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의 만화 톺아보기 1

리틀 포레스트/ 이가라시 다이스케 (세미콜론)

러프한 팬터치로 슥삭슥삭 그려낸듯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기억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매력적인 그림이 너무 좋다. 작가는(이가라시 다이스케)는 직접 경험한 시골생활을 베이스로 먹는다는 것,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다.

주인공 이치코는 어느날 갑자기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어릴적 엄마와 함께 살던 코모리로 돌아온다. 엄마도 없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농사와 부업을 병행하는 고단한 삶을 살지만 그녀는 외롭지 않다. 어릴적 부터 자신의 성장을 지켜봐온 어르신들과 함께 자란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치코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시종일관 차분하다. 마치 어느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처럼..

먹는 다는 것
이치코에게 먹는 다는 것은 단순히 생을 이어가기위한 수단이 아니다. 수확을 위해 밭을 갈고 작물을 재배하고 자연에서 주어지는 것들을 최대한 얻는다. 겨울의 추위 조차 식재료에 베어든 조미료라고 표현함으로써 환경에 서서히 녹아드는 본인을 의미한다.


바라본다는 것
이치코는 주변의 코모리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것을 응시한다. 계곡을 넘나드는 산짐승, 벌레, 날짜에 따라 느리게 변하는 산채들 계절의 변화와 함께 호흡하는 주변의 것들을 바라보며 성장하는 본인을 느낀다.

토마토는 강하면서 약하다.
작품에서 이치코가 가장 애정을 가지는 작물은 아무래도 토마토가 아닐까 싶다. 여름날에 빨갛게 익은 열매를 한입 베어물면서 토마토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가지를 손질 해주지 않으면 중구난방으로 자라기에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줘야 한다. 잘라진 가지를 땅에 던저 발로 꾹 밟아주면 그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먹다 버린 씨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토마토는 강하다. 동시에 토마토는 약하다. 노지에서 재배되는 그녀의 토마토는 대부분 기후를 견디지 못해 병들거나 썩어버린다.

코모리의 사람들은 하우스를 싸게 빌리거나 적은 양은 사서 먹는 것이 어떠냐고 말한다. 이치코는 그때 마다 분해서라도 노지에서 맛있게 재배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다르다. 하우스를 지으면 영원히 코모리에 살것같은 불안함을 안고 있다.

결국 코모리는 이치코에게 묻는다. 두개의 세계중 하나만을 고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어떤 삶을 선택하건 인생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이치코는 자신 만의 방식으로 코모리에서 '자립'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리틀 포레스트]는 결국 돌고 돌아 원을 그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 만화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이 만화는 단순히 귀농을 다룬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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