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민이 발견하고 제보... 'GO발뉴스', '경향신문' 등 보도

지난 14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구미시민 K씨(36, 인의동)는 천안함 46용사 묘역의 표지석이 교체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하 사진). 원래 표지석은 트럭에 실려나갈 채비를 하고 있고, 새로운 표지석이 마무리 공사 중에 있었다. 

 

 

 

 

 

표지석 내용도 바뀌었다. '이 곳은 2010. 3. 26. 서해안 임무수행 중 희생된 천안함 46용사가 잠들어 있는 곳입니다.'는 문장이 '이곳에는 2010년 3월 26일 NLL 수호임무 수행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전사한 천안함 46용사들이 잠들어 있습니다.'로 변경되었다. 교체 공사는 지난 15일에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공격', 'NLL 수호' 추가

첫줄에서는 'NLL 수호임무'가 눈에 띤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다"는 억지 주장과 맞물려 묘한 정치적 의도를 풍길 수 있다. NLL은 남한 입장에서 '사실상의 영토'였고 노전대통령은 북한에 가서 이를 분명히 했다. 

다만 노대통령은 NLL이 국제법적 효력이 약하고 북한과의 지속적 갈등요인이 되기 때문에 'NLL을 인정하면서 이를 평화의 바다로 덮자'는 요지의 제안을 했을 뿐이다. 정부여당은 그러나 이를 두고 'NLL 포기'라고 주장해왔다.


 

 

 

교체되기 전의 천안함 용사 묘역 표지석
 

새로 세워진 표지석(이상 사진 구미시민 K씨 제공)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도 한창 논쟁중인 사안이다. 천안함 사태의 원인에 대해 당시 이명박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규정하였으나, 실제로 북한이 공격했는지 아닌지 결론을 떠나, 그간 정부의 발표에 숱한 의문점이 제기되었다. 

가령 두 동강난 직후의 천안함을 찍은 TOD(열영상관측장비) 영상에서는 주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어뢰폭발로 침몰했다면 열흔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또 천안함에 남은 긁힌 자국, 어뢰 추진체 부위에서 나온 참가리비가 서해안에서 잡히지 않는다는 점, 정부가 말한 어뢰 추진체 사진이 상이하다는 점 등도 의문시되었었다. 때문에 좌초설이나 제3국잠수함과의 충돌설 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론이 무엇이든 한창 논란 중인 사안인데...

문제는 어느 설이 맞느냐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어뢰공격설에 조금의 의문만 제기하거나 단순히 결론을 유보하는 시민에 대해서도 '종북주의자'라는 식의 인신공격이 쉽게 자행되어 왔다.

최근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상영관에서 밀려나는 것도 그러한 현상이다. 그리하여 천안함 침몰에 관한 대정부비판들은 대체로 어떤 결론을 지향하기보다 토론 자체를 가로막는 정부와 일부 세력의 폐쇄적 태도를 겨냥하고 있다.

천안함 46 용사가 국방의무를 수행하다가 세상을 떠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며, 여기에 무언가를 덧붙이지 않아도 국민들이 이들을 기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민감한 구절을 포함한 새 표지석으로 교체하는 것은 또다른 논란거리를 양산하기 마련이다. 

제보자 K씨는 "추석 명절 전 주말에 급히 공사를 하는 게 이상하다. 이렇게 아무 때나 국립묘지 묘비명을 바꿔도 되는가.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쉽게 묘비 내용을 바꾸겠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 사진제보는 'GO발뉴스'에 이어 <경향신문> 등에도 소개된 상태다. <경향>의 기사에 따르면, 해군측은 "북한 공격으로 인한 전사란 사실을 명문화하고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지 명확하게 해달라"는 참배객들의 요청이 많았다면서 "표지석 교체에는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으며 해군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용사 추모와 의혹 제기는 상충되지 않아

그러나 이는 거꾸로 해군측에 표지석 교체를 요구했다는 일부 참배객들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구미시 상모동 주민인 B씨(31)는 "정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숨진 용사들을 추모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정부나 극우세력은 추모를 이용해 상대의 입을 아예 막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미 지역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특별 상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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