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정치1번지 (20) 정동영, 인생은 육십부터

51일 노동절을 지나며, 4.29 재보선 낙선자인 정동영 씨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최근 5년동안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을 가장 열심히 다닌 정치인이다. 옛날에 꽤 보수적이던 그는 '반성문'을 내고 '담대한 진보'를 주문했다. 2012년 총선에선 영남보다 더 어려운 강남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나는 2013년 초쯤 그를 처음으로 가까이서 봤다. 튀고 싶어하는 듯한 예전의 그 인상이 아니었다. 뒷모습부터가 그랬다. 행사장에 조용히 들어와 발제를 듣고, 조별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너댓명 청년들과 수수하고도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정치를 진득하게 하다 보면 사람이 스스로 달라지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지난 2011년 4월, 고공농성중인 버스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망루를 오르던 정동영


정동영 씨 팬이 아닌데도
관악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그가 이기기를 바란 사람들이 꽤 있었다
. 교착을 넘어 침몰 단계로 가는 듯한 새정치민주연합을, 거기서 나온 정동영이 한번 흔들어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정동영의 성적표는 3위에 20% 가량의 득표율. 초라하디 초라했다.


그러나 정치인 정동영이 사는 법이 있다
. 권력에서 멀찍이 밀려난 정동영 씨는 이제 역사와 명예 속에서 길을 찾으시라. 그러려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떨어져 나올 사람들을 기다리지 말고, 호남에서 출마하더라도 호남 신당따위에는 눈길주지 말라.


진보정당운동이라는 새 진로에 매진하시라. “내가 얻은 20% 득표율만큼 진보정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로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는 통일부 장관이었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의장이었다. 집권 경험 없는 진보진영이 지극히 취약한 외교, 안보 분야를 경험했다. 이것을 진보정당 구성원들과 나누시라. 인생은 육십부터다.

최고지도자 아닌데도 영향력 1위 정치인들 있었다

또한, 수상은 안(못) 하고 장관만 해봤지만 수상에 버금가거나 수상 이상의 발자취를 남긴 정치인들이 있으니 공부해보시라. 스웨덴 복지국가의 설계자 에른스트 비그포르스
, 영국 정치에 마가릿 대처보다 더 큰 영향을 남겼다는 토니 벤, 독일 사민당의 2인자였다가 당의 보수화에 반발해 좌파당에 합류한 오스카 라퐁텐......   


나는 유머는 정치1번지라는 제목이 부담스럽다. 웃기지 않는 내용일 때도 많으니까. 특히 이번 글이 그렇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정동영 씨, 유머를 더 많이 가지세요. 웃는 사람이 이깁니다.


필자가 찍었던 정동영의 뒷모습(2013년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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