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문제의식

오늘은 주제가 좀 뜬금없다. 산학협력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나는 학부에서는 교육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인력개발(기업교육)로 학위를 땄다. 그리고 현재 기업 내 교육담당자로서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각종 학교 관계자들이 산학협력을 제안하며 만나길 원하는 경우를 보기도 했다.

요즘은 대부분의 학교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다보니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산학협력을 확대하려는 노력 역시 게을리 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특정 기업에 특화된 교과목으로 적합한 인재를 육성해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만 보면 산학협력은 학교와 기업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제도인 듯 하다. 나 역시 이제까지는 별 문제의식이 없었다. 하지만, 과연 그렇기만 할까?

교육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가정교육, 학교교육, 기업교육이 그것이다. 모두 익숙하고 자주 들어봤던 개념이다. 각 교육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가정교육의 목적은 기본적인 인성과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고, 학교교육의 목적은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민주시민을 양성하여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교육은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산학협력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학교교육의 책임은 국가와 사회의 몫이고, 기업교육의 책임은 기업의 몫이다. 각 교육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해당 책임주체가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산학협력의 확대는 기업이 부담해야 할 교육 비용을 국가와 사회로 떠넘기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확대되는 만큼, 국가와 사회는 학교교육을 통해 건강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데 투입하는 비용을 줄이고,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비용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 온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많이 강조한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지 여기저기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만족되지 않는다. 경제의 세 주체는 가계, 국가, 기업이다. 이 세 주체는 저마다 경제활동을 수행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과실을 공유한다. 경제적 과실을 공유하는 만큼 책임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 중 하나가 바로 각 주체별로 역할에 맞게 미래의 경제주체가 될 사회구성원을 길러내는 것이다.

실업계학교와 각종 전문대학이나 각종 연구실과의 산학협력 등 모든 산학협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과 학교가 함께 연구하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무분별한 산학협력의 확대 이면에는 인재육성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려는 기업과 어찌됐든 취업률만 높이자는 학교의 이해관계도 숨어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될 때 여러 이기심들이 끼어들고, 그 때문에 망가지는 경우를 우리는 적잖이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산학협력 역시 기업이 경제적 주체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손쉽게 우수 인재를 확보하여 경제적 과실만을 취하려는 것은 아닌지, 국가 역시 학교교육의 책임을 등한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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