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어떤 방식으로 자본·권력과 결탁하는가

언론이 객관적이며 공명정대한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대중들은 언론을 통해서 특정한 사실에 대한 정보를 얻고 견해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언론에서 다루는 사회적인 문제들은 개인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크고 복잡해서 개인이 모든 사회 현안과 사건에 대해서 직접 경험 하고 주관적인 견해를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소위 영향력있는 주류 언론들은 공정성에 대한 권위를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언론으로서의 권위는 수용자들에 의해서 부여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를 받아들이냐는 반대로 그 언론이 얼마나 권위를 가지고 있느냐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그리고 대중은 그들이 부여한 언론의 권위에 순종한다. 개인의 인식을 초월하는 주제들에 대해서 대체 누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확인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언론이 보여주는 세계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아니다. 현상과 사실 자체를 상상하거나 거짓을 전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입장에 서서 보여주고 싶은 사실만 보여주거나, 어느 한쪽의 주장에 부합되는 사실만을 집중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수용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바로 선전모델이 작동하는 순간이다.

허먼과 촘스키가 이야기하는 선전모델은 자본주의체제에서 언론이 처해 있는 시장상황에 주목하면서 뉴스를 '필터링'하는 다섯가지 장치를 제시한다. 먼저, 언론이 '기업화'됨에 따라 다른 대기업, 은행, 정보와 긴밀하게 얽히게 이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광고의 영향이다. 대중매체의 주요 수입원이 바로 광고다. 공중파를 통한 TV방송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구독하는 주요 일간지들의 주수입원은 광고다. 따라서 경쟁이 치열한 언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대한 광고주들의 비위를 맞춰 광고를 많이 유치해야 한다. 광고는 TV프로그램 편성에서부터 논조에 이르기까지 언론을 압박하는 수단이다.

이밖에 정부, 기업들의 지원을 받는 정보원에 대한 의존, 언론보도에 대한 반론과 이의제기에 대한 부담, 통제 메커니즘으로서 '반공주의'라는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선전모델이 작용하고 이렇게 필터링 된 정보들을 우리는 진실인 양 받아들인다.

여론조작은 미국의 양심이라 불리는 촘스키의 대표적인 저작이자 언론의 속성을 파해쳐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자본,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여론을 조작하는지, 그리고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공산정권과 제3세계를 보도하면서 어떻게 선전모델을 가동했는지에 대해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한때는 독재권력에 농락당하고 지금은 거대 자본에 신음하는 우리 언론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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