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아내와 나는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두 영화를 좋아했다. 과 을 지금까지 각각 열 번은 넘게 본 것 같다. 전망 좋은 방은 헬레나 본햄 카터가 머리가 큰 가분수 분장이나 원숭이 분장 등을 하기 전 젊은 시절에 주연한 영화인데, 잔잔한 듯 하지만 시종일관 깔깔대며 보게 되는 영화이다.젊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바보 같은 모습도 재미있고 두 주인공의 열정에 감동받게 된다. 남아있는 나날은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의 절제되었지만 강한 연기를 보는 맛이 일품이다. 이렇게 조용한 이야기로 사람을 끝까지 끌고 갈수 있구나 싶었고, 마지막엔 펑펑 울게 된다. 오래전에 우리는 제임스 아이보리의 영화이야기로 많이 친해졌다.너무 사랑한 나머지, 책까지 사서 읽어본 우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2일 오후 3시부터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제6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 집회가 열렸다. 지난 9월 7일 새벽,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추가 배치되고, 9월 16일에 제5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이 열린 지 근 석 달 만이다. 추가 배치가 이루어지던 9월 6일 밤에 나는 대구의 무슨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고, 자정이 지나 새벽에 추가 배치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작 집회에 참석하는 걸로 사드반대 투쟁을 지지하고 있었는데도 그 소식을 듣고 아주 맥이 빠져버렸다. 그래서만은 아닌데, 대목 밑 벌초가 끼이면서 나는 5차 집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사드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문재인 정부가 그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줄은 몰랐다. 사드를 반
내가 초등학교 2학년 큰딸을 학교에서 픽업해 올 때는 우선 떡볶이를 사먹는다. 한 번 그랬더니, 매번 그러게 되었다.학교 운동장 벤치에서 떡볶이를 집어먹을 때, 큰딸이 어디에서 봤다며 퀴즈를 냈다.숲속 어느 오두막 안에는 촛불이 10개가 켜져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갔더니 바람이 불어 2개가 꺼졌대. 그 사람은 문을 닫고 갔지. 그리고 다시 다른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갔더니 또 바람이 불어 1개가 꺼졌대. 그 사람도 문을 닫고 갔어. 그리고 밤이 되었는데...그 오두막에 초는 몇 개가 남았게?이곳에 퀴즈를 내어 사람들에게 맞춰보시라 한다면 귀찮을 수 있기 때문에 답을 말하자면... (답을 보기 전에 맞춰보셔도 좋구요.^^)우선 나는 당연히 ‘초’가 몇 개 남았냐
내가 요즘 아무렇게 꾸는 꿈 중 하나는 (운이 좋다면) 내가 할아버지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바래다주고 전봇대 앞에서 아침 담배 한 모금을 하다보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자신의 손자 손녀를 등원시키는 모습을 본다.그들이 ‘아비’나 ‘어미’라고 부르는 분들은 ‘생활전선’에 나가계신 모양이다. 지금과 같은 숨찬 세상에 자주 보게 되는 풍경이다. 꾸밀 수도 없고, 감출 수도 없는 것이 손주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인 것 같다. 웃고 있지 않더라도 주름 깊은 눈에 기쁨이 가득하다.오늘 아침에는 고향집에 온 김에 비도 추적추적하여 나의 오래된 목욕탕에 갔다. 스무 살 때부터 있던 목욕탕이 지금도 그대로다. 옷장도 화장실도 이발의자도 그대로다. 다만 이십여 년 어치 낡았다. 가만히 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당시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한바 있다. 그리고 4대강 사업 재평가 및 재자연화를 해야한다는 더불어민주당내 의견들이 존재하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여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대구출신 국회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 표를 의식해 대구취수원 구미이전을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한다. 이는 대구지역 신문방송 등 여론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최근 국무조정실 공식입장이 한달 사이에 갑자기 돌변한 것에서도 확인되고 있다.지난 9월 18일 구미시와 국무조정실 미팅에서 국무조정실의 입장은 '구미시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으며, 취수원이전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용역 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하지만 지난 10월 12일 국
지난 10월 3일 남유진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여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힌 발언내용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지난 3일 남유진 시장은 박정희 전대통령 생가 동상 앞에서 "대구·경북인을 중심으로 보수 우파의 전열을 가다듬고 좌파들과의 이념전쟁 최전선에 나서겠다", “부모님 세대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좌초직전의 난파선처럼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등의 정치적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극보수 지지세력의 결집과 정치적 마케팅으로는 성공적일지는 모르겠지만...오히려 개인의 정치적 출세를 위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 여론도 높다. 작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 집회 참석, 200억 박정희 역사자료관 건립, 870억 새마을테마파크 조성, 특정 단체에 대
5년 전에 만든 만화 상상력 사전의 꼭지 중에는 회문(回文)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회문이란 앞뒤 어느 방향으로 읽어도 같은 말이 되는 문장을 말한다. 내가 사랑했던 이효리 누나도 앞뒤 어느 방향으로 읽어도 발음이 같은 이름이지만, 롤러코스터의 이상순씨와 결혼했으니 축복하고 축복한다.아무튼 베르나르 베르베르씨가 소개하는 프랑스어 회문과 더불어 우리말 회문도 소개하고 싶었던 나는 재미난 것들을 찾아내었는데 나에게는 저마다 사소한 의미도 있었다.[여보 안경 안 보여]안경을 안 쓰면 아무 것도 안보여서 안경마저 안 보이는 내가 가끔 하는 말이었다.[나가다 오나 나오다 가나]아... 인생이 그렇지![다 큰 도라지라도 큰다]다 큰 어른이라도 배움과 깨달음과 성장을 멈출
지난 9월 17일 (일) 오후 3시, 구미역에서는 4대강 보 수문 전면개방을 촉구하는 '락 밴드 프리버드 FREE BIRD'의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프리버드의 4대강 투어 버스킹은 지난 7월 15일 대전공연을 시작으로 낙동강, 금강, 영산강 일대의 도시를 돌아가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알려 전국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계획됐다.이들은 밴드공연과 함께 4대강 보 수문 전면 개방을 촉구하고, 시민들에게 4대강 사업의 적폐와 4대강의 현장 상황을 알려나가는 서명 캠페인과 4대강 현장 사진전을 진행하고 있다.이번 낙동강 구미공연은 15회차 공연으로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구미역광장에서 신나는 밴드공연과 다양한 퍼포먼스 공연, 서명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구미공연이
몇 년 전에 한 선배 만화가와 나누었던 짧은 대화가 생각난다. 나는 운전을 하고 있었고, 그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늦은 오후시간... 고개 돌리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산을 보며 그는 말했다."야, 수박아! 저기 봐."그는 그 산의 봉우리를 가리켰다."저기에 올라가고 싶지 않냐?"그의 눈과 목소리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면 지금 저기로 가자라고 할 것 같았다. 나는 장시간 운전에 좀 지쳐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오르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그에게 아는 산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왜 저기에 오르고 싶으냐고 물었다."아니... 그냥... 난 저기에 산이 있으면 올라가고 싶더라. 예전에는 그랬어. 저기에 산이 있으면 올라갔어".
구미지역 6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구미지역 고교평준화 준비모임’이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설문에 참여한 구미지역 중등교사의 84%, 그리고 중고등학생의 48%가 구미지역 고교평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교평준화가 ‘필요 없다’고 답한 중등교사 12%, 중·고등학생 2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그만큼 고교 평준화가 지역에서 교사들과 학생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는 뜻이다.고교평준화가 필요한 이유로 '교사들은 고교 서열화로 인한 차별 의식의 해소(42.5%)', '중학생 입시부담 완화(19%)'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중·고등학생들은 '중학생 입시부담 완화(48%)', '고교 서열화로 인한 차별의식 해소(23.7%)'의 순서로 평준화 이유를 꼽아 교사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얽혀 있는 한·일 관계는 과거 정부와는 달리 피해자 중심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새 정부가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상징적 표상으로 전국 곳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고 있다.이에 구미지역에서도 구미청소년YMCA연합회(회장 허인회) 회원 110 여명이 지난 9월 2일 구미시 진평동 소재 동락공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구미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알리기' 캠페인을 개최하였다.일본군 ‘위안부’ 관련 지식을 알려주는 OX 퀴즈’,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징인 ‘평화나비 실 팔찌 만들기와 나비부채 만들기’, 소녀상 팝업카드 만들기’
어제 저녁에는 고요한 도서관에 앉아서 눈 빠지게 일하고 있었는데, 창밖 주차장에서 ‘왕왕~’하며 고등학생들의 오토바이 소리가 한 시간 가까이 울려 퍼졌다. 공부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니, 그중 교육학 공부 하시는 한 분이 창밖을 잠시 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는 화난 눈으로 다시 교육학을 펼쳤다. (그 책 안에 이 상황에 관한 답이 나와 있기를...) 그러고도 오토바이는 왕왕거리며 주차장을 뱅글뱅글 도는 모양이었고 여자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와 남자 아이들의 욕설도 들렸다.나는 이어폰으로 내가 모은 ‘우리노래 컬렉션’을 들으며 타블렛질을 하고 있었지만 오토바이의 왕왕소리가 배따라기 양현경씨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뚫고 들어오는 처지라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벌떡 일어섰다.
오전부터 시작된 일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서는데 큰딸이 물었다.아빠! 차에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기 가져왔어?아, 맞다! 며칠 전부터 큰딸은 조수석 사물함 속에 든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잊지 말고 가져와 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었다. ‘담에 들어올 때 가져 올게.’라고 몇 번을 미루었기에 신발 벗기 전에 약속을 지키자싶어 다시 나섰다. 둘째딸이 손짓을 하며 빠이빠이오케이!(요즘 둘째딸이 즐겨 쓰는, 헤어질 때 제스처와 인사다.) 나도 손짓을 하며 빠이빠이오케이.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김에 며칠째 빈 지갑 들고 카드 긁고 다닌 게 떠올라 (나는 우리은행이지만) 농협에 가서 현금을 좀 뽑자 싶었다. 수수료 1200원. 돌아오는 길에 이 아파트에 처음 이사 왔을 때 초등학교 1학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