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 수준 넘어선 5.16, 유신 찬양에 시끌했던 10.26 직후

지난 26일 여느해처럼 구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모제가 열렸다. 예산 1500만원을 지원하는 구미시가 주최하고 박정희생가보존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남유진 구미시장, 김태환, 심학봉 국회의원, 김관용 도지사 등 지역 정가의 대표적 인물들이 참석했다.

심학봉 의원 "아버지 대통령 각하"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치러진 이날 추모제에서 정치인들의 발언은 또 한 번 전국적인 관심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과거에도 "박정희 대통령은 반신반인(반은 신이고 반은 사람)"(남유진 시장)이라는 등 극단적 찬양 발언이 있었으나 주로 11월 14일 탄신제에서 등장한 데 비해, 비교적 경건하게 치러지는 추모제에서도 과도한 발언이 쏟아졌다. 

김관용 지사는 5.16쿠데타를 가리켜 "박 대통령이 구국의 결단을 나설 때 나는 구미초등학교 교사여서 그때는 잘 몰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참 대단한 어른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남유진 시장도 "님께서 난 구미 땅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합세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심학봉 국회의원의 추모사. 그는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는 표현을 쓰더니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4년", "아버지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고 밝혔다.

이에 구미시민 장모씨(광평동, 38)는 "북한의 '어버이 수령'이라는 말이 생각나더라"고 밝혔다. 이모씨(상모동, 41)는 "심의원이 선거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던데 정권에 호소하는 거 아니냐"고 의심했다.

"한국은 독재를 해야 돼. 하나님이 독재하셨어"

사건은 구미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날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5.16과 유신을 폄훼하는 소리에 각하의 심기가 조금 불편하실 줄로 안다. 그러나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태산 같은 각하 뜻을 소인배들이 어찌 알겠는가"라고 발언했다.

한편 지난 25일 10여개 교회가 서울 강남 나들목교회에서 주최한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예배’에서는 원미동교회의 김영진 목사가 과감히 독재를 옹호했다. 그는 “한국은 독재를 해야 돼. 정말이야"라며  "하나님이 독재하셨어"라고 말했다.

결국 논란은 정치권으로 옮아갔다. 27일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한길 대표는 "유신 잔존 세력이 독초처럼 자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추모 속에 나온 발언들을 비판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의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애착심을 표현하기 위한 호칭('각하')에 말꼬리 잡지 말라"고 반박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찬반 의견은 자유롭게 밝힐 수 있는 것이다. 찬성 의견이 반민주적인 것으로 비쳐지더라도 그 역시 표현과 사상의 자유에 따라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박 전 대통령 긍정 평가하더라도 5.16과 유신은..."

그러나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을 위협하는 것일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황상동 주민 김모씨(30)는 "박대통령의 경제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토론해 볼만 하다. 하지만 5.16과 유신은 다르다. 버젓이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언행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 이모씨(36)도 페이스북에서 "박전대통령도 자신을 '독재'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독재를 찬양하는 사람이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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