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교원대 대학원 다닐 때의 일이다.자가 운전을 하지 않던 때라 충북 청원군에 있는 학교로 가기 위해 조치원 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대구에서 조치원까지 2시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며 가는 것은 나의 평범한 일상사지만, 그 날은 특별히 전공과목 원서를 읽고 있었다.내 옆에는 중년 부인 두 분이 앉아 계셨는데 이따금씩 곁눈질로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 중 한 분은 수레에 먹거리를 실고 판매하는 승무원이 지나가자 삶은 달걀을 사서 내게 건네주기까지 하셨는데, 나는 이 분이 내게 품으시는 특별한 호의의 배경이 대충 읽혔다. 나는 호의에 감사 인사를 드리며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다시 열공 모드로 돌아갔다. 뒷좌석에선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내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구미시에서 기금을 출연해 운영하는 (재)구미시 장학회(이하 구미시 장학회)가 2011년부터 대학생 신입생들에게 ‘진학우수생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서울대 진학생에게 특별 대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구미시 장학회의 2016년 장학생 선발 계획에 따르면 ‘진학우수 장학생’ 40명을 선발하면서 서울대 입학생은 무조건 1순위로 우선권을 부여하고, 다른 대학 입학생은 ‘수능 응시과목(제2외국어는 제외) 백분위 평균으로 선발’하겠다고 지급기준이 명시되어있다. 서울대 입학생에 대한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다. 더욱이 구미시는 2015년까지 부모가 구미시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에 대해서는 1인당 3백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였다고 한다.구미시 장학회의 이러한 지급 기준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오늘은 주제가 좀 뜬금없다. 산학협력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나는 학부에서는 교육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인력개발(기업교육)로 학위를 땄다. 그리고 현재 기업 내 교육담당자로서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각종 학교 관계자들이 산학협력을 제안하며 만나길 원하는 경우를 보기도 했다.요즘은 대부분의 학교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다보니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산학협력을 확대하려는 노력 역시 게을리 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특정 기업에 특화된 교과목으로 적합한 인재를 육성해주겠다는데
조금 전에 점심밥을 먹고 왔다. 요즘 신이 나서 이용하는 점심밥집은 바로...만석꾼 기사식당!!! 인동 도서관 앞에 위치하고 있다. 사천 오백 원 하는 자유정식은 마음대로 퍼다 먹을 수 있다. 이름도 얼마나 좋은가. 난 ‘자유’란 말만 들어가면 무조건 좋다.옛날엔 3천 원이 상한선이었다. 이 금액을 초과하는 식사를 하루 두 끼 사먹으면 개인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밥집들이 밥값을 전체적으로 올렸다. 요즘은 김밥천국에서도 4000원짜리 오므라이스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나도 상한선을 4500원으로 상향조정 허용하였다. 자유정식은 점심시간에만 운용된다.12시 조금 넘어서 찾아가면, 꼭 근처에서 일하는 작업화 신은 인부들과 같이 동행하게 되는데 만석꾼 기사식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우리에게 숨겨져 있었던 멋진 추억들을 하나 하나씩 끄집어 내어 주었습니다. 얼마 전 어렸을 때 같은 동네에 살았던 친구와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며 그 때 그 시절 '응답하라 1988' 처럼 누가 먼저 다른 동네로 이사 갔더라? 하며 추억을 함께 나누었습니다.그런 추억 중에서 음악을 좋아하셨던 분들이 가장 기억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LP(Long Play의 약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40대 이상 이시라면 아마도 한번 쯤은 LP를 선물로 주신 기억이 있을 것 같은데요 90년대 들어 오면서 디지털의 힘에 밀려 LP는 점점 사라지게 되었고, 요즘 세대는 이 LP 조차도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저도 LP를
오늘 아침엔 둘째의 어린이집 선생님이 거신 전화에 놀라 잠에서 깼다.바깥 날씨가 좋아 아이들 코스모스 구경 갈 건데 늦지 않게 좀 데려다 주셔요, 아버님.선생님인 아내와 첫째는 이미 학교 가고 없고, 나는 부랴부랴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빗기고, 묶어서 코스모스 밭으로 떠나기 직전의 꾸러기 어린이집 차에 둘째딸을 실어 보냈다. 내 얼굴에 찍힌 담요자국은 아직 펴지도 못했는데...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내뿜는 아침 첫 담배는 꿀맛이다. 꼬나물고 습관처럼 전화기를 꺼내보니 생뚱한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새벽 2시 24분, 내가 쿨쿨 자고 있을 때 도착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짧은 문자는,‘믿음은 어디에서 오나요?’며칠 전에 내가 페이스북에 한심한 사연과 함께 전화번호를 밝힌 바가
석 달여 전에는 5년 넘게 쓴 스마트폰을 바꾸게 되었다.어느 날 아침, 밤새 100% 충전되었을 스마트폰이 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딱히 전화 올 곳도 없으면서 하필 이런 순간 가을시장 천만 관객 영화를 만들기 위해 내 만화원작을 1억에 사겠다는 전화라도 오면 어떡하나 싶어서, 둘째를 어린이집에 던져놓자마자 삼성 AS센터로 날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오래된 삼성 S2는 다시 눈뜨지 않았다.내 만화를 미국 시장에 진출시켜서 퓰리처상을 노려보자는 전화라도 올지 몰라 AS센터 직원에게 당장 새 폰을 살 테니 데이터를 옮겨달라고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말했다. 그는 아무리 고물이 된 기계라도 전원만 켜지면 데이터를 옮길 수 있지만, 아무리 멀쩡한 기계라도 전원이 켜지지 않으면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
나는 공공도서관을 좋아하지만, 솔직히 가끔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나만 보면 고요한 도서관에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인사하지 않는다. 벌써 3년여 넘게 나만 보면 인사한다. 나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지만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르고 그도 나를 누군지 모른다. 그는 하루 종일 모든 신문을 본다.오늘은 이상한 일이 두 번 있었다. 노트북실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옆에 타블렛을 연결한 후 편집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옆에 와서 마우스 대신 이상한 판때기(타블렛)를 펼쳐놓고 일하는 게 신기했는지, 타블렛과 내 노트북 화면을 연신 번갈아 보았다. 뭐, 신기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내가 가끔 가서 글 쓰고 그림 그리는(한 마디로 만화를 만드는) 집근처 대학도서관의 점심메뉴 중에는 ‘만두고기덮밥’이 있었다. 고기덮밥에 튀김만두 두 개가 얹혀 있었다. 내가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나와 학생들이 튀김만두 두 개를 이미 잃었기 때문이다.어느 날이었다. 식당에서는 서비스 개선을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하드보드지에 선택지가 걸렸다.1번 : 튀김만두를 없애고, 고기덮밥에서 고기의 양을 늘린다.2번 : 그냥 지금처럼 일정한 고기덮밥에 2개의 튀김만두를 얹는다.마음에 드는 곳에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이면 된다.바뀔 것인가, 지금 이대로 갈 것인가?!학생들은 바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나는 1번에 빨강, 노랑 스티커가 늘어가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아
지난 2016년 2월 4일, 경기도 부천 소재 핸드폰 부품을 생산하는 다단계 하청 사업장 2개소에서 파견근로자 4명이 CNC 절삭 작업과 검사 작업을 하면서 고농도의 메탄올 증기를 흡입함으로써 급성중독이 발생하였다. 이 중 3명은 현재 실명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이며, 이들은 CNC 설비에서 제품 가공 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용도로 사용하였던 100% 메탄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보호구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해왔다고 한다.메탄올은 유기용제의 일종으로 에탄올과 거의 유사하다. 메탄올은 탄소가 하나 있는 알콜(CH3OH)이고, 에탄올은 탄소가 두 개 있는 알콜(C2H5OH)이다.에탄올은 꽤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우리가 즐겨마시는 술의 주 원료가 에탄올(에틸알
겨울이었다.오래전에 살던 황상동 버스 종점 동네,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아파트 앞에는 조그맣고 유행 지난 LAWSON 편의점이 있었다. 편의점 입구 바로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었다.횡단보도 바로 옆에는 겨울에 나와서 장사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찬바람에 얼굴까지 꽁꽁 싸맨 할머니는 군고구마와 귤을 팔았다. 오전 집 정리(아내는 퇴근하여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때 집안이 어수선한 것을 싫어한다. 그때도 지금도......)를 하고 나면 나는 커피 한 잔 하러 그 편의점에 들르곤 했는데, 그 때마다 입구 쪽 의자 없는 테이블에서 그 할머니를 볼 수 있었다.편의점에서 산 컵라면에다 집에서 가져온 밥과 짠지를 꺼내놓고 점심을 드셨다. 할머니의 눈은 편의점 입구 앞, 횡단보도 옆 자신의 노점에 고정되어
필자에게는 고등학생 딸이 둘 있다. 두 녀석 모두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답게 늘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살고 있다. 나 또한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부모답게 스마트폰 좀 그만 보라고 잔소리를 한다. 사실은 내 눈에 꼴보기 싫어서 하는 잔소리 이지만, 애들에게는 너희들 건강 때문에 하는 말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스마트폰 자꾸 보면 눈 나빠져!”. 그런데, 이것이 설득력이 별로 없는 것이, 큰 딸은 시력이 정상이고, 둘째 딸은 근시라서 안경을 쓴다. 그래서 의사인 아빠로서 오늘 문득 궁금해졌다. “스마트폰을 오래 하면 진짜로 시력이 나빠질까?”.내가 알고 있는 짧은 안과적 의학 지식과 며칠 동안 문헌을 검색해 본 결과를 종합하면, 결론은 “안구건조 등을 유발해서 눈에 좋을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몇년 전, 설인지 추석인지 명절 연휴 직후였다. 어김없이 지하실에 모여 술잔을 기울일 때였다.리더(정길진)가 명절 때 이야기를 꺼냈다."명절 때, 안동 본가에 갔었거든. 밥을 먹는데 우리 엄마 김치가 너무 맛있는 거야. 그래서 김치통에다가 머리 처박고 막 먹고 있었는데, 와이프가 좀 섭섭해 하는 거라. 맨날 자기가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했으면서 결국 엄마 김치보다 못했나 보다 그러면서....""근데 형님 나중에 형님 아들도 결혼해서 집에 오면 형수님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하지 않을까요?""그지? 결국 다 똑같아 지겠지?""그렇죠. 형수님도 진짜 화가 났다기 보다는 순간 약간 섭섭해서 그런 걸 거에요.
피의자나 피고인들이 가장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는 사건 중에 하나가 바로 성범죄다. 특히 비교적 가벼운 성추행이나 성매매, 카메라 등 촬영 범죄 등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보통 평범한 가장이나 특별한 전과가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스스로 느끼는 부끄러움과 성범죄를 파렴치범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알려 고민을 나누기도 꺼려한다. 이들에게는 처벌보다 가족들이 자신의 범행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더 두려운 일이다.이러한 성범죄의 특성을 이용하는 (흔히 꽃뱀이라 불리는) 역범죄는 항상 있어왔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남성들의 은밀하고 삐뚤어진 욕망을 파고드는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흔히 알려진 몸캠 피싱(화상채팅을 통해 남성의 알몸 사진과 동영상을 확보하고 상대방
만화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서울에 올라가서, 1년 정도 길을 못 찾고 헤매다가 막일을 나갔었다. 인터뷰 같은 것을 하면 내가 ‘노가다’ 잘한다고 표현하곤 했는데, 그것을 본 아버지가 이제 노가다 했던 얘기를 그만 하면 안 되겠냐고 하셔서, 요즘은 ‘막일’이라고 표현한다.내가 그 일에 익숙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떤 일이든 하다보면 조금씩 더 알게 되고 할 만하게 된다. 현장 아저씨들은 ‘이력이 나면 괜찮아져.’라고 표현하곤 했다. 정말 이력이 나기 시작하니까 일이 재미있었고, 심지어 지금보다 돈도 잘 벌었다.막일을 한 2년을 했는데, 어느 날 옛 친구가 ‘왜 이렇게 연락이 없냐?’며 좀 보자고 했다. 막일을 하는 기간 동안은 친구를 만나기 싫었다. 그래서 연락을 하지 않은 면이 있었는데, 연락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미영 연합군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성공적으로 발을 내딛는다. 일명 허스키 작전으로 불리는 시칠리아 상륙작전은 1년 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더불어 연합국에 승리를 안겨준 역사적 계기가 된 사건이다. 연합군에게 시칠리아 섬이 점령당하자 이탈리아 내에서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쇼통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어 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하원의장 디노 그란디는 국왕 에마누엘레 3세의 승인을 받아 무솔리니의 정부를 실각시키고, 무솔리니를 알프스의 한 산장에 연금시킨다. 이탈리아 국왕은 무솔리니의 후임으로 바돌리오를 내각 수반으로 선임하였는데, 바돌리오는 이탈리아의 추축국 탈퇴와 나치 독일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항복 선언을 준비하고 있었다.무솔리니의 운
존 레넌은 어릴 적에 어머니에게서 행복이 인간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배웠다. 그래서 레넌은 학교에서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나? When you grow up, what do you want to be?”라는 물음을 만나자 “행복”이라고 답했다.알다시피, 영어에서 be 동사의 보어로 ‘형용사’와 ‘명사’ 둘 다 올 수 있는데 두 경우에 따라 동사의 의미가 각각 ‘~이다’와 ‘되다’로 달라진다. 레넌의 천재적인 유머는 이 차이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다.“넌 장차 뭐가 되고 싶냐 What do you want to be?”는 질문을 “넌 장차 어떤 삶을 살고 싶냐 What do you want to be?”는 뜻으로 해석해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I want to be happy”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