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구미교육지원청에서 ‘세월호 참사 교사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중등 교사 2명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교사들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고 정부와 보수 시민단체는 이들은 형사고발했다. 교사들의 요구였던 ‘박근혜 퇴진’은 그가 저지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탄핵으로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되어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교사들의 퇴진 요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었는데,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나 탄핵사유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정작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었지만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단죄는 지금도 진행되고
어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아이들과 끝말잇기도 시들해졌을 때, 둘째는 잠들었고 첫째는 내 스마트폰 마인크래프트에 빠져 있었다. 나는 잠을 쫓기 위해서 옆자리 아내분께 또 다른 게임을 제안했다.- 동어반복 단어 말하기, 만원빵 어떠냐?- 좋다!내가 먼저 던졌다.- 역전앞. (아시다시피 ‘전’과 ‘앞’은 같은 말 반복이다.)- 처갓집.- 사랑에 미치다. (사실은 이 말이 생각나서 게임을 건 것이었다. 나는 신나서 설명했다.) ‘사랑에 미치다.’는 동어반복이래. 사랑은 이미 광기라는 거지.- 알았어. 족발.- 야, 사랑은 이미 광기라는 철학적 의미를 좀 음미하고 게임을 하자.- 그래, 알아먹었어. 족발.- 너, 오늘 저녁에 족발 시켜먹으려고 그러는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매미가 울기 시작할 때였다. ‘싫어, 무서워!’라는 반응을 기대하며 놀려보려고 ‘아빠가 매미 잡아 줄까?’ 했더니 옆자리의 큰딸이 말했다.“아빠, 매미는 7년 동안 땅속에 있다가 매미가 되어서 한 달 동안 살다가 죽는대.”학교에서 배웠나 보다. 표정을 보니 그게 그렇다.“무섭지는 않고?”“무섭기도 하지만...”뒷자리에 앉은, 정보 중독자 같은 미디어 스페셜리스트 아내가 번개같이 스마트폰을 검색하여 추가 정보를 읊었다. “7년간의 땅속 생활과 ‘2주’간의 바깥생활이란 소개도 있는데?매미의 울음소리는 수컷이 암컷을 부르기 위한 것인데, 시골보다 도시는 자동차 소리 등의 소음이 커서 매미소리도 더 크대.” 여보, 마누라! 고마운 정보지만, 우리 지금 인생 얘기 중이라고.
문화 분야에 종사하면서 이렇게 지방에 사는 것은 여러 단점이 있다. 신속한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오늘 오후에 회의가 있으니 좀 들러주세요.’라고 하면 ‘4시까지요? 네, 알겠습니다.’라며 평균시속 140km로 서울이나 파주까지 날아가곤 한다. (부담 갖지 마시고 불러주셔요. 어디든지 ‘날아’갑니다.)지방에 사는 ‘직업적 외로움’은 이런 생활 20년이라 익숙한 편이다. 너무 소통이 없을 때는 대화 방법이나 온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곧 적응한다. 나를 처음 만나면 나의 눈알이 뱅글뱅글 돌면서 두리번거릴 것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과 자동차와 이렇게 높은 건물들을 오랜만에 봐서 그렇다. 좀만 놔두면 가라앉는다.지방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쪽저쪽 어른들
[서평]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의 "해고는 살인이다"는 문장이 노동자가 맞닥뜨린 참담한 현실을 규정하는 명제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쌍용자동차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이후부터로 기억된다. 실제로 쌍용자동차 2600여 명의 희망퇴직자와 정리 해고자 가운데 2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으로 숨졌다. 해고는 단순히 당사자가 직업을 잃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은 물론 그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일상의 평화와 가정의 단란함을 빼앗긴 해고자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하거나 돌연 찾아온 질병에 희생되었다. 그러나 나와 내 가족에게 일어나지 않는 한 그것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간간이 기업의 이른바 '구조조정'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해고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었나... 큰 이모는 우리 집에 양산을 쓰고 놀러오셨다.우산은 잘 알고 있었지만 양산은 처음 보았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쓰고 햇볕이 눈부실 때는 양산을 쓰는 것이구나. 큰 이모가 용돈을 100원 주시길래 풀빵 사러 갔다 오겠다고 엄마한테 말했다. 100원어치 풀빵은 동그란 풀빵 10개가 붙어있는데 한 개 10원에 팔지는 않았고 10개 100원에 팔았다.여전히 햇볕이 쨍하길래 큰 이모한테 양산 쓰고 가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무심한 큰 이모는 좀 있다가 외갓집에 가야하니 ‘퍼뜩’ 다녀오라고 하셨다. 햇볕 아래 양산 쓰고 걷는 기분이 신났다.저쪽에 풀빵가게가 보였다. 풀빵 100원치 주이소 했을 때 풀빵아저씨가 나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니는
1969년 오늘(7월 20일, 이하 모두 미국 시간) 오후 4시 18분,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착륙선 이글(Eagle)호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다. 1969년 7월 16일 9시 32분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아폴로 11호를 탑재한 새턴 V 로켓이 발사된 지 거의 나흘이 지나서였다. 선장인 닐 암스트롱(Neil Alden Armstrong)은 휴스턴 관제센터에 첫 메시지를 보냈다. “휴스턴, 여기는 고요의 기지. 이글호는 착륙했다.”(Houston, Tranquility Base here. The Eagle has landed.)인류, 마침내 달에 발을 내딛다긴장하고 있던 관제센터의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이들은 즉각 답신을 보냈다.“당신들이 거의
10년 만에 집을 옮겼다.땅과 좀 더 가까운 곳으로 내려왔고, 좀 더 조용한 곳으로 왔다. 이번에는 앞마당에 커다란 서재와 정원도 마련하였다. 책은 20만여 권정도 꽂혀 있고, 이 도시가 나대신 서재와 정원을 관리 해준다. 그러니까 사실은 어느 도서관 뒤편에 집을 마련했다는 뜻이다.^^그곳에서 내 일 하기를 좋아하는 나이기도 하니까...한동안 먹이 잡으러 여기저기 날아다니던 중에 틈틈이 나뭇가지들 모아모아 새 둥지를 꾸렸다. 나의 아버지가 지금의 내 나이 때, 식구들 살집 벽돌 쌓아올리던 모습을 자주 떠올렸다. 나와 동생들은 학교만 갔다 오면 그 모습을 구경했다.오늘은 저만큼 올라갔다! 오늘은 우리 방문이 생겼다! 나도 아이들에게 나뭇가지 모아 둥지 되는 모습들을 시간 내어 보여
‘못 다한 내 마음’을 말할 수 있는 친구는 중요하다. 심지어 나의 영혼이 살고 죽느냐의 문제와도 닿아있다. 주로 일하는 도서관에서 올 하반기에 시민을 위한 만화 강좌를 석 달에 걸쳐서 해 달라고 부탁해왔다.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일단, 나는 그림 가르칠 자격이 안 된다.^^), 만화 만들기를 통해 자기 안의 ‘못 다한 내 마음’을 말해보자고 제안했다. 그게 어떤 거냐고 관장님이 묻길래, 이렇게 설명해드렸다.속내를 푸는 일은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간다. 가깝게는 친구를 찾아서 커피나 술, 식사 등을 하면서 속내를 풀어헤친다. 좀 속이 시원하거나 기분이 좋아져서 커피나 술, 식사 값을 내기도 한다
경찰의 직무집행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는 청문감사관실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가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들어오는 민원인을 만나곤 한다. 따뜻한 봄기운이 사라지고 강렬한 햇살로 사람들의 옷차림조차 가벼워진 어느날 오후,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 인상을 찌푸린 민원인 한분이 찾아온 그 날에 있었던 일이다.민원인이 찾아오게 된 사연인즉 단속을 하는 경찰관이 너무 불친절하다는 내용이었다. 민원인 본인이 교통법규를 어긴 잘못은 인정을 하지만 국가에 세금을 내는 자신에게 경찰관이 공손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말을 떼기 시작하였다.너무 흥분을 한 민원인에게 차를 한잔 주면서 일단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불만이 해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야기를 계속해보라고 하고 듣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십대 초반이었나? 추억은 마냥 좋은 것인 줄로만 알고 그리 많지도 않은 그것을 헤아리고 있을 때(군 입대를 앞두고), [파니 핑크] 영화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었다.죽어가던 오르페오가 파니 핑크에게 했던 말은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렇다. 가끔은 ‘추억’이란 놈이 너를 붙잡을 거다. 조금은 머물러 쉬어가라고. 오르페오는 절대 그 녀석의 말을 듣지 말라고 한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고 파니 핑크에게 소리치다가 거칠게 콜록댄다.추억은 아름다운 건데 왜 그렇게 말할까 생각해보다... 매번 짐정리를 할 때마다 옛 사진들 발견하고 반나절쯤 주저앉았던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언제 누구랑 갔었다는 기록이 적힌 커피숍 성냥뭉치도 한 몫 한다.언제 누구랑 갔었다는 고속버스, 기차표도 한 몫
2002년 6월 13일 10시 45분,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소재 지방도 제56호선에서 주한 미군 보병 2사단 대대 전투력 훈련을 위해 이동 중이던 부교 운반용 장갑차에 깔려 여자 중학생 두 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그날은 목요일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날이었다. 당시 조양중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던 열네 살 난 두 여학생 신효순, 심미선은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가기 위해 인도의 구분이 없던 지방도로의 갓길을 걷고 있던 중이었다. 두 여학생은 목적지를 300여 미터 앞두고 변을 당했는데 다음날은 효순이의 생일이었다. 주목받지 못한 죽음, 물어지지 않은 책임사고를 낸 경기도 파주시 캠프하우즈 미2사단 44공병대대 소속의 운전병 워커 마크 병장, 관제병 페르
재미나도 게임과 스노보드와 화투가 재미있다는 걸 안다.재미있는 걸 왜 안하냐고 요구받아 왔는데,시작하면 무조건 재밌는 거라서 안하는 편이다.솔직히 나는 '재미있게 해야' 재미있는 걸,재미있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이것은 세상 모든 것들이 될 수 있다. 비뚤어지기(식사 전후라면 읽지 않으시길...)밥 먹을 때 생각나는 후라이 똥 튀김설사에 비벼먹는 카레라이스지렁이 스파게티 포크로 냠냠후식으로 영양코딱지지난 연휴 내내 내 아이들과 조카가 불러댔던 노래다. ‘손을 잡고 왼쪽으로 빙빙 돌아라~’로 시작하는 동요 [빙빙 돌아라]의 멜로디로 부르면 된다.학교에서 유행하고 있나보다. 하도 많이 들었더니 나도 외웠다. 차로 이동할 때는 같이 부
단체 관람 영화 정하기나는 한 기업에서 교육담당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신입사원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인원은 다소 줄었지만, 올해 초에도 어김없이 30여명의 신입사원이 들어왔습니다.합숙 교육 2주 이후, 다시 2주 간의 기술교육으로 이어지는 다소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육 중간에 교육생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한 문화행사가 있습니다. 문화행사라고 해봐야 평일 오후에 일찍 나가 영화 한편 보고 고기에 소주 한잔 먹는 일정이지만, 많은 교육생들은 그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곤 합니다.문제는 단체 관람할 영화를 정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원들이 모이다 보니, 영화 한 편 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 때 제일 만만한 방법이 바로 투표입니다. 이번에도 신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