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목소리가 A를 향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너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알고 온 거야? 말해봐!” 자신을 A의 가족이라고 밝힌 두 사람은 A의 휠체어를 잡으며 꽥 소리를 질렀다. 이내 그 목소리는 옆에 있는 우리를 향했다. “당신들 뭐야. 왜 장애인을 이용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애 데리고 뭐 하는 짓이야? 장애인이 뭘 알고 여기 왔겠어! 니들이 얘 인생 책임질 거야?”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진정시키며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그들은 기어코 A를 대열에서 이탈시켰다. 지난 3월 14일, 포항 법원 앞에서 경북 시민단체들의
오늘은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한 지 8주년이 되는 날이다. 2011년 3월 11일 진도 9.0의 대지진과 해일로 인해 핵발전소 전원이 끊기고 원자로의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자 원자로 온도가 상승하고 발전소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 용융된 핵연료가 원자로를 뚫고 밖으로 흘러내리고, 녹아버린 핵연료가 땅을 파고 내려가는 '차이나 신드롬' 현상까지 더 이상 통제불능 상태가 되어버렸다. 후쿠시마 반경 30km 내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최근 2018년 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1년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단 하나의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말을 고르겠는가. ‘정보, 네트워크, 디지털, 글로벌, 혁신, 경쟁’과 같은 유행어들이 반짝반짝하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선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 순서가 돌아오면 나는 그것들을 지나치고 지나쳐, 너처럼 보잘것없고 악취가 나는 말은 후보에 들 자격도 없다는 듯, 저만치 구석에 나동그라진 '쓰레기'를 주저 없이 집어들 것이다. 쓰레기가 '우리 시대의 시'일지도 모른다고 했던 미국의 시인 애먼즈가 그랬듯이.요란한 수식어 더미들 속에서 기어이 가장 더러운 단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교육의 험악한 본색과 암울한 미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강사법의 본래 취지를 비웃으며 대학마다 이미 선제적으로 대량해고를 감행했고 추가해고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연구와 강의준비에 전념해야 할 수많은 전문 지식인들이 생존의 압박 아래 실존적 고뇌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와 맞물려 있는 강의 수 축소, 강의 규모 확대 등은 강의 질의 악화로 이어져, 미래사회의 산실인 대학의 안마당을 사막으로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이 과정 전체는 교육적 필요성과 무관하며, 단순 명료하게 경제논리, 즉
지난 시절 학교에서 근무할 때 대화의 상대는 주로 교사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화 주제도 학생이나 학부모에 대한 것이 많다. 학부모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대화는 뒷담화가 재미있듯이 학교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학부모를 비난하는 이야기는 자극적이면서도 흥미롭다. 교사들 간에 공감도도 높다. 이런 대화를 통해 교사들은 학부모로부터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학교를 퇴직하고 나니 아무래도 학부모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졌다. 학부모들을 만나서 학교 이야기를 하면 거의 십중팔구는 학교 교육에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어김없이 역과 고속버스터미널,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귀향 인파.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설을 맞는 풍경이다.설날 떡국 한 그릇을 다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먹을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에, 두 그릇을 먹고 두 살씩 건너뛰고 싶었던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기억이다. 하지만, 이번 설의 떡국과 나이 듦은 불편함을 더한다.새해 첫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란 청원이 올라왔다. 이어 ,
오랜만에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로 향했다. 정문에 들어서 아파트를 끼고 오르막을 오르면 왼편에 학교와 운동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방학 중인 오후의 한산한 운동장에는 남자아이 네 명이 추위도 잊은 채 축구를 하고 있었다. 운동장을 기계적으로 몇 바퀴 도는 동안, 슛, 슈팅과 같은 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고, '세리머니'라고 외치며 특별한 동작을 취하는 모습도 보였다. 내가 자리를 뜰 때쯤 아이들은 7분 내에 점수가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숱하게 보아 온 운동장이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장면들이 문득 낯설게 다가왔다. 그것이 만들어놓은 구획 안에서 정해진 대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나의 몸도, 그들의 존재도 이질적으로 느껴졌다.며칠 전 난
2019년 1월 18일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6명이 대통령 관저 경계로부터 100m 이내인 청와대 신무문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죄의 현행범인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리고 20일 검찰은 이들 중 김수억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이하 김 지회장)에 대해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과정에서 진행한 청와대 앞 3차례 집회, 서울고용노동청과 대검찰청 내 농성 등을 범죄사실에 포함시켜 구속영
1월 17일 18시 30분. 포스코 부당해고 철회 네 번째 집회다.날씨가 좀 풀렸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조상들이 막연히 생각해왔던 삼한사온의 날씨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과학으로 증명하듯 영상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지구의 온난화 현상을 몸으로 느낀다.특히 포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여름엔 덥고 겨울엔 더 춥다.아마 제철소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그러나 8차선 도로의 휑한 포스코 정문은 칼바람이 몰아친다.칼바람 추위보다는 분진에 뒤덮인 뜨거운 용광로 옆이 그래도 그립다.길거리에 내몰린 해고된 노조 간부 3명의 동지들의 체감 온도는 더욱더 낮다.분진에 휩싸인 뜨거운 용광로와 엿가락처럼 휘어져 감기는 열연 코일을 생산하는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민주노총에서 마
※ 용산참사 10주기를 맞은 1월 20일, 경북노동인권센터 권영국 센터장님이 칼럼을 보내주셨습니다. -편집자 주오늘은 용산참사 10주기를 맞는 날이다. 이틀 전 용산참사 10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와 경주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함께 김석기 국회의원 경주사무소 앞에서 “용산참사 10주기,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김석기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용산참사 당시 김석기 의원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자 경찰청장 내정자 신분으로 경찰특공대의 진압을 결정하고 지휘한 경찰 책임자였다.위 기자회견에는 조희주 범국민추모위 공동대표와 용산참사로 목
만평 / 계대욱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
크리스마스 캐럴이 그치자 이제는 새해 타령이 시작되었다. 따뜻한 인사와 희망찬 말들이 상투적이다. 사람들은 착실하게도 달력이 정해준 숫자들에 의미를 담는다. 똑같은 언어들을 교환하는 이 오랜 의식(儀式)에 태연히 섞이려니 왠지 모를 꺼림칙함이 고개를 든다. 시간이라는 캄캄한 벽이 눈앞에 버티고 선 듯하다. ‘새해’의 시작에 희망이 아닌 간절한 절망을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다.하루의 시작과 끝을 무엇과 함께 하는지를 묻는 것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스마트폰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용균아! 동창회 한 번 하지 못하고 가는구나. 부디 가는 길 쓸쓸하지 않게 기도할게""선배님!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머리와 몸이 분리되고 찢겨 사망한 고 김용균 노동자의 고향 구미에 설치된 분향소 벽에 붙어 있는 가슴 아픈 글귀다. 오상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청년들과 후배인 여대생들이 와서 울먹이며 각각 남기고 간 노란 쪽지를 보는 가슴이 미어지고 쓰라렸다.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계약직으로 입사한 김용균 청년의 죽음으로 우리는 슬픈 연말을 보내고 있다. 그는
교육부는 최근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구체적인 계획으로 내년부터 전국에 51개 학교를 ‘민주시민학교’로 지정하여 시범학교로 운영하고 2022년부터 ‘시민’과목 도입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육부에 이를 담당할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하였다. 일부 교육청에서도 민주시민교육과가 신설되고 신설될 예정이다. 학생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나야 하고 이를 위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하여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럽국가들의 민주시민교육 역사를 본다면 우리는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은
수능이야기수능이라는 손님이 왔다. 늦가을 거리에 은행잎들이 노랗게 시들어갈 무렵이면 어김없이 해마다 찾아오는 손님이다. 누구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손님이지만 수험생과 그 부모들에게는 참으로 긴장되게 맞아야 하는 중요한 손님이며 학교는 해마다 대하지만 아주 치밀하게 대해야 하는 까다로운 손님이다.수능이 처음 온 것은 1994년이다. 벌써 25번째다. 처음 올 때는 교과서 내용 중심의 4지선다형 학력고사라는 낡은 제도에서 벗어나 통합교과 중심의 5지 선다형 수학능력고사라 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우리 학교교육에 나름 기여한 면이 있다.그러면서 25년, 4반세기 동안 수능이 우리 학교교육을 지배했다.이후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도 수능은 변하지 않았다.세상이 변하여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요즘은 농촌에는 하곡(夏穀)과 이앙기(移秧期)가 겹치는 농번기이다. 또한 농촌지역 도로에는 이륜차, 경운기, 콤바인 등의 농기계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기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교통사고도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3년간 1,393건의 농기계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해 203명이 숨졌다고 한다. 농기계 교통사고는 영농철인 5월에서 10월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이 모내기가 시작되는 5월과 6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60세 이상 사고자는 전체 사고의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농기계의 운전자 대부분이 고령의 어르신들이고, 또한 이들 농기계는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일반차량에 비해 9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