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화 유지, '위탁 쇄신 추진' 얻어낸 대신 직영화 시점 연기

폐기물 수거의 위탁과 직영화를 둘러싼 갈등이 일단락되었다. 8일 구미시의회는 본회의를 열어 구미시 폐기물 관리 조례개정안을 수정가결했다.

당초 구미시가 제출한 개정안은 대형폐기물과 재활용품 수거의 의무적 직영화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이었으나, 구미시의회는 직영화 조항은 유지하여 추가 위탁을 막되 현재 위탁 중인 사업 부분의 전환시점을 2015년 1월 1일로 1년 더 연기하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앞서 7일 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가결한 수정안이었다.

직영화 대 직영화 조항 삭제. 팽팽하게 맞붙은 대결에서 일종의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동시에 양쪽 어느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싸움이기도 하다. 그간의 과정과 이를 통해 확립된 바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1막 - 시의 위탁 강행과 노조와 일부 의원들의 조례개정을 통한 반격

대형폐기물 및 재활용품 수거의 위탁을 둘러싼 갈등은 2012년 6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미시는 시청 환경미화원 노조와의 상의 없이 원래 직영하던 이 사업을 위탁하기로 결정했고 우선 일부 지역에서 이 사업을 시범위탁하기로 했는데 이것이 그때 수면 위로 오른 것. 구미시는 의회에도 위탁에 대한 동의안을 내지 않았고 예산 심사 속에서 사업 비용은 다수 의원들이 미인지한 가운데 통과되고 말았다.

시소속 무기계약직 일자리가 줄고 이것이 업체 소속 불안정노동 일자리로 뒤바뀌는 것에 반발한 구미시청 환경미화원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강기수 노조위원장에 이어 구미경실련까지 피케팅에 가세했다. 환경미화원 노조는 거리에 나서 환경미화원 비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시민 서명을 받기도 했다.

구미시의회 일부 의원들도 강하게 비판하며 위탁 예산 불용처리를 요구했다. 조례를 개정하여 대형폐기물 및 재활용품 수거를 직영으로 규정하는 방안까지 찾아냈다. 그러나 구미시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해 8월부터 인동동, 진미동, 양포동 지역에 시범적으로 위탁 사업을 실시했다.

일부 의원들은 구미시와 위탁업체 양쪽에 "조례를 개정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업을 4, 5개월밖에 못 한다. 위탁에서 손을 떼거나 차량 장비를 구입하지 말고 시가 업체에 임대하라"며 경고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구미시가 위탁을 강행하자 그해 9월 김수민 의원(녹색당/인동, 진미) 등 6명의 의원이 구미시 폐기물관리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첫째, 대형폐기물과 재활용품 수거는 시가 직영할 것, 둘째, 일부 지역에 시범위탁이 실시된 것은 2014년 1월 1일 직영화할 것, 셋째, 위탁가능한 사업이라도 폐기물 수거 위탁을 시작할 때 사전에 의회의 동의를 받을 것, 넷째 시장과 폐기물관리업체는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 등이었다.

이 조례개정안은 진통 끝에 2012년 9월 구미시의회를 통과했다. 또 이 과정에서 구미시 직장공무원협의회(현 구미시 공무원노조)가 2009년 구미시와의 단체협약에서 '환경미화업무 민간위탁 추진'을 관철시켰다는 사실이 김수민 의원에 의해 폭로되기도 했다. 김의원은 "총액인건비제도로 공무원의 인원과 임금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환경미화원의 수를 줄여서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정규직 이기주의"라고 비판하며 "다시 생각해서 같이 살아야 한다. 총액인건비제도를 함께 타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시 추가 위탁에 반대하거나 직영화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그 이유로 사업의 독점적 성격상 사기업 독점이 아닌 공공독점 필요, 위탁으로 인한 공공업무의 책임성 저하, 위탁업체의 독점적 사업 운영, 업체의 종사자 인건비 갈취, 종사자 저임금 및 열악한 처우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질 하락을 들었다.

반면 구미시는 환경미화원의 임금이 너무 많으므로 위탁을 통해 임금을 다운시키고 예산을 절감해야 하며, 위탁하면 서비스 질이 더 나아진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환경미화업무 위탁 반대에 나선 구미시청 환경미화원 노조와 구미경실련 (구미시청 환경미화원 노동조합 제공)

2막 - 직영화 조항 삭제를 예고한 구미시와 직영화론자의 전면전  

지난해 통과한 조례개정안에 따르면 일부 지역 대형폐기물과 재활용품의 수거가 직영화되는 시점이 2014년 1월 1일이었으므로, 2013년 연내에 구미시가 조례를 재개정해 직영화를 무산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돌았다. 실제로 구미시는 지난 7월 직영화를 반 년 앞둔 시점에서도 직영화 여부를 묻는 시정질문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8월 말 구미시는 직영화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또다시 갈등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번은 작년과 달랐다. 환경미화원 노조는 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1인시위를 벌였음은 물론, 9월 말과 10월 초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구미지부와 함께 시청앞 집회를 열었다. 강기수 위원장은 집회에서 삭발을 하기도 했다.

구미풀뿌리희망연대와 구미경실련도 연이어 성명을 냈다. 특히 구미경실련은 구미시의회에 "토론 없이 부결"시키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통과시킨 조례개정안은 일종의 '시민적 합의'인데도 이를 구미시가 무시했기에 의회가 시의 안을 부결시키라는 것이었다. 한편 직영화 조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김수민 의원은 남유진 구미시장의 행정을 '삼반(반공공, 반노동, 반환경)'으로 규정했다.

10월 10일 구미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일단 구미시의 조례개정안을 가결 보류 처리했다. 대신 1만6천여명 시민이 서명하고 김성현 의원(무소속/도량동, 선주원남동)이 소개한 <생활폐기물 처리업무 민간위탁반대에 대한 청원>을 통과시켜 집행부에 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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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폐기물 처리 위탁 반대 청원 통과)

그리고 논란은 기존에 근 20년간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해온 3개 위탁업체로 옮겨 붙었다. 이 업체들의 인건비 갈취, 장기간 사업 독점과 이익 확대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재활용품 수거 위탁업체가 마구잡이로 쓰레기를 싣는 장면을 포착하고 위탁원가가 알고 보면 직영원가보다 더 비싸다고 밝히기도 했던 김수민 의원은 지난 10월 30일 대형폐기물 및 재활용품 수거 업체를 포함한 총 4개 업체가 인건비를 갈취했다며 이 업체들에게 계약해지나 입찰참가제한 등의 벌칙을 부여할 것을 강력 주장했다.

김의원은 또 업체의 현장감독자들은 다른 종사자들과 달리 기준을 초과하는 임금을 챙겼고, 이 가운데는 전직 지방의원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함께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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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했더니 쓰레기 수거 마구잡이로... '위탁하면 비용절감' 주장도 허구 /
구미시 쓰레기 수거 업체 임금 갈취 여전?)

그런데 폭로 이튿날인 10월 31일 새로운 국면이 찾아오는 듯했다. 환경미화원측이 시장에게 요구해온 면담이 이날 갑자기 잡힌 것이다. 이 자리에는 남유진 시장, 환경미화원 노조 위원장과 사무국장은 물론 의회를 대표하는 임춘구 의장(새누리당/고아, 무을, 선산, 옥성)과 중재에 노력한 박교상 의원(무소속/형곡)도 배석했다.

남시장은 그러나 환경미화원 노조가 요구한 환경미화원 인원 정수 보장에 대한 공개적 약속, 단체협약에서 '협의'하도록 되어 있는 조항을 '합의'로 바꿀 것, 위탁업체 소속 미화원들의 인건비 개선에 대해 답을 회피했다고 알려졌다. 남시장은 "더이상 위탁하지 않고 환경미화원 수를 줄이지 않겠다"고만 밝혔고, 노조측은 "믿을 만한 조치가 없어 믿을 수 없다 "면서 면담은 결렬되었다. 

지난 4일 의회 산업건설위는 또다시 조례개정안을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심사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산회했다. 당시 의원들은 "시장과 환경미화원 노조가 다시 합의점을 찾아오라"고 요구했지만 추후 협의의 여지 없이 결렬되어 버린 면담은 다시 열리지 못했고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7일 다시 열린 산업건설위 회의에서 김상조 의원(새누리당/상모사곡, 임오)은 의회에 조례안 처리를 압박하는 시의 행태와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의회의 현주소를 지목하며 "지난달에 보류된 조례안을 곧바로 또 올릴 필요가 있나. 상정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후 의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의견을 개진하던 끝에 정회를 선포해 의원들이 내릴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윽고 속개된 회의에서 윤종호 의원(무소속/양포, 산동, 장천, 도개, 해평)이 직영 조항을 유지하면서 직영 시점을 2015년 1월 1일로 1년 더 늦추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이수태 의원(새누리당/송정, 원평)이 10월 10일 제안했던 안과 같았다. 그리고 이는 결국 통과되었다. 그에 앞선 비공개 토론에서 의원들끼리 합의된 것으로 추측된다. 원안 부결을 주장했던 의원들과 그렇지 않았던 의원들 모두 표결 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반면 박상우 주민생활지원국장 등 집행부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1년 연기안은 집행부가 지난해 직영화 조례개정안이 통과된 뒤에도 전혀 직영화를 준비하지 않아서 예정대로 2014년 초에 직영화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의원들이 제안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심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제기된 '3개업체 위탁 체제'에 대해 구미시가 전향적 태도를 밝힌 것이다. "그동안 시의 인구가 늘었으므로 3개 위탁업체가 분할 독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원들의 논리가 먹혀든 결과다.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는 윤종호 의원의 질문에 박 국장은 "쇄신안을 만들겠다. 권역을 더 여러 개로 나누는 것(3개업체의 담당 구역을 축소하는 것)을 검토하겠다. 김수민 의원이 이야기한 인건비 갈취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8일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폐기물 수거 위탁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락되었다. 환경미화원 노조도 이날 시청 앞에 게시된 현수막을 내렸다. 


 

위탁업체 문제점을 시인하고 쇄신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박상우 구미시 주민생활지원국장


갈등 과정과 확정 조례안의 의미 

쓰레기 수거 위탁을 둘러싼 그간의 갈등이 낳은 성과는 첫째, 사업의 위탁과 위탁 업체가 더이상 성역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지난 5대(2006~2010) 구미시의회 당시에도 위탁업체 문제는 쟁점이었는데, 이것이 제6대 들어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반기 산업건설위원이었던 김성현 의원이 인건비 갈취 문제를 처음 제기한데 이어, 후반기에 김수민 의원이 입법활동과 폭로전으로 위탁업체의 문제를 파헤쳤다.

위탁업체가 공개적으로 반론이나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윤종호, 박교상 의원 등도 비판에 나서 집행부와 업체들을 압박했다. 김정미(민주당/비례대표), 김상조, 김춘남(무소속/비례대표) 의원 등도 사업의 위탁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A모 의원 등 극소수의 의원만 위탁을 옹호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공개회의에서는 대놓고 말을 못한다"고 밝혔다.

그리하여 결국 구미시는 위탁업체에 대한 쇄신책을 마련하겠다며 국장급 간부를 통해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인건비 갈취 등을 얼버무리며 넘어가던 그동안의 태도가 잘못되었음을 시인한 꼴이 되었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어떻게 쇄신책이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둘째, 의회가 가결한 조례안이 유지되는 한 폐기물 수거 업무의 추가적인 위탁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구미시의회 의원들은 여러 갈래로 입장이 갈라졌지만, "최소한 더이상 위탁이 나가는 건 막아야겠다"는 결론에는 동의한 셈이다.

셋째, 직영화 시점이 뒤로 늦춰지기는 했지만, 구미시 집행부가 직영화 시점의 2차 연기나 직영화 조항 삭제를 2차로 시도하려 한다면 내년에 다시 조례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 안을 심사하면서 구미시의회는 직영화 시점을 지키는 것과 직영화를 유예하거나 취소하는 것 사이에서 구미시를 상대로 폐기물수거 위탁분야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논쟁이나 타협이 가능해졌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조례안의 한계도 명확하다. 2012년 8월 이전 시점에서의 직영 및 위탁 범위로 돌아가서 대형폐기물 및 재활용품의 수거 전체를 직영화하지는 못했다. 환경미화원 노조나 위탁 반대 시민단체,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갈등의 시초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환경미화업무 민간위탁에 합의한 구미시와 공무원노조의 합의다. 공무원노조는 환경미화원 수를 줄여서 무슨 권익을 취하려 하는지 분명히 밝히거나 혹은 기존의 입장을 수정하지 않으면 '무늬만 노동조합'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두 번째는 구미시의회가 미처 관련 예산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집행부도 구미시의회에게 진정성 있게 사업 설명을 하지 않았던 2011년 연말. 대개 민간위탁 여부는 의회에 동의를 묻게 되어 있으나 구미시는 폐기물관리법에 '위탁'이 아닌 '대행'이라고 적시되었다는 이유로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해 의회의 조례개정으로 앞으로는 동의안을 제출해야만 한다. '대행'이 사실상 '위탁'에 다름 없는지, 아니면 법적으로 다른 개념이라고 구분해야 하는지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니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김수민 의원은 <레디앙>에 기고한 칼럼에서 "(위탁을 미리 막아내지 못한) 내 잘못"이라면서 환경미화업무 위탁을 막아내는 조례개정안 메뉴얼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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