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몸’에 대한 편향된 특정 인식을 갖고 있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 이런 속담은 우리 사회가 ‘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말이다. 아프면 치료받아야 하고 치료되지 못한 ‘몸’은 자유경쟁 사회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으므로 장애가 발생하면 ‘쓸모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장애를 두려워하고 장애가 생기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과 교육, 노동, 문화, 여가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이 일상화되고 배제되는 사회구조이기에 그렇다.장애란 불특정 다수에게 우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은 7월 20일 경북 최초로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시행된 포항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와 담당 공무원을 만났다.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당사자 A씨(뇌병변장애) : 저는 활동 지원 없이는 혼자 움직이지도 먹지도 못합니다. 특히 한 번 넘어지면 대소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그런데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나서는 야간에도 제가 가고 싶을 때 화장실을 갈 수 있고, 여러 위급상황이 생겨도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지니 불
아! 슬프도다.어찌 이리도 매정한 현실이 반복되는가? 정부는 노동 현장에서 직업적 단련으로 형성된 기능을 평가받는 자리가 기능대회라고 설명한다. 아니다. 현실과 멀어진 대회는 산업체에서 외면받았고, 지금은 학생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기능대회 개선안을 낸 교육부는 2007년 고 황준혁, 2020년 고 이준서 학생의 죽음으로 보여준 아픈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메달 경쟁 때문에 희생된 학생들의 모습은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죽음의 사슬을 끝내지 못하고 오늘 또 연장하고 있다. 우리는 ‘교육부가 왜 존재하는가?’ 묻지
수도권과 지방이 고속철도망으로 연결되면 과연 균형적인 발전이 가능해질까.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의성-군위로 들어서게 되면 과연 지역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우리를 연결 짓는 일들이 곧 우리를 갈라놓는 일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 놓은 세계가 서로를 가까이 이어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 시대에 들어서면서 문명이 파헤쳐 놓은 대지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다.기후위기의 시대, 언택트 시대의 연결망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우리는 또다시 지구를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듯하다.2023
안녕하세요. 저는 울진에서 살고 있는 황두레라고 합니다. 올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상을 제약받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의 소식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저는 독자분들에게 코로나 이전부터 일상을 누리기 어려웠던 울진군 장애인의 현실을 전하려고 합니다.울진군에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뇌병변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음식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울진군 죽변면 같은 곳에는 커피숍이 매우 많습니다. 사람 만나러, 관광 왔다가, 차 한잔하러 지역 주민분들이 애용하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한 군
‘Plastics can make it possible.’20여 년 전 캐나다 유학 중이던 언니 자췻집에 석 달간 머무르던 당시 보았던 한 텔레비전 광고의 문구다. 액체가 든 페트병이 떨어지며 깨지지 않는 걸 보여주며 이 문구가 나오는데 특정 제품이 아닌 플라스틱 자체를 광고하는 게 특이해서, 또 ‘플라스틱’은 오래 생각해 온 주제이기도 해서 마음에 남아 있다.당시 캐나다의 상황을 잘은 모르겠으나 이 광고로 짐작하건대 반(反) 플라스틱 정서가 있지 않았나 싶다. 환경호르몬이 알려지던 때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 이에 석유에 기반을
2020년 4월 8일은 고 이준석 학생의 부모님에게는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 죽임을 당한 자식을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하는 날이 되고 말았다. 다 큰 자식을 먼저 보낸 학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것도 전인교육과 민주적 시민의식을 기르는 교육의 장소인 학교에서 일어난 반교육적인 일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지난 6월 23일(화) 국회 소통관에서 있었던 신라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 사건 진상조사단의 중간보고 기자회견에 따르면 ‘얼차려를 1시간 동안 받거나, 쇠파이프로 맞은 학생, 팔과 젖꼭지를 꼬집
노동자와 기업 간 근로계약은 대등한 입장에서 맺는 약속이 될 수 없다. 그래서 개인 간 거래로만 맡기지 않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일정한 틀의 갖추는 ‘표준 근로계약서’를 권장한다. 노동자 대부분이 회사에 과정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노동 관련 법률에 따라 보호받는다. ‘대부분’에 속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아직도 많은 것이 우리 사회다. 현장실습생도 그랬다. ‘일과 학습’을 병행한다고 하여, 작년에 8월에 관련 법이 제정되었고 지난 8월에 시행령이 마련되었다. 이 법의 기본 골격은 학생 신분에서 임금노동을 하는데 ‘학습노동자’
9월 3일 대법원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조치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법률에서 위임하지 않은 시행령에 따라 행해진 법외노조 통보는 무효이다.’라며 고등법원으로 이 사건을 파기 환송하였다.이로써 7년간 끌어오던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전교조의 주장과 투쟁이 옳았음을, 나아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로 전교조는 법외노조라는 멍에를 벗게 되었고 해고자들은 그리운 학교로 돌아가 학
해질녘, 출장 길에 나서면서 어깨엔 짐 가방을 메고 한 손엔 작업화를 들고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또래 혹은 조금 더 연배가 있어 보였는데 다짜고짜 일 끝나고 돌아가는거냐 한다. 아마 건설 현장의 노동자로 본 모양이다.일이 끝난 것이 아니라 일을 하러 간다니 놀란 눈치다
소율아!장마를 뚫고 찾아온 무더운 여름이다. 더운 여름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얼굴 본 지도 꽤 오래되었구나. 이번 휴가 때는 시원한 계곡으로 물놀이 가자!여름이면 친구들과 동네 도랑에서 늘 물놀이를 했어. 길가에 굴러다니는 스티로폼 조각을 송편 빚듯 이리저리 돌려 만지고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꽂으면 돛단배가 만들어져. 거기에 근사한 이름을 붙이면 별다른 것이 없어도 해가 질 때까지 종일 신나게 놀 수 있었지.뱃놀이도 슬슬 지겨워지면 골목길 끄트머리에, 항상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앉아 있는 ‘국자’ 가게로 달려갔어. 달고나
장맛비 오는 날물 새는 오피스텔현관문 입구하고 주차장 안쪽으로 빗물이 흐르더라고요 활동지원사가 없는 밤에비가 많이 와서 집에 물이 새면 장애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하라!” 글 _ 이종광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경산시지회장
2015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다운 씨가 학교를 자퇴하고 지역의 여러 학교 앞에서 들었던 대자보의 제목은 이러했다. “나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그렇기에 실을 끊겠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실의 묵직함이 불현듯 감지될 때가 있다. 정해진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자발적 움직임이 아니라 실들에 이끌려 어딘가로 처박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꼭두각시의 그림자와 함께 불쑥 엄습한다. 실을 끊은 꼭두각시는 무엇이 되었을까, 꼭두각시가 아닌 그 무엇이 될 수 있었을까.같은 해, 의 저자인 김민섭 작가는 “나는 오늘 대학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수립한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의 첫 번째 실천 계획(2021~2025)을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확정했다고 지난 7월 13일 밝혔다. 제5차 국토종합계획은 국토기본법 제9조에 근거한 계획으로 대통령 승인을 거쳐 확정했다.실천 계획은 소관 기관별 추진과제로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의 내용 중 집중적인 관리와 분석·평가가 필요한 사업을 추진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소관 기관별로 보면 국토교통부가 가장 많고(80개), 해양수산부(17개), 환경부(16개), 문화체육관광부(10개) 등
마당에는 말끔히 차려입은 세 사람이 서 있다. 가운데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들의 졸업식 날을 기념하여 남긴 사진인 듯하다. 흰 고양이도 이들의 가족이었을까? 그도 이 기념일에 빠지고 싶지 않아 아들의 옆자리에 서성인다.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흔한 풍경을 담은 이 사진은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니, 다행스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폐허가 된 마당에서 발견되었다. 집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이 무너져 내렸고, 사진 속 주인공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후손인지도 모를 고양이들만이 집터 주변
‘2020 연극 전태일’이 코로나19의 삼엄한 수비를 뚫고 결국 대장정에 나섰다. 매일 터져 나오던 수도권의 산발적 감염 소식 속에서 6월 구로 초연을 치러내고 7월 4일 경산시민회관 공연을 막 마쳤다. 이제 안동으로 향한다. 이 장기 불황에 관의 지원 없이 자발적 우정과 연대로 밥을 모아 전태일처럼 뚜벅뚜벅 걷는다.사막 같은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이 공연에는 젊은 예술 노동자들의 땀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16명의 배우는 두 달 동안 ‘연극 전태일’의 장면들을 만들어왔고 무대마다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집단 수용시설에서 죽은 많은 장애인이 있다. 나와 같은 장애인들이 시설에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족들이 더는 돌보고 싶지 않아서라고 생각했었다. 장애인 시설에서의 생활은 동물원의 창살 없는 공간 안에 갇힌 동물처럼 똑같은 일상이었다.어린아이부터, 청소년기를 지나 나이를 먹은 사람, 인생을 전부 보내는 할머니, 혹은 아프다가 죽은 사람이 많았다. 나도 그렇게 일생을 보낼 줄 알았다. 돌봐주는 가족이 없고, 갈 곳이 없는 나를 받아준 곳이 장애인 시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현실은 할 수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연극이론가인 빅터 터너(Victor Turner)는 어느 인간 사회에서나 엿볼 수 있는 만인이 체험하는 사실로서 사회과정을 사회극으로 보고 이론화하였다. 그는 삶을 기승전결이 있는 하나의 드라마로 해석한 것이다.모든 인간의 삶이 그러하겠지만, 성주 소성리의 현재는 영화와도 같다. 지난 5월 29일 새벽, 그리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6월 22일 새벽에도 국방부와 경찰 병력은 마을에서 군사작전을 펼치며 사드 레이더 부속 장비를 반출입했다. 마을을 드나드는 길은 가로막히고 집집마다 경찰들이 대문을 막아서며 주민들을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제작된 〈2020 연극 전태일-네 이름은 무엇이냐(이하 ‘2020 연극 전태일’)〉가 7월 4일, 경산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경북지역 첫 공연을 펼친다.6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초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공연이다.지난 2월 1일에 출범한 ‘2020 연극 전태일 추진위원회’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정신을 기억하고, 미래세대에 희망을 주는 연극을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하며 모였다.전태일 열사의 이름을 건 만큼 정부의 보조금이나 기금을 받지 않고, 오로지 열사를
며칠 전 경산지역 장애인들을 분노케 한 사건이 있었다. 분노의 시작은 경산의 A장애인단체에서 공익캠페인이라며 내건 현수막 문구였다.‘무단횡단 장애인이 되는 지름길입니다’장애인을 부정적인 존재로 비유한 이 문구에 많은 당사자가 분노했고, 차별 표현이라고 항의했다. 결국, 항의한 그날 현수막은 즉시 철거되었다. A 단체의 대표도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물론, A 단체의 취지처럼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나도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