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 “뉴스타파”의 신작 , 12월 12일 개봉하다뉴스타파는 속칭 ‘이명박근혜’ 시대, 공중파 방송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당시 정부의 입맛대로 좌우되던 시절 각 언론사에서 해직된 기자와 피디 등 언론인들이 중심이 되어 2012년 탄생한 인터넷 대안 언론이다. 정부의 검열 문제가 아니라도 광고주의 구미에 맞지 않는 내용을 자체적으로 걸러내기 십상인 주류 언론과 달리, 시민들의 후원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며 성역이 없는 공정 보도를 표방한다. 인터넷 뉴스로 시작하여 단발 뉴스가 아니라 심층 취재를 통한 탐사보도를 지향하는 방향성 덕
1_ 78년간의 순애보, 마지막 7년을 담아내다는 지리산 기슭에 있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단천 마을에서 78년을 함께한 이종수, 김순규 두 노부부의 말년을 7년여에 걸쳐 담아낸 기록이다. 방송용 다큐를 15년간 제작해온 최정우 감독은, 2011년 이 부부를 촬영하기 시작해 2012년 방송에 내보낸 뒤, 거듭 특집 다큐를 기획했지만, 데스크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다. 이미 노부부의 삶을 담은 가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공전의 흥행을 기록한 뒤라 그 아류로 비교를 당하는 데 대한 우려였을 것이
봄의 기운을 보낸 초 여름날, 풀이 자라는 속도를 낫이 따라가지 못했다. 아침마다 진밭의 아침기도회에 참석하고 불법으로 배치된 임시 사드기지 앞에서 평화행동을 했다. 마치고 나면 아침밥 먹을 새도 없이 고추밭으로 향했다. 달마산으로 오르는 길에 넓은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논과 밭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나의 고추밭도 그 어디쯤 위치하고 있다. 초 여름날, 밭에서 김을 매고, 고추 모종의 가지를 친다. 밭고랑의 풀은 순식간에 자랐고, 비닐 구멍을 뚫고 올라오는 풀도 고추 모종 키만큼 자라고 있었다. 아침 8시 30분이 넘어 밭일은 시작
소율아 잘 지내고 있어?오늘 아침 마당에는 하얗게 서리가 왔어. 창문을 열어놓으니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덮친다. 이쯤 되면 겨울이 왔다고 할 수 있겠지.삼촌이 어릴 적 살던 집은 산골의 기역 자 한옥이었어. 당연히 보일러 대신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불을 때 온돌방을 덥히고 물도 데웠어. 그러다 보니 겨울철에 따뜻한 물이 귀해 머리를 잘 감지 못했어. 하루는 머리가 가려워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머리에 이가 생겼다는 거야. 어머니께서는 시간이 지나 쓸모가 없어진 지난달 달력 한 장을 찢어 하얀 면이 나오게 뒤집어 펼치셨어. 그 옆
소성리 할매들의 노래패 ‘민들레합창단’은 꽤 긴 방학을 끝내고 다시 노래연습을 시작했다. 매주 모이던 요일도, 젊은것들 편의를 봐주신다고 월요일로 변경했다.지금까지 기타 반주를 맡았던 ‘정 가수’는 기꺼이 소성리 할매들을 위해서 시간을 내었고, 노래 선생님이 되어주셨다. 더듬거리는 순박한 말투에 해맑은 웃음을 자아내는 노래 선생님은 핵심을 콕 찔러서 딱딱 가르쳐준다. 소성리 할매들은 나이 어린 선생님이 아들 같고, 손자 같아서 편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난롯가에 모여 앉을 때면 ‘진석이가 가르쳐주니까, 노래가 잘 불린다’고 소곤소곤
1_ 1946년생, 영원한 ‘청년감독’의 연대기, 그 30여 년간의 여정 小史2019년 11월 14일, 가 개봉했다. 정지영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이다. 영화에 관심 있는 이들은 검색을 통해 이 영화에 조진웅, 이하늬 배우가 주연을 맡았고, 외환은행 매각 관련 론스타 게이트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며, 괜찮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정도를 쉽게 확인할 것이다. 오랜만에 등장한 사회적 논쟁과 갈등을 소재로 한 상업영화라 반갑고, IMF 구제금융 지원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겪었던 사회적 기억을 복기한다는 측면에서
‘문맹’과 ‘검정고시’의 기억을 되짚어보다가끔 버스를 타고 지나치다 보면 성인 검정고시 학원 광고를 지루한 김에 훑어보곤 했다. 왜 중장년층이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 자격시험을 봐야 하는지 궁금했다. 나중에야 부문 문맹이 그 세대에도 어느 정도 잔존해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 문제를 다루는 방송 다큐멘터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다큐멘터리들이 재편집을 거쳐 극장에 걸리곤 하는데 특히 2019년 상반기에 관련 소재를 다룬 두 편의 영화가 극장을 찾았다. 이조은 감독의 와 김재환 감독의 이다.1945년
아침으로는 제법 날씨가 쌀쌀해 입에서 하얀 김이 나와. 올 한 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져.소율아 잘 지내고 있지? 황금빛으로 물든 농촌 들녘으로 농민들은 추수하느라 여념이 없어. 태풍으로 나락이 넘어간 논들 사이로 부지런히 콤바인이 움직이며 추수를 하고 있어. 콤바인이 벼의 이삭을 떨어내고 논바닥에 볏짚을 남겨놓으면 트랙터가 볏짚을 공룡 알처럼 말아 놓아. 추수가 끝난 논에서 흔히 보았던, 흰 비닐로 감싼 공룡 알처럼 생긴 것이 바로 소여물로 쓰이는 볏짚 뭉치야.콤바인이나 트랙터가 없던 시절에는 추수가
1_ 오랜만에 돌아온 본격 탐사보도 다큐멘터리11월 14일 개봉을 준비하는 한 편의 4대강 관련 다큐멘터리가 있다. ‘아직도 4 대 강? 열받지만 다 끝나버린 사건 아닌가?’ 의아한 질문을 던질지 모를, 그 4 대 강을 주제로 만들었다. “삽질”, 제목도 참 간단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과 세월은 간단하지 않다. 13년 걸렸다고 한다. 영화 은 어떤 영화일까?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반도 대운하는 ‘4 대 강 정비 사업’으로 변신했고, 22조 2천억(토지수용 및 기타 추가 비용 때문에 30~34조로 보기도 한다
지난 9월 28일 한밤중이었다. 소성리 평화마당 단체 카톡방에 몇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줄이 끝도 없이 이어졌고, 현란한 불빛으로 거리를 가득 메운 서울의 모습이었다. 서초동 대검찰청 앞은 촛불 인파 50만 명이 모여서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을 외친다는 소식이었다. 조금 후에 촛불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했고, 또 마지막 순간에는 200만 명의 촛불이 서울 도심 한복판을 다 차지했다고 들뜬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나도 검찰개혁이 이뤄지길 바라는 한 사람이다. 그러나 200만 촛불이 야속했다. 벌써 3년이 훌쩍 지난 일이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추석 때 만난 소율이가 몰라보게 훌쩍 키가 큰 모습에 세월의 빠름도 다시 한번 느꼈어.어릴 적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추석이 참 기다려졌어. 친지들이 벌초하러 오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사촌들과 모여 재미난 장난도 치고. 골짜기 외딴 집에 살았던 삼촌은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특히 숙부님은 손재주가 좋으셨는데 등유 횃불을 만들어 밤늦게까지 불을 밝혀 가재며, 물고기를 잡으셨어. 굵은 철사를 못 쓰는 천 조각과 함께 야구공처럼 둥글
1_ 2001년 9월 11일 이후 변해버린 세계2001년 9월 11일, 전 세계에서 뉴스 속보를 보던 이들은 픽션을 초월하는 현실에 경악했다. 여객기를 납치한 무장 테러범들이 각각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미 국방성 펜타곤 건물에 자폭 공격으로 충돌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세계무역센터 건물은 무너져 내리며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다.미국의 상징이라 할 두 건물에 대한 공격과 희생에 격노한 당시 부시 2세 대통령은 사건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조직 ‘알 카에다’, 그들을 비호하는 국가와 조직에 대한 응징을 천명했다. 이후 현재
아침 일찍 고추밭으로 올랐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느라 정신없이 바쁜 8월이었다. 하루 3시간만 농사일을 하겠다는 나의 각오는 잘 지켜지고 있었다. 그날도 빨간 고추를 몇 바구니 따고 내려가려던 찰나였다. 봉정 할매(영화 ‘소성리’ 주연배우 도금연 할머니 애칭)가 나를 불러 세웠다. 땅콩 한 알을 까서 내게 맛 보여주면서 하는 말이.“안동 영감이 혼자서 땅콩을 캐놓고는 다듬고 있길래 옆에서 거들다 왔다. 어여, 땅콩이 알은 작아도 토종이라서 맛은 있더라, 이제 혼자돼서 농사짓겠나 싶어서 걱정했디만 농사지어놓은 건 수확한다고 애묵고
내 생애 첫 연극 공연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불법 사드가 배치된 임시 기지(이하 ‘사드 기지’) 앞에서 마지막 연극 연습을 했다. 달마산의 정기를 받아서 무탈하게 연극을 끝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천지신명님께 정성 들여 기도하듯이 마지막 점검을 했던 거다. 매일 오후 3시 30분이면 사드 기지 정문에서 평화행동을 한다. 참가자들은 군부대를 향해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각자 하고 싶은 발언과 구호를 외친다. 가장 많이 외치는 구호는 ‘사드 빼’와 ‘미군 떠나라’는 요구일 거다. 평화행동을 마치고 사람들은 마을
1_ “정글 스토리”를 아시나요? 김홍준이라는 감독이 있다.우리에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창기를 일궈놓고도 시장님 성함을 틀렸다는 이유로 영화제 집행위원장에서 해직된 후, 충무로 뮤지컬영화제를 이끌며 유의미한 성장을 이뤘지만 올해 또다시 행사가 중단되는 비운을 맞은 영화제 관계자로 기억된다. 하지만, 김홍준 감독은 1994년 으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고, “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이라는 베스트셀러 입문서의 저자로도 유명했었다. 촉망받던 감독이 당시 시나위 등 하드록·헤비메탈 밴드가 부침을
소율이에게 소율아 잘 지내고 있어? 여름방학은 잘 보내고 있는지, 휴가는 잘 갔다 왔는지, 방학 생활이 궁금하구나. 요즘은 실내 수영장과 스포츠센터 실내 놀이터 등 아이들이 놀러 갈 곳이 아주 많은 것 같은데, 삼촌 어릴 때는 그런 것들이 별로 없었어.기껏 해봐야 바다나 계곡으로 놀러 가는 게 다였어. 화물차 짐칸에 솥 하나, 수박 한 덩이, 염소 한 마리 싣고 친지들과 계곡으로 떠나지. 가까운 곳으로 가기에 삼십여 분이면 도착해. 어른들이 음식 준비를 하면 아이들은 물놀이를 시작하지. 이리 첨벙 저리 첨벙 깨끗한 계곡물에서 버들치
1_ 이상일 감독 略史 일본의 대중문화계에는 적지 않은 재일교포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일본 내에서 한국식 이름으로 활동하며 고유의 입지를 굳힌 이들로는, 일본영화감독협회장 최양일 감독(대표작 “피와 뼈”)과, 이 글에서 소개하려는 이상일 감독이있다. 이외에도 독립영화나 저예산 예술영화 쪽에서 활약하는 무수한 감독들이 있지만, 주류 상업영화계에서 티켓파워를 인정받은 이들로는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다.이상일 감독은 1999년부터 영화작업을 시작했다. 대중적인 흥행작으로 2004년, 1968년 전공투 시절의 사회적 분위기를 가미한 캠퍼
1_ 태양과 물과 바람의 문명 동양 문화권에서 ‘쌀’이란 존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동아시아 식생과 기후에 적합하기도 하지만 밀보다 압도적인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결정적이었다. 근대 이전까지 인구 부양 능력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쌀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밀도가 조밀했던 동아시아에서는 대안이 없는 주곡 작물이 되었다.그 선택의 결과는 동아시아 농경사회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규범화되었다. 기후나 농사기술의 한계로 쌀 대신 다른 곡류(‘잡곡’이라 불리던)를 먹는 이들을 주눅 들게 했다. 쌀에 대한 열망은 북만주나 북해도까지 재배한
어느새 차가운 이슬이 데워지는 조금 이른 아침. 옅은 붉은빛 태양이 떠올라 있다. 머뭇거리듯 구름 가장자리로 햇빛이 새어 나온다. 저 멀리 바라본 하늘엔 먹구름 파도가 넘실대고 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태양의 빛은 바람이 몰아 더욱 겹겹이 쌓인 검은 구름 뒤로 가려진다. 그렇다 한들 이른 아침의 체감온도는 26도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오전은 내내 흐린 날씨로 이어진다. 7월의 마지막 주 체감온도 33도. 훅훅 거칠게 몰아쉬는 숨이 이끌고 터질 듯 쿵쾅거리는 심장을 앞세워 산허리에 올랐다. 다행히 쌓이고 쌓여 자유롭게 퍼
소율아 무더위에 잘 지내고 있어?장마다.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는지 비가 많이 오는구나. 천둥소리에, 양철지붕 때리는 빗소리가 더해져 귀가 먹먹하지만 반가운 비다. 여름 무더위에 고생을 좀 했는데 비가 와서 기온도 내려가고 가뭄 해결도 되니 좋다.삼촌이 어릴 때 방학을 앞두고 이런 장맛비가 많이 내렸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다 보면 골짜기 중간중간 불어난 빗물로 산길을 가로질러 계곡이 생겼어. 이미 젖은 운동화로 계곡물을 퍼 나르며 물싸움을 했지. 빗물에 가방은 물론 온몸이 폭 젖어 하얀 김이 펄펄 났어.집 앞에는 자갈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