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넘게 길거리에서 싸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노동조합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한 싸움이 6개월을 넘어 어느새 200일이 다 되어간다.

지난 6월 30일 ‘전기 공사를 실시하니 하루 출근하지 말라’는 휴대폰 문자로 시작된 170여 명에 대한 집단 해고로 길게는 9년간 일해 온 일자리에서 길거리로 쫓겨난 노동자들이 복직을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계 기업인 아사히글라스는 디스플레이 패널용 유리를 제조하는 회사로 정규직은 800여명이고 사내하청업체는 GTS, 건호, 우영 등 3개가 있다. 지난 2005년 아시히글라스는 경상북도, 구미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5년간 국세 전액 감면, 15년간 지방세 감면, 50년간 토지 무상임대(17만평) 등의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

반면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9년간 주말에는 주야맞교대, 주중에는 3교대로 일하면서도 최저임금만을 받았다. 작업복과 안전모도 변변치 않고, 장갑도 스스로 세탁해서 써야 했으며 지난 2012년에는 바로 옆 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되었지만 작업을 계속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아사히글라스는 연평균매출 1조, 연평균 당기순이익 800억, 사내유보금(미처분이익잉여금) 7295억 원(2014년 기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6월 30일 아사히글라스는 전기공사를 이유로 휴무를 단행하고, 하청업체 GTS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물량 감소’가 이유였지만 3개의 파견업체 중 노조가 결성된 GTS만을 대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을 보면 그 당시에 결성된 노동조합에 대한 보복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외국인 기업의 부당한 집단 해고에 맞서 아사히 노동자들이 기댈 언덕은 사실상  구미시청 밖에 없었다. 엄청난 특혜를 주고 유치한 기업이니 만큼 아사히글라스의 부당해고에 대해 구미시가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구미시는 한창 진행 중인 5공단의 외국인 기업 유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사측의 부당한 해고에 대해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와 요구에 사측과 노동조합간의 교섭을 주선하기는 했지만 ‘원직 복직은 불가능하고 위로금으로 정리하자’는 사측의 입장만 확인한 채 어떠한 사태 해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구미시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각종 특혜를 주면서 외국 기업을 유치했지만 최저임금에 부당해고가 판치는 불량 일자리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사히 글라스가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이 문자 한통으로 170여명의 노동자를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내몰고도 어떠한 법의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은 ‘파견근로법’ 때문이다. 해고당한 170여명의 노동자들은 ‘아사히글라스’에서 일을 했지만 ‘아사히글라스’ 노동자가 아닌 ‘GTS’라는 파견업체 소속이었다. 그러므로 이번 해고 사태는 형식적으로는 ‘아사히 글라스’가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 아니라 ‘아사히 글라스’는 파견업체인 'GTS‘와의 계약을 해지한 것 뿐이다. 물론 12월까지인 계약기간을 어기고 6월 말에 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한 계약 위반이지만 ’GTS'가 이에 대해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은 ‘GTS’이며 ‘GTS’는 계약 해지로 인해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했으므로 형식적으로는 정리해고에 별 문제가 없다. 이것이 파견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파견근로법’을 개정한다고 한다. 파견 노동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기 위해서...

새누리당의 5대 노동법 개정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요구한다. 우리 눈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부당해고가 번연히 일어나고 있음에도 정부․여당은 온갖 위기설을 조장하면서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 노동법 개악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노동법이 통과될 경우 노동자들은 또 다시 피눈물을 흘려야할 것은 분명하다.

아사히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고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누리며 일방적인 해고의 위험이 없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번 노동법 개악을 막아내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아사히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관심과 응원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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