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책임자들의 행동 중에서 한 가지 특징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닐까?시간이 지날수록 정당 간의 싸움박질 수준이 날로 흉포화하고, 그 말의 정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장관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직을 담보하면서 문제를 제기한 상대방을 정치적인 술수 내지는 고의로 폄훼하는 것이라 욕하는 모습을 거듭 본다.며칠 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관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수사 결과 제가 김건희 여사 땅이 있다는 것을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인지하는 게 있었다고 한다면, (중략) 또는 이와 관련해
요즘 SNS에 재밌는 글이 올라와서 댓글놀이가 한창이다. 어떤 이가 “우리말의 위대함. 대충 써도 다 이해가 된다”면서 틀린 문장 수십 개를 올렸다. 일치얼짱, 소 잃고 뇌 약간 고친다, 덮집회의, 에어컨 시래기. 뺑손이사고, 육구시테리아, 마마잃은 중천공, 골이 따분한 성격, 욕이 나게 쓰겠습니다, 엿줄게 있습니다 등등.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자신이 막힌 부분이 어디인지를 밝히면서 자연스럽게 내 직업, 생활 등을 언급하였다. 필자는 ‘육구시테리아’를 두고 며칠을 씨름했는데 어떤 이는 ‘덮집회의’는 도저히 모르겠다고 했다. ‘소
해마다 명절이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손에 선물 꾸러미를 가득 안고 고향을 찾는다. 하지만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쓸쓸히 외로이 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중증 장애인들이다. 곰곰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몸에 장애를 가진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림의 떡이다.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동 수단)이 없는 것이다.목발이나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보행보조기구를 이용하여 이동을 하는데, 실질적으로 보면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를 타야 하는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거물 정치인의 죽음으로 돌아보는 현대 이탈리아 정치실비오 베를루스코니(1936-2023)가 지난 6월 12일 세상을 떠났다. 21세기 이탈리아 정치의 한 축을 넘어 상징하는 존재였던 이 50대 총리는 정권교체가 일상다반사인 이탈리아 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에서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3회에 걸쳐 10년을 집권했고, 죽기 전까지도 현 이탈리아 집권여당 연합의 한 축인 ‘전진 이탈리아’ 정당 대표로 권력의 중심에서 이탈한 적이 없었다. 21세기 이탈리아 정치사에서 절반은 여당으로, 절반은 유력야당 당수로 그의 존재감은
지뢰는 DMZ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 안보 외교 등 분야별로 지뢰가 설치되어 있다. 문제는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지뢰를 설치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데 있다. 일본 오염수 방류 방치로 한국의 횟집 등이 존폐 위기에 처하게 만들더니 최근 입시 비리 수사 경력이 있어서 대통령이 입시전문가라고 망언을 하는 국회의원도 나타났다. 지뢰 설치 전문가라면 모를까,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지뢰로 바꾸는 저 능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천공의 능력이 아니고서야 언어-지뢰 제조 능력이 저렇게 탁월할 수가 없다. 최근 지뢰
어느 날 일요일 아침이다. 출근하니 장애인 이용자가 친구의 집들이를 간다고 했다. 각자가 요리를 조금씩 준비하는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를 하기로 했다며, 오늘은 자신이 궁중떡볶이를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이용자는 양손을 쓸 수 없는 뇌병변장애인이다. 나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궁중떡볶이를 해주겠다는 거예요. 궁중떡볶이를 하게 시키겠다는 거예요?”그러자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보이며 자신이 다닌 야학에서는 활동지원사가 한 것도 자기가 한 거라고 배웠다고 한다. 아니 활동지원사가 한 게 어떻게 자기가 한 게 되는가?
지난 4월, 한덕수 국무총리는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학교폭력을 막고 제어해야 하는 교원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면서 학교폭력의 원인을 학생인권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 주장은 틀렸다. 첫째, 정순신 사태와 ‘더 글로리’는 ‘특권’이 문제다.정순신 사태는 돈 있고 권력 있는 특권 계층이 법을 이용해 본인 자식만 보호하려 했던 사안이다. 법과 제도의 틈새를 악용한 당사자를 징계하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데, 틈새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생기부 기록을 오래 남기
5월이 지나갔다. 한국현대사에서 1980년 이후로 5월은 특별하다. 근래에는 4.16이 그러했던 것처럼, 개념적 의미 자체로는 온전히 독해하기 힘든 정체성이 더해졌다. 물론 이 또한 세대가 몇 번 더 바뀌면 희미해질 테다. 영속적인 건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평범한 개인이 측량할 수 없는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할 테다. 1980년 5월은 어떻게 사회적으로 기억될까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낳게 마련인 문화적인 기억이 흐릿해진다는 건 전제된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작동하는 과정이다.첫 번째 경우.해당 사건을
초중고 12년 학교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 이야기로 말문을 열고 싶다. 좋은 기억이 아니라 악몽 같은 기억의 대상이다. 초등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는데, 얼마나 또 어떻게 안 좋았던 분인지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 이 분의 인성과 무관하게 5학년 때 학교생활이 지긋지긋했던 또 다른 요인이 “행진을 죽도록 연습한 것”이다. 철부지 어린애였지만, 그때 우리가 했던 행진 연습은 지금 신병교육대 수준을 능가했을 것 같다. 행진곡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발을 맞추는 것은 기본이었고(발을 틀리는 학생들에겐 우리 담임선생님이 회초리로 아이
7년 전 오늘(2016년 5월 28일)은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19세 하청노동자가 선로 쪽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달려오는 전동차에 치여 숨진 날입니다.19세 청년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던 ‘위험의 외주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었습니다. 안전과 생명을 경시하며 이윤 중심의 경영 효율과 비용 절감만을 최고의 가치로 떠받들어온 우리 사회의 물신 숭배적 풍조에 전 사회적인 반성의 계기를 제공했습니다.사고 당시 스크린도어에 붙여진 수많은 포스트잇 쪽지에는 사고의 책임을 개인의 부주의로 전가해왔던 돈 중심과 권위주
법에선 유급휴일, 행정해석에는 소정근로일이 아니면 무급휴일2018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민간에서도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게 되었다. 해당 조항은 2022년이 되어 5인 이상 사업장이면 모두 적용되게 되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5월에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를 배포하였는데, 당시에는 개정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공서 등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휴일을 지정하고 있으나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따라 공휴일 휴무 여부가 다른 실정- 이에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2043년까지 살 수 있다면 그 후로는 불멸 영생도 가능하다고 한다. 과학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 덕분이다. 100세 시대, 120세 시대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방송언론, 유튜브에서는 기후 위기를 이야기한다. 기후 위기 정도가 아니라 지구의 생존, 인류의 생존을 거론할 정도다. 올여름엔 81일 동안 비만 온다 하고 엘니뇨가 폭염도 부른다고 한다. 며칠 전에 온도가 30도가 넘자 당장 오늘을 걱정하는 인간에게 인류세人類世를 거론하는 이러한 시기의 불멸 영생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불멸 영생과 인
4월 20일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다.대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면서부터 나에게 매년 4월 20일은 특별한 날이 되었다. 장애인이 내 삶에서 친숙한 존재가 된 것은 대학생이 된 이후이고 그전에는 장애인을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졸업 후 결혼하기 전까지도 장애 아동을 가르치면서 교사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지 장애 아동을 둔 부모의 심정을 제대로 가늠조차 못 했던 것 같다.자녀들이 자라 성인이 되어 자신의 꿈을 찾아 고단하지만 즐겁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20년 이상 장애 아동들을 교육하고 그 아이들이 자라 장
사람들에게는 각자 정의가 미치는 범위, 즉 정의의 범위가 있다. 누구나 정의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미치는 영역은 한계선이 있다. 어떤 경계를 중심으로 정의의 영역 안에 있는 사람들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적으로 생각되거나 비인간화되고 잔인하게 대해도 된다고 느낀다. 이들은 정의가 관장하는 도덕적 세계 밖에 존재한다.-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147. 오래된 중재 요청의 기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세월호 참사 9년 차의 단상또다시 4월 16일이 지나갔다. 2014년, 사고 발생일로부터 벌써 9년이 흐른 2023년이다. 심지어 내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10주년을 맞이한다. 그런 시간의 경과에 따라 워낙에 깜짝 놀랄 일이 펑펑 터지는 한국사회에서 세월호는 마치 암석이 풍화되는 것처럼 조금씩 잊혀가는 중이다. 하지만 아쉬워도 그저 자연스러운 변화와 망각이라기엔 뒷맛이 개운할 수 없는 상황인 게 문제다. 세월호 참사 발생 초반부터 정략적 의도에 의해 왜곡되고 흑색선전으로 갈라 치기를 당한 세간의 시각과 평가는 여전히 분절된 상태에
지난 3월 폭설로 인해 전투를 치를 수 없었던 미국과 러시아라는 두 제국주의 국가가 4월 들어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었다. 미국과 나토는 패색이 짙은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지역을 포기하고 전선을 자포리자로 옮겨 무기를 모두 이 지역에 집중시키기로 했다. 물론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동계 공세가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무기가 돈바스 지역에 총집결하는 이때 대한민국이 155mm 포탄 50만 발을 경남 진해를 통해 독일의 미군 기지로 보내고 있다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제까지의 전쟁으로 155mm 포탄 100만 발을
요즘 학교폭력이 최대 관심사다. 지난 2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대응 논란으로 임명이 취소된 정순신 변호사 사안이 계기가 되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3월 9일~10일 초등학부모와 중·고등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교육을 진행하고, 3월 16일 국회 TV ‘정관용의 정책 토론’에 출연해 교육상임위원회 소속 양당 국회의원과 쟁점 토론을 했다. 3월 21일에는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동안 논의된 쟁점들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학교폭력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어떤
영구분단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여전히 분단 사슬에 묶인 이들현대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가장 결정적 요소가 남북 분단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격동의 해방 이후 8년(1945-1953)을 거치는 과정에서 분단이 굳어진 지 70년이 지난 상황이다. 어느새 한반도가 2개의 국가로 나눠진 현실은 기정사실화되어간다. 기성세대는 (흡수통일이냐 평화통일이냐) 방향성을 막론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에 대해선 당연히 이뤄져야 할 사안으로 간주했지만, 이후 세대에겐 분단 상태가 더 익숙해져 버린 지 오래다. 이제 한반도의
여성은 어디에나 있다. 쉽게 비가시화되고 무시당하고 누락당할 뿐. 지금껏 우리가 이루어 낸, 실현해나가고 있는 모든 투쟁 현장에는 여성이 있었다. 프랑스 혁명 당시, 베르사유 궁전의 문을 연 것은 여성 시위대였다. 남성들이 권력에 기가 눌려 혹은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고자 아무도 궁전에 쳐들어가지 못하겠다고 했을 때 몇 날 며칠을 무거운 대포를 들고 행진한 이들은 여성들이었다. 칠레 혁명 당시 끝까지 남아 정부와의 협상에서 배제된 이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 내기를 멈추지 않은 이들은 여성들이었다. ‘이제 끝나지 않았느냐’는 분위기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임시 선임 반대 공무원노조 경북교육청지부 영상 “살려주세요”경북도교육청이 기계설비유지관리 책임을 학교로 떠넘기자 학교 행정실 공무원 등 교직원이 무책임한 행정에 분노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학교 행정실에 일거리 떠넘기지 마라”“학교에 업무 책임 떠넘기는 경북도교육청은 정신 차려야 한다”“학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기계설비관리유지관리자는 전문 인력이 선임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지방공무원의 이런 목소리를 대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 경북교육청지부(이하 공무원노조 경북교육청지부)는 지난 27일부터 기계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