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다윗 왕이 궁중의 보석 세공사에게 명령했다.“나를 위하여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라.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때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할 글귀를 새기도록 해라. 또한 그 글귀는 내가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함께 줄 수 있는 글귀여야 한다.”세공사는 왕의 명령대로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어떤 글귀를 써넣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고민 끝에 그는 지혜롭기로 소문이 난 솔로몬 왕자에게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다.“왕자님, 임금님의 큰 기쁨을 절제하게 하는 동시에 큰 슬픔에 빠졌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솔로몬이 답했다.“이 글귀를 넣으십시오. 승리에 도취한 순간에 임금님이 이 글을 보시면 곧 자만심이 가라앉
나만의 괜한 개똥철학이 하나 있다.‘개똥’철학이기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을 만큼 쓸데없는 철학이겠다. 그러나 나 혼자만은 근거 없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 허락을 하는 자리에서는 종종 설파하곤 한다. 대부분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무엇이냐 하면,‘그렇게 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면 꼭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이것은 한 가지 바탕이 되는 이론이 있는데, 그것도 내 마음대로 개똥철학이다.바탕이론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자기 마음대로 절대 안 되는 것.’근거를 대라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생각대로 되는 게 있습디까?’근거가 충분해야 신뢰받는 이론이 될 텐데 내가 봐도 무성의하기 짝이 없다.아무튼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면 꼭 그렇게 되기 때문에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어제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오늘 아침에까지 이어진다. 안개비를 뚫고 유학산을 넘어 7시쯤 학교에 도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교문 입구 축구골대에 저렇게 차량 진입금지 줄이 쳐져 있다. 차에서 내려 현관으로 향하는데 배움터 지키미 어르신이 추위에 떨며 현관 앞에 서 계신다. 이 마을에 사시는 분인데, 비가 와서 차량 때문에 운동장이 엉망이 될까봐 그 줄을 치기 위해 일부러 학교에 나오셨다고 하신다. 이 분이 받는 월급이 아마도 70만원 남짓한 것으로 안다. 다른 학교에선 교문 옆에 있는 초소도 설치되지 않아 운동장 벤치에서 기거하며 선량한 목자로서 양떼를 지켜주신다. 이 힘든 노동의 대가로 지불되는 70만원은 너무 박하다는 생각이
연극반에 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이 친구는 연극을 올리면 꼭 와서 보라고 부탁하곤 했다. 나는 매번 나의 첫 번째 애인이나, 두세 번째 애인을 동원해가며 객석을 채우는 역할을 했다. 연극은 공짜지만, 친구를 위해 애인에게 꽃다발을 준비시켰다. 그러나 나는 점점 더 연극의 매력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자들과 호흡을 같이 한다는 것은 나를 몰입시켰고, 매번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느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애인이 흥미 없어 한다면, 혼자서라도 가서 보았다.그중 순진한 내 인생을 크게 뒤흔든 연극이 돈키호테였다. 학생연극답지 않게 뮤지컬의 형식을 취하였는데, 돈키호테 역할을 하던 친구의 친구에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듯 도취되었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하고 살아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곤, ‘이게 사는 건가’를 붙이던데 그게 재밌어서 나도 해보았다.나는 오전 시간이면 아내와 아점을 먹으며, 인간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두 시간 정도 나눈다. 이게 사는 건가.일요일이면, 아내는 열무김치국물에 국수를 말아 주기도 한다. 서프라이즈나 전국노래자랑을 보며 먹는다. 이게 사는 건가.밤이 되면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와 오늘 느낀 인간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한 시간 정도 나누고 잠든다. 이게 사는 건가.출장을 다녀오는 길이면 아내는 들어오는 길에 문방구에서 아이 선물 아무거나 사오라고 전화로 귀띔해 주곤 한다. 이게 사는 건가.일주일에 한 두 번은 아내와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이바돔 감자탕’에서 외식을 하기도 한다. 아내는 뼈다귀 해장국을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교원대 대학원 다닐 때의 일이다.자가 운전을 하지 않던 때라 충북 청원군에 있는 학교로 가기 위해 조치원 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대구에서 조치원까지 2시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며 가는 것은 나의 평범한 일상사지만, 그 날은 특별히 전공과목 원서를 읽고 있었다.내 옆에는 중년 부인 두 분이 앉아 계셨는데 이따금씩 곁눈질로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 중 한 분은 수레에 먹거리를 실고 판매하는 승무원이 지나가자 삶은 달걀을 사서 내게 건네주기까지 하셨는데, 나는 이 분이 내게 품으시는 특별한 호의의 배경이 대충 읽혔다. 나는 호의에 감사 인사를 드리며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다시 열공 모드로 돌아갔다. 뒷좌석에선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내
구미시에서 기금을 출연해 운영하는 (재)구미시 장학회(이하 구미시 장학회)가 2011년부터 대학생 신입생들에게 ‘진학우수생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서울대 진학생에게 특별 대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구미시 장학회의 2016년 장학생 선발 계획에 따르면 ‘진학우수 장학생’ 40명을 선발하면서 서울대 입학생은 무조건 1순위로 우선권을 부여하고, 다른 대학 입학생은 ‘수능 응시과목(제2외국어는 제외) 백분위 평균으로 선발’하겠다고 지급기준이 명시되어있다. 서울대 입학생에 대한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다. 더욱이 구미시는 2015년까지 부모가 구미시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에 대해서는 1인당 3백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였다고 한다.구미시 장학회의 이러한 지급 기준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오늘은 주제가 좀 뜬금없다. 산학협력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나는 학부에서는 교육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인력개발(기업교육)로 학위를 땄다. 그리고 현재 기업 내 교육담당자로서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각종 학교 관계자들이 산학협력을 제안하며 만나길 원하는 경우를 보기도 했다.요즘은 대부분의 학교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다보니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산학협력을 확대하려는 노력 역시 게을리 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특정 기업에 특화된 교과목으로 적합한 인재를 육성해주겠다는데
조금 전에 점심밥을 먹고 왔다. 요즘 신이 나서 이용하는 점심밥집은 바로...만석꾼 기사식당!!! 인동 도서관 앞에 위치하고 있다. 사천 오백 원 하는 자유정식은 마음대로 퍼다 먹을 수 있다. 이름도 얼마나 좋은가. 난 ‘자유’란 말만 들어가면 무조건 좋다.옛날엔 3천 원이 상한선이었다. 이 금액을 초과하는 식사를 하루 두 끼 사먹으면 개인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밥집들이 밥값을 전체적으로 올렸다. 요즘은 김밥천국에서도 4000원짜리 오므라이스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나도 상한선을 4500원으로 상향조정 허용하였다. 자유정식은 점심시간에만 운용된다.12시 조금 넘어서 찾아가면, 꼭 근처에서 일하는 작업화 신은 인부들과 같이 동행하게 되는데 만석꾼 기사식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우리에게 숨겨져 있었던 멋진 추억들을 하나 하나씩 끄집어 내어 주었습니다. 얼마 전 어렸을 때 같은 동네에 살았던 친구와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며 그 때 그 시절 '응답하라 1988' 처럼 누가 먼저 다른 동네로 이사 갔더라? 하며 추억을 함께 나누었습니다.그런 추억 중에서 음악을 좋아하셨던 분들이 가장 기억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LP(Long Play의 약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40대 이상 이시라면 아마도 한번 쯤은 LP를 선물로 주신 기억이 있을 것 같은데요 90년대 들어 오면서 디지털의 힘에 밀려 LP는 점점 사라지게 되었고, 요즘 세대는 이 LP 조차도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저도 LP를
오늘 아침엔 둘째의 어린이집 선생님이 거신 전화에 놀라 잠에서 깼다.바깥 날씨가 좋아 아이들 코스모스 구경 갈 건데 늦지 않게 좀 데려다 주셔요, 아버님.선생님인 아내와 첫째는 이미 학교 가고 없고, 나는 부랴부랴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빗기고, 묶어서 코스모스 밭으로 떠나기 직전의 꾸러기 어린이집 차에 둘째딸을 실어 보냈다. 내 얼굴에 찍힌 담요자국은 아직 펴지도 못했는데...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내뿜는 아침 첫 담배는 꿀맛이다. 꼬나물고 습관처럼 전화기를 꺼내보니 생뚱한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새벽 2시 24분, 내가 쿨쿨 자고 있을 때 도착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짧은 문자는,‘믿음은 어디에서 오나요?’며칠 전에 내가 페이스북에 한심한 사연과 함께 전화번호를 밝힌 바가
석 달여 전에는 5년 넘게 쓴 스마트폰을 바꾸게 되었다.어느 날 아침, 밤새 100% 충전되었을 스마트폰이 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딱히 전화 올 곳도 없으면서 하필 이런 순간 가을시장 천만 관객 영화를 만들기 위해 내 만화원작을 1억에 사겠다는 전화라도 오면 어떡하나 싶어서, 둘째를 어린이집에 던져놓자마자 삼성 AS센터로 날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오래된 삼성 S2는 다시 눈뜨지 않았다.내 만화를 미국 시장에 진출시켜서 퓰리처상을 노려보자는 전화라도 올지 몰라 AS센터 직원에게 당장 새 폰을 살 테니 데이터를 옮겨달라고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말했다. 그는 아무리 고물이 된 기계라도 전원만 켜지면 데이터를 옮길 수 있지만, 아무리 멀쩡한 기계라도 전원이 켜지지 않으면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
나는 공공도서관을 좋아하지만, 솔직히 가끔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나만 보면 고요한 도서관에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인사하지 않는다. 벌써 3년여 넘게 나만 보면 인사한다. 나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지만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르고 그도 나를 누군지 모른다. 그는 하루 종일 모든 신문을 본다.오늘은 이상한 일이 두 번 있었다. 노트북실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옆에 타블렛을 연결한 후 편집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옆에 와서 마우스 대신 이상한 판때기(타블렛)를 펼쳐놓고 일하는 게 신기했는지, 타블렛과 내 노트북 화면을 연신 번갈아 보았다. 뭐, 신기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