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월요일 오전 11시, 국회 본청 223호 정의당 원내대표 회의실.‘비정규직ㆍ청년 노동자와 함께 차별을 해소하겠습니다! 노동·인권 변호사 권영국과 노동활동가, 청년 변호사 입당식’이라는 노란색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여영국 의원, 당 관련자와 권영국,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 이전락 금속노조 포항지부장 등 민주노총 활동가, 변호사, 비정규직 노동자 수십 명이 회의실을 가득 메우고 공동 입당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거리의 변호사! 노동인권 변호사!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비를 맞으면 싸워온
산업혁명의 발원지이자 한때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나라, 그러나 지금은 쇠퇴일로에 있는 영국.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빈국으로 떨어졌던 나라, 그러나 지금은 유럽 최강국인 독일. 영국과 독일의 극명한 차이는 제조업 정책에서 비롯된다.영국은 수십 년 전 제조업을 버리고 서비스업을 택했다. 노동자를 버리고 금융가, 변호사, 경영컨설턴트를 택했다. 영국의 고임금 경제로는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가와 경쟁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처지에 놓인 독일은 다른 선택을 했다. 오히려 제조업 투자를 늘리고 기술 혁신으로 그
늦은 휴일 오후, 강변을 산책했다. 경민 씨 어깨에 한 손을 얹고 속도를 맞춰 나란히 걷는 소점 씨의 어깨에 가을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김소점(46) 씨는 전 유도 국가대표 선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운동선수의 경험을 살려 헬스장을 열었고 사업은 대박이 났다.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모든 활동은 중단되었다. 소점 씨의 아이는 3살 무렵 희귀난치성 질환인 근육병 진단을 받았다.아들 경민(18) 씨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근육병이 있는 와상장애인이다. 손가락의 근육으로 전동 휠체어 조작만 가능하다. ‘경산자인학교’를 다니는 경민 씨는 오후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추석 때 만난 소율이가 몰라보게 훌쩍 키가 큰 모습에 세월의 빠름도 다시 한번 느꼈어.어릴 적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추석이 참 기다려졌어. 친지들이 벌초하러 오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사촌들과 모여 재미난 장난도 치고. 골짜기 외딴 집에 살았던 삼촌은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특히 숙부님은 손재주가 좋으셨는데 등유 횃불을 만들어 밤늦게까지 불을 밝혀 가재며, 물고기를 잡으셨어. 굵은 철사를 못 쓰는 천 조각과 함께 야구공처럼 둥글
경주시가 인권유린 사태로 논란을 빚은 H시설 대표이사로 가해자인 전 원장의 장인을 승인하자, 시민사회가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9월 23일,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경주시청 앞에서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해결 의지 없는 경주시 규탄 및 탈시설·자립 생활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참여자들은 경주시가 폭행 가해자이자 인권유린 사태의 책임자인 전 원장과 인척 관계에 있는 자를 대표이사로 승인하고, 거주시설 대표를 ‘탈시설·자립 생활 정책협의’에 포함한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배예경 공동대표는 “정부와
17일 오전 11시 고용노동부 포항고용노동지청(이하 포항고용노동청)에서 ‘영덕 오징어가공업체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추석 연휴를 앞둔 10일, 영덕군 A업체에서 청소 작업을 위해 깊이 3M 수산물 폐기물 탱크에 들어간 노동자가 질식으로 쓰러졌고, 이후 구조에 나선 노동자 세 명까지 연이어 가스 질식으로 사망했다. 숨진 노동자는 한국인과 결혼한 딸이 있는 베트남 국적의 노동자 1명과 태국 국적 노동자 3명 등 총 4명이다.기자회견을 주최한 대구경북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연대회
한국천문연구원은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을 통해 우리은하 전체를 감싸듯 구형으로 분포하는 구름지대인 헤일로에서 ‘왜소신성’을 발견했다.우주에서 별들은 대부분 두 개 이상 함께 존재하며, 태양처럼 혼자인 경우는 소수이다. 둘 이상이 함께 있는 쌍성계의 한 별이, 짝별(동반성)로부터 빛을 만들 수 있는 물질을 재공급받으면 별이 갑자기 밝아지는데 이런 별을 신성(nova)이라 한다.유입되는 물질은 백색왜성 주위에 원반을 만든다. 원반에 물질이 쌓이면서 밝아지면 왜
2014년 6월, 처음으로 피렌체를 방문했다.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서 말로만 듣던 피렌체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던 나에게 한 커플이 사진을 찍어 달라며 핸드폰을 내밀었다.흔쾌히 받아든 다음 순간, 조금 놀랐다. 여느 연인과 다름없이 사랑스러운 포즈를 취한 그 커플은 둘 다 여성이었다. 동성 커플을 실제로 가까이서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동성애에 대한 비이성적 혐오를 혐오하던 나였지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처음 접했을 때 순간적으로 드는 낯선 느낌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그 뒤로 피렌체를 방문할 때마다 한국과 달리 자연스러운 동
경산지역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파업이 38일째를 맞은 7일, ‘대체인력 배치’와 ‘환경 오염 방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경산시청에서 열렸다.경북녹색당 경산시위원회, 대구녹색당,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 주최로 열린 이 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산환경지회, 민주노총 경산지부, 경산여성회 등 노동·사회단체 회원과 녹색당 당원 40여 명이 참석했다.최종현 경산환경지회장은 “잔재물 처리라는 명목으로 (수거 대상이 아닌) 재활용품 수거까지 강요했다. 소쿠리를 들고 다니며 깨진 병, 유리, 음식물 쓰레기까지 치워야 했다”며 “경산시
어느새 차가운 이슬이 데워지는 조금 이른 아침. 옅은 붉은빛 태양이 떠올라 있다. 머뭇거리듯 구름 가장자리로 햇빛이 새어 나온다. 저 멀리 바라본 하늘엔 먹구름 파도가 넘실대고 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태양의 빛은 바람이 몰아 더욱 겹겹이 쌓인 검은 구름 뒤로 가려진다. 그렇다 한들 이른 아침의 체감온도는 26도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오전은 내내 흐린 날씨로 이어진다. 7월의 마지막 주 체감온도 33도. 훅훅 거칠게 몰아쉬는 숨이 이끌고 터질 듯 쿵쾅거리는 심장을 앞세워 산허리에 올랐다. 다행히 쌓이고 쌓여 자유롭게 퍼
소율아 무더위에 잘 지내고 있어?장마다.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는지 비가 많이 오는구나. 천둥소리에, 양철지붕 때리는 빗소리가 더해져 귀가 먹먹하지만 반가운 비다. 여름 무더위에 고생을 좀 했는데 비가 와서 기온도 내려가고 가뭄 해결도 되니 좋다.삼촌이 어릴 때 방학을 앞두고 이런 장맛비가 많이 내렸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다 보면 골짜기 중간중간 불어난 빗물로 산길을 가로질러 계곡이 생겼어. 이미 젖은 운동화로 계곡물을 퍼 나르며 물싸움을 했지. 빗물에 가방은 물론 온몸이 폭 젖어 하얀 김이 펄펄 났어.집 앞에는 자갈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북지부는 지난 16일 경상북도교육청 앞에서 조합원과 연대단체 등 150여 명이 모여 노조 전임자 징계저지를 위한 경북교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임종식 교육감에게 "전교조 경북지부를 경북교육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경상북도교육청은 지난 3월 전교조 경북지부 박순우 수석부지부장과 지승엽 정책실장에 대해 노조 전임을 이유로 한 휴직을 불허하고 4월 10일부터 3개월간 직위를 해제하였으며 현재 두 교사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하여 징계수순을 밟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그 긴 역사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있다. 유명한 메디치 가문과 훌륭한 예술가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서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만날 수도 있다.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에서 북서쪽 골목으로 조금 올라가면, ‘ㄷ’자 모양의 광장을 만날 수 있다. 광장 정면에는 페르디난도 데 메디치의 청동 기마상이 버티고 서있다. 코시모 1세를 비롯한 메디치 군주들의 동상은 시뇨리아 광장 등 여러 곳에서 마주칠 수 있다. 과거 메디치 가문의 선조들은 표면적으로나마 피렌체의 공화정을 지지하며 시민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길 극도로 꺼
1_1. 2019년 7월 총선 : “시리자” 4년 반 만에 정권을 잃다 7월 7일, 그리스 총선 결과가 발표되면서 2015년부터 만 4년 반을 집권했던 “시리자 SYRIZA”(급진좌파연합)가 패배해 정권을 잃었다. 그리스가 ‘유럽의 환자’로 불리며 구제금융 대상국의 대명사가 되다 보니, 국내 언론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는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른 시선으로 단순 외신을 넘어서는 수준의 보도가 이뤄졌다.2차 세계대전 직후 발칸반도의 거의 모든 나라가 구소련의 영향으로 사회주의 국가로 자리 잡으면서, 그리스는 해당지역에서 유일한 서방세계
1. 오욕의 시대를 지나 초강대국으로 부활하는 중국중국과 우리는 지난 수천 년 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때로는 침략자로, 때로는 “중화”에 대한 ‘사대’의 대상으로 숭앙될 만큼 그 관계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다. 한제국 VS 고조선, 수ㆍ당제국 VS 고구려(&신라), 요ㆍ금ㆍ원 유목제국 VS 고려, 청제국 VS 조선에 이르기까지 지난한 항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전근대 역사에선 주로 ‘대국’으로 떠받들어주며 당대의 국제무역인 ‘조공체제’(당대 중국의 조공은 대부분 오히려 중국이 적자를 보는 구조였음)를 유지하며 실리를 취해온
르네상스의 시작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 철학1414년, 독일의 작은 마을 콘스탄츠에 전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모여 공의회를 연다. 세 명의 교황이 난립하던 시기였기에 가장 중요한 의제는 누가 진짜 교황인가를 가리는 것이었다. 로마 교황 요하네스 23세는 공의회 소집을 계속 반대했으나 결국 승인하고 직접 참석한다. 여기에서 세 명의 교황을 모두 폐위시키고 새로운 통합 교황을 세우자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요하네스 23세는 최선을 다해 대항했지만, 점점 수세에 몰렸다. 결국 1415년 3월 20일 오후 1시경, 그는 변장을 한 채
조카 소율이에게 오월 날씨가 35도라니 말도 안되게 더운 한낮이야. 올해는 특히나 고온에 이상기온이라 편지 쓰는 삼촌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 안 그래도 뜨거운 햇빛에 눈이 저절로 감기는데, 왼쪽 눈꺼풀이며 눈두덩이에 쌍으로 다래끼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또 이놈의 파리는 왜 이리 많은지 양 볼에 날아들어 심기가 불편하다. 짜증에 짜증이 겹치는 오후구나. 이런 날씨에는 계곡 웅덩이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삼촌이 어릴 적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은 버스에서 내려 4km 정도의 거리였어. 십 리 길이라고도 하지. 초등학생 걸음이 얼
# DMZ국제다큐영화제 대구 앵콜상영회를 준비하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다큐멘터리 영화제로서, 국내의 다른 국제영화제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후발주자인 셈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라는, 상대적으로 비주류 분야와 DMZ라는 지역적 상징성을 결합해 반전·평화와 사회적 다큐라는 주제의식을 명확히 하면서 제작지원과 지역공동체 상영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영화제들이라면 몇 차례씩 겪게 되는 내우외환 속에서도 올해 9월 11회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매년 영화제 상영작 중에서 일정 작품
故김건우 학생 노제ㆍ기자회견이 30일 오전 11시 포항시 북구 Y중학교 정문 앞에서 열렸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포항지회, 경북노동인권센터, 경북장애인부모회 등 7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는 故 김건우 학생의 유족들도 참석했다.숨진 김 군은 지난 3월 25일, 평소 존경하던 도덕 과목 교사로부터 ‘성인물을 보냐’는 지적과 20여 분 동안 얼차려를 받은 후, 체육 시간에 홀로 교실에 남아 유서 형식의 글을 쓰고 학교 5층에서 투신했다. 노제와 기자회견에 앞서 장성성당에서는 故김건우 학생 장례미사가 봉헌되었으며,
정부가 기념하는 4월 20일 ‘장애인 날’이 정작 장애인이 겪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경북에서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선언하는 자리가 열렸다.17일 오전 11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대표: 김신애, 김종한, 김태영)는 ‘2019 경북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선포식’을 개최하고, 경상북도에 ‘범죄시설 폐쇄’,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선포식에는 경북지역 장애·노동·시민사회 단체 소속 100명의 참여자가 모였다.김신애 경북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여는 발언을 통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