비어에 가까운 온갖 정보와 가짜 뉴스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들이 ‘고립’된 이들에게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것처럼 쉽게 퍼지고 있다.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코로나19는 ‘성공적인’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아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류 역사상 거쳐 갔거나 여전히 악명을 떨치고 있는 여
소율이에게봄비가 내린다.봄은 항상 설렘을 주었어. 봄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희망, 기대도 있지만, 유년 시절 봄에 대한 다양한 기억이 몸에 배어 그런 것 같기도 해. 사람이 없어 늘 심심했지만 놀 건 많았어. 아직 겨울 찬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따뜻한 햇볕이 개울물과 자갈돌에 비춰 반짝이던 이른 봄날로 기억돼. 아버지는 저 멀리 산자락 밑에서 밭일을 하고 계셨고, 어머니는 개울 옆에서 봄나물을 캐며 간혹 나에게 찔레순이며 삘기를 까 주셨지. 병아리처럼 엄마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개울물에 돌 던지기를 하고 있었어.“음매
1_ 바르다×제이알을 만나다 88세의 노장 감독 아녜스 바르다는 33세의 사진 예술가 제이알을 만난다. 사진을 인쇄해 공간에 부착하는 예술 실천 활동으로 주목받던 제이알은 십 년째 신작 활동이 없었던 아녜스 바르다에게 포토 트럭(이동사진관 형태)을 타고 프랑스 곳곳을 방문하는 여행을 제안하고, 그렇게 여행은 시작된다. 55년의 세월을 넘어, 서로 티격태격하며 진행한 작업은 2007년 영화 “해변” 이후 10년 만에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완성된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라는 제목으로.아녜스 바르다는 영화 애호가들에게는 여러
1.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다시 보는 북한이라는 케이블 채널 tvN 주말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 후 얼마 전 종결을 맞았다. 현빈과 손예진, 두 중량급 주연 배우들의 열연도 호평을 받았지만, 남한의 재벌 가문 여성과 북한 군부 고위층 남성의 로맨스라는 소재를 받쳐주는 2020년 현재의 북한 묘사가 꽤 세밀하다는 평이다. 어느 정도 자본주의적 요소가 도입된 ‘장마당’ 경제와 그 여파로 빈부 격차가 심화하고 남한 문물과 정보 교류도 물밑에선 꽤 가능해진 변화된 세태가 오히려 판타지처럼 보일 지경이다.물론 현 정부
바이러스 질병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대처한다.1. 바이러스의 진단 2. 바이러스로부터 격리 3. 백신 개발 4. 치료제 개발이 질병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는 판정은 환자로부터 바이러스의 확인에서 시작한다. 바이러스는 워낙 미세하므로, 광학 현미경으로는 판별할 수가 없다. ‘유전자’와 ‘단백질’ 수준에서 바이러스를 동정(同定)하여야 한다. 유전자를 통한 바이러스 확인유전자 수준에서 바이러스 동정은 ‘유전자 증폭 방법’인 피씨알(PCR)을 주로 이용한다. 이 방법은 작은 농도의 바이러스도 검출할 수 있고, 속도가 빠르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미국 발 독감의 공포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 두 바이러스는 외막 아르엔에이 바이러스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공통점으로 인하여, 돌연변이가 심하고, 기포에 의해 확산한다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호흡기를 통해서 감염된다. 그러므로 두 바이러스의 회피 방법은 유사하다. 현재로서는 잘 씻고,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모임을 피하고, 접촉을 회피하는 수밖에 없다.두 바이러스의 감염 증상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양성가닥 단편 아르엔에이 바이러스이고, 독감 바이러스는
소율에게올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났구나. 날씨까지 따뜻하니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이 더 바쁘다. 이대로 봄을 맞이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겨울이 추워야 병해충도 덜하고 농사가 잘 되는데, 설이 지난 지금까지 눈이라곤 한 톨 내리지 않고, 비가 내리다니. 농사도 농사인데 그것보다 첫눈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다. 펑펑 쏟아지는 눈 속을 달리며 얼굴에 달라붙는 수박씨 같은 눈을 느끼고 싶다.이번 설에 할아버지 집에 온 네 모습을 보니, 훌쩍 큰 것 같아 삼촌 기분이 좋더구나. 씩씩하게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세뱃
안동 사람에겐 대표적인 계절 관광지가 두 곳 있다.여름은 ‘길안천’, 겨울은 ‘암산유원지(빙상 스케이트장)’다. 골부리(다슬기) 잡던 길안천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취수 사업으로 시민 품을 떠났고, 하나 남은 암산유원지는 이례적인 고온 현상으로 ‘겨울왕국’이 몰락했다. 시민들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지 못하고 워터파크로 스키장으로 굳이(!) 떠나야 한다.우리는 정말 이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을까? 녹아내리는 북극 빙하를 보며 그저 브라운관 너머의 일이라며 뒷짐 지고 살아오진 않았는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도 한반도도 속이 터져 열불 난다.그
1_ 끝나지 않는 전쟁과 영화 가 개봉했다. 시리아 내전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알레포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만난 부부가 딸 ‘사마’를 낳고, 참혹한 전쟁 와중에 아이가 자라는 풍경을 담은 다큐 영화다.영화 속에 담긴 내전의 잔혹함과 그 상황에서도 깊게 배어나는 가족애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라 한다. 하지만 정작 영화 속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고통을 받는 시리아 내전 상황에 대한 국내의 관심과 인식은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최근 몇 년간 시리아 내전을 다룬 작품들은 꾸준
정부는 1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주의보를 통지하였다. 2015년 봄에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간 메르스도 코로나바이러스이다. 2003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갔던 사스도 코로나바이러스이다.전 세계는 우한 폐렴이 또 다른 사스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과오가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코로나바이러스는 외막 양성 아르엔에이(RNA) 바이러스이다. 외막은 세포막과 비슷한 지질로 되어있다. 외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이 왕관(corona
매주 월요일, 사드부지 공사 강행을 규탄하기 위해 미군 숙소로 간다. 오후 1시 30분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출발한다. 사드 철거를 요구하는 소성리의 투쟁이다. 우리는 평화행동이라고 부른다. 미군 숙소로 오르는 산길은 낙엽이 쌓여 푹신한 오솔길이다. 산은 물을 가득 머금고 있다. 계곡은 쉴 새 없이 물이 흐른다. 가파른 비탈길을 두 번 정도 오르면 큼직한 무덤 하나 나온다. 제법 깊은 산속에도 무덤은 잘 관리되어 있었다.무덤 위쪽 언덕에 올라서면 숨이 가빠 심장은 요란스럽게 뛰어댄다. 잠깐 호흡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요동치는
1_ 1933년 당대의 “현재”적 상황1929년, 대공황이 전 세계를 휩쓴다. 서구 제국주의 강국들은 식민지를 묶어 경제블록을 구축하고 불황에 납작 엎드리며 견디고, 지난 세계대전에서 패했거나 이득을 얻지 못한 여러 후발 제국주의 국가들에서 파시즘과 군부독재가 횡행하는 것을 방관한다. 한편 1917년 혁명 이후 구 러시아 제국이 탈바꿈된 “소련”,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은 혁명 직후 러시아 내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열강이 철수한 뒤, 전 세계 육지의 1/6을 차지한 채 서구 세계 바깥에 존재하고 있었다. 파시즘과 장차전(將次戰)
성주군 소성리는 원불교의 2대 종법사이며 세계 평화와 상생 공영의 ‘삼동윤리(三同倫理)를 통해 평화 사상을 널리 세상에 전파한 정산 송규 정사의 탄생지이자 성장지이다. 사드가 배치된 진밭은 정산 종사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구도했던 구도길이었다. 국정 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탄핵 인용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던 날, 소성리 주민들은 팔을 반만 올려 만세를 불렀다. 원불교 종교인들은 정산 종사의 족적을 따라 걸었던 구도길이 경찰에 가로막혀서 진밭교를 건너지 못하고 길바닥에 주저앉아야 했다. “주민들의 통행길을 열라”“스승님의
1_ 길에서 “들꽃”을 만나다2014년 가을, 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던 현장에서 영화 “들꽃”을 만났다. 영화제의 주 상영 공간인 영화의 전당 관객 라운지 앞 인도에서 일인 시위처럼 영화 피켓을 들고 앉아있는 이들. 그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상영작 과 등으로 부산시의 탄압에 시달렸고, 굵직한 해외 거장들과 국내외 주목받는 감독들의 신작들이 늘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인파가 넘쳐나는 길거리 한구석에 외롭게 앉은 이들의 피켓에 붙은 영화 “들꽃”의 이미지는 낯설었다. 매년 300편이 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수
소율이에게 벌써 2019년이 저물어 간다. 얼마 전에 한 해를 시작한 것 같은데, 며칠 뒤면 2020년이라니. 마흔이라니. 시간은 쏜 화살처럼 소리도 없이 빨리 가네.송년회를 한다고 반가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이 훌쩍 갔어. 어둑어둑 일찍 해가 기울고 안개가 깔리더니,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12월 마지막 날에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다니. 존재를 잊어버린 겨울인지, 한 해가 아쉬운 투정인지.삼촌이 어릴 적 초등학교 때, 겨울 방학식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 한밤이었어. 소변이 마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