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의 홍콩을 표상하다 1. 홍콩 小史 pt.1 중화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다 1841년, 아편전쟁의 결과 홍콩섬은 영국에 점령된다.1842년 전후 처리 과정에서 홍콩섬은 영국에 할양된다.1860년에는 제국주의 시대 불평등조약의 하나인 베이징 조약의 결과로 구룡반도까지 포함된 홍콩 일대가 영국에 영구 할양된다.1898년, 홍콩섬과 맞닿은 광동성 해안 일대의 “신계” 지역이 99년간 영국에 조차(租借, ‘특별한 합의에 따라 한 나라가 다른 나라 영토의 일부를 빌려 일정한 기간 동안 통치하는 일’)된다. 이 결과로 현재의 행정구역상
1. 오욕의 시대를 지나 초강대국으로 부활하는 중국중국과 우리는 지난 수천 년 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때로는 침략자로, 때로는 “중화”에 대한 ‘사대’의 대상으로 숭앙될 만큼 그 관계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다. 한제국 VS 고조선, 수ㆍ당제국 VS 고구려(&신라), 요ㆍ금ㆍ원 유목제국 VS 고려, 청제국 VS 조선에 이르기까지 지난한 항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전근대 역사에선 주로 ‘대국’으로 떠받들어주며 당대의 국제무역인 ‘조공체제’(당대 중국의 조공은 대부분 오히려 중국이 적자를 보는 구조였음)를 유지하며 실리를 취해온
조카 소율이에게 오월 날씨가 35도라니 말도 안되게 더운 한낮이야. 올해는 특히나 고온에 이상기온이라 편지 쓰는 삼촌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 안 그래도 뜨거운 햇빛에 눈이 저절로 감기는데, 왼쪽 눈꺼풀이며 눈두덩이에 쌍으로 다래끼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또 이놈의 파리는 왜 이리 많은지 양 볼에 날아들어 심기가 불편하다. 짜증에 짜증이 겹치는 오후구나. 이런 날씨에는 계곡 웅덩이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삼촌이 어릴 적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은 버스에서 내려 4km 정도의 거리였어. 십 리 길이라고도 하지. 초등학생 걸음이 얼
# DMZ국제다큐영화제 대구 앵콜상영회를 준비하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다큐멘터리 영화제로서, 국내의 다른 국제영화제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후발주자인 셈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라는, 상대적으로 비주류 분야와 DMZ라는 지역적 상징성을 결합해 반전·평화와 사회적 다큐라는 주제의식을 명확히 하면서 제작지원과 지역공동체 상영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영화제들이라면 몇 차례씩 겪게 되는 내우외환 속에서도 올해 9월 11회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매년 영화제 상영작 중에서 일정 작품
[카드뉴스 = 제천 간디학교 4학년 고성일, 김규리, 박한별, 이창하 학생기자]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에 둘러싸인 우리어느덧 우리 사회에 정기권이라도 끊은 듯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재앙들이 몇 있습니다. 매년 종류만 달라질 뿐 인간의 배를 채우기 위한 공장제 축산의 부작용으로 벌어지는 각종 동물 전염병과 개인의 과실보다는 체제 부조리에 기원하는 사회적 참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DMZ 철조망을 철통처럼 지키는 수십만의 군인들은 요즘 돼지 열병을 막기 위해 그저 DMZ를 오갈 뿐인 멧돼지를 사살할 태세를 갖추고 훈련 중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유럽 여행지를 찾았던 노년의 관광객들은 헝가리를 흐르던 도나우강에서 참사
여름의 빛은 강하고 아프다. 살결에 조금 닿았지만 타는 듯 살 속으로 파고든다. 대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다는 통점의 메시지로 전해 받는다. 아쉬운 아침 햇살이 지나가고 있다. 빠르게 오르는 빛의 온도는 투명한 아지랑이로 피워 오른다. 마치 투명하게 그르렁거리는 진동, 숲 머리 위 얕은 움직임을 움켜쥔 채 강한 빛살들과 함께 있다. 그렇게 숲은 온몸으로 뜨거운 것들에 맞서고 있다. 피곤한 몸이 며칠 전부터 이어져서인가. 남편에게 누락된 식물조사를 도와 달라 매달려 응석을 부린지가 언제였던가. 꾸무럭거리다 시원한 바람 때를 놓치고
0_ 느닷없이 ‘괴수 영화’?모두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을 논할 때 뜬금없이 ‘괴수 영화’에 관한 글을 기고합니다. 5월 29일 개봉한 입니다. 전형적인 장르의 법칙에 충실한, 괴수가 등장해 도시를 파괴하는 영화입니다.봉준호 감독의 이전 작품이자 국내에선 최고 흥행작이었던 도 괴수물이지요. 괴수물이라는 장르는 참 특이합니다. 상업성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배경이 녹아들기도 합니다. 한 장르에서 동상이몽을 하게 만들죠. 수많은 일본영화의 거장과 괴작들의
차가운 밤기운이 봄바람으로 바뀌고, 특유의 봄 내음이 좋은 요즘이야. 삼촌이 어릴 적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하굣길에 친구들과 놀던 개울가에는 작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봄이면 햇살에 물이 데워져서 손을 넣으면 뜨뜻미지근한 것이 차갑지 않아 기분이 좋았어. 웅덩이 속에는 개구리 알이며, 올챙이며, 송사리 같은 것들이 가득 있었는데, 올챙이 옮기기 놀이가 아주 재밌었단다. 올챙이 등을 빨대로 살짝 빨아, 빨대 아래에 붙여 반대쪽 깡통으로 옮겨 담는 놀이였어. 친구들과 이 놀이를 할 때면 주먹이며 이마에 땀이 맺혔어. 긴장을 놓쳐
0_ 오욕과 혼란의 시기에는 되돌아보는 지혜가 절실하다 5월 18일이 지났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여전히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비합리적 의심의 표적이 되었고, 정치적 주판알을 굴리는 세력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극우 미디어 정치의 문법에 충실하게 선동적 언사를 내뱉는 중이다. 대중은 경제 불황의 그림자 속에서 조급해지고 뭔가 ‘화끈’한 것에 목말라 있다. 정치와 사회의 “불닭볶음면화”라고 해야 할까? 자극적이지 않으면 관심 두지 않고, 진위를 가릴 때쯤이면 이미 더 ‘쎈’ 걸로 옮겨 탄 지 오래다. 그런 말초적
1_ 전주국제영화제를 다녀오다!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5월 2일부터 11일까지, 10일간 총 275편의 영화 697회 상영, 관객수 85,900명을 기록하며 끝났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국내 영화제 no.2로 공인된 전주국제영화제지만, 어쩌면 뉴스풀 독자들에게는 쉽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행사일 것이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쉽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 만한 내용들이 전주국제영화제에는 많다.제10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를 마치고 이것저것 뒤처리를 마치자마자 짐을 꾸려 전주로 향했던 필자
봄 햇살은 머리카락부터 코와 턱선을 넘어 가슴을 데우는 데까지 단 몇 초면 충분하다. 이른 아침, 희뿌연 뭉게구름에 갇혀 허우적거리며 아무리 헤어 나오려 해도 깊은 잠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순간 데워진 마지막 봄볕을 배웅이라도 할 작정이었나? 허공을 휘저으며 버거웠던 눈을 떠 본다.방사형으로 쏟아지는 빛은 하늘 아래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직각으로 닿아 눈부시다. 수많은 구름들이 겹쳐진 가장자리를 뚫고 세차게 뻗어 나가는 빛 입자들은 눈동자를 덮고 있는 연약한 살갗에 내려앉아 간지럼을 태우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속도감으로 강
1_ “전설의 귀환?” 재개봉까지의 긴 여정우리는 흔히 현재의 틀로 과거를 재단하곤 한다. 2019년 현재 누구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상을 촬영하고, 간단한 편집을 거쳐 유튜브에 올릴 수 있다. 하지만 40년 전에는 심지어 VHS(비디오)를 만드는 것도 방송국이나 충무로 영화제작사 외에는 사실상 불가능했었다.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함께 비디오 카메라와 VHS 플레이어가 점차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제도권’ 외부에서 영화 비슷한 것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탄생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개개인이 DSLR과 액션캠, 맥북
4월이다올해도 국가가 불법적으로 사드를 임시배치한 성주 기지에 공사가 예정되어있다. 공사는 4월이라고 이야기가 돌았지만,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봄이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가셨지만, ‘NO THAAD’가 적힌 롱패딩은 벗지 못했다. 아침과 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뒤늦은 꽃샘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나무는 싹을 틔웠고, 벚꽃을 피웠다. 성주 사드 기지 철조망을 사이에 둔 채로 산허리에 진달래가 흐드러졌다.초록빛이 감도는 겨자색 생강나무꽃이 예뻐서 찻주전자 속에 넣어두겠다며 나뭇가지를 꺾었다. 둥굴
농사 작심농사를 짓자고 마음을 먹었다. 텃밭 가꾸기가 아니라 내 생업으로, 내 생계를 유지할 방도로 농사를 짓기로 했다. 날마다 소성리로 간다. 불법하게 임시배치 된 사드기지 앞에서 아침 평화 행동을 했다. 겨우내 사드기지로 오르는 길에 한눈팔지 않고 사드 뽑는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고 외쳤다. 다짐을 지키는 방법, 생계를 유지할 방법, 글 쓰면서 먹고 살 방법은 묘연했다. 농사를 짓자고 마음을 먹고 나니 한시가 바빠졌다. 이미 봄은 다가왔고, 농부들은 바쁜 걸음을 재촉해 땅을 고르고 퇴비를 뿌리고 있었다. 농사를 짓자고 마음먹고 나
0_ 4.16이 지난 뒤 올리는 4.16에 관한 이야기 2014년 4월 16일 이후 5주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한국 사회는 누군가에겐 엄청나게 큰 변화가,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근본적인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뭉뚱그려 보자면 5년 중 전반부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았던 전 정부와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반격이 기적처럼 일어나는 순간이었고, 후반부는 그런 변화의 열망이 가라앉는 과정으로 보이기도 하는 시간입니다.혹자는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로 거리의 축제는 끝났으니 이제 관전하는 것으로 족하고
봄이 온 것이다. 아침 차가운 꽃샘바람은 살랑살랑 숨바꼭질을 즐긴다. 그러다 정오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시간과 온도에 쫓겨 포근하게 느껴지는 공기를 은근슬쩍 툭 던져주고 간다. 덤으로 교태를 부리듯 이리저리 얄궂은 미소를 가슴 터질 듯한 설렘으로 밀어 넣고 있다. 달리는 내내 겨울눈들의 붉은 비늘잎을 벗지 못한 불그레한 먼 산을 응시한다. 여린 연둣빛이 짙은 녹색의 빛으로 가득 찰 숲을 그리며 온몸으로 스며들어오는 찬 공기조차 초록의 그리움으로 감싸버린다. 곧 숲에 도착할 것이다.역시나 계곡 입구에서부터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새침
1. ‘영화제란 무엇인가’ 탐구생활시간 대구경북지역은 타 시도에 비해 영화제가 많지 않은 편입니다. 현재 외부에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고 자체적으로 굴러간다고 평가되는 영화제는 이번 8월에 20주년을 맞는 “대구단편영화제”와 10주년을 맞이하는 “대구사회복지영화제”, 그리고 “대구여성영화제” 정도입니다. “영화제”라 이름붙인 행사는 숱하게 생겨났다 사라지지만 객관적 기준으로 영화제로 공인되기는 어려운 행사가 많은 편이라 좀 까칠하게 분류하면 이 영화제들이 거의 전부입니다.우리는 흔히 영화제라 하면,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이른바 ‘
4. 소성리성주에 사니까 금방 딴 참외를 먹는데 얼마나 달고 싱싱하던지! 신선하니까 맛이 좋지요. 참말로 성주 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드가, 사드가 들어온다카대요. 사드가 처음에는 뭔지 모르지만, 군사 무기잖아요. 사드가 들어오면 군대가 들어온다는 건데, 이 작은 시골에 무슨 군대가 들어선단 말인가 싶어서 놀랐죠. 그런데 군대도 한국군대도 아니고 사드를 운영하는 건 미국 군대라카대요. 그래서 더 놀랐죠. 그때 사드가 뭔가 싶어서 인터넷도 찾아보고 공부도 많이 했었습니다. 진짜로 어마어마한 전쟁을 일으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