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위원들, "9년간의 장기투쟁으로 악덕자본과 싸워"

 "2012년 5월부터 코오롱정투위의 최일배 위원장과 김혜란 동지가 지역에서의 투쟁에 한계를 느껴 끝장을 보겠다는 결의로 과천 코오롱 본사앞 천막농성을 시작한지도 벌써 500일이 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점이 전태일 정신에 부합하고, 이번 전태일노동상을 계기로 오랜 기간 묵묵히 싸우고 있는 코오롱정리해고투쟁위원회 동지들이 큰 힘을 얻고 코오롱정리해고투쟁이 좀 더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라면서 선정하게 되었다"

지난 10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전태일재단 전태일노동상 선정위원은 구미의 코오롱 정리해고 분쇄투쟁위원회(이하 '코오롱 정투위')에게 제21회 전태일노동상을 수여했다.

본사앞 농성, 불매운동... 여전히 이어지는 활동 

코오롱 정투위는 지난 2005년 코오롱 사측이 긴박한 경영상 이유나 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고 노조 간부를 포함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자 이에 저항하며 투쟁에 돌입한 단체다. 심지어 한 해고자가 사측 간부로부터 "노래방 뒷풀이에서 잘 놀지 못했다"는 농담 비슷한 해고 사유를 들었다는 일화도 있다.


가슴에 상패를 안은 코오롱 정투위 최일배 위원장 (페이스북 사진)


코오롱 정투위가 처음 정리해고 분쇄 투쟁을 할 때는 "노동조합 때문에 구미공단이 망한다"는 설이 돌 만큼 상황이 엄혹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2006년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회사 정문앞 투쟁 컨테이너를 철거했다.

그러나 정리해고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고 재벌대기업이 경제민주화의 과녁이 되면서 사회적 분위기는 그동안 작지 않게 바뀌었다. 정투위는 9년의 장기간에 걸친 싸움을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 

물론 사뭇 달라진 사회상도 이들을 회사로 복귀시키지는 못했다. 정투위 활동을 그만두고 자영업이나 대리운전으로 생업을 옮기는 구성원도 많았다. 지난 5월 3일 코오롱에서 해고된 후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온 고 장고훈 씨가 보행중 교통사고로 운명하는 사건도 있었다. 또 공교롭게 코오롱 구미공장 맞은편 KEC에서도 지난 2010년 6월부터 노사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한 해고 노동자는 올해 교통사고로 운명하기도

정투위는 그러나 과천 코오롱 본사앞 천막농성에 돌입하는가 하면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끈질기게 코오롱 제품 불배운동을 전개했다. 이에 사측은 산을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거는 희대의 시도로 응전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지난 5월 정투위의 김혜란 씨가 여성 노동운동가에게 주어지는 들불상을 수상했고, 그에 이어 코오롱 정투위가 전태일 노동상을 받게 되었다. 

전태일노동상 선정위원회는 "지난 9년 동안 장기 투쟁으로 인해 많은 조합원들이 떠나고 남은 조합원들이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놓지 않고 있으며, 14명의 조합원들이 생계와 투쟁을 병행해가며 악덕 자본 코오롱과 싸우고 있다"며 시상 이유를 밝혔다. 이번 수상단체에는 민주노조 사수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유성기업 아산지회도 포함되었다.

전태일노동상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다 분신했던 고 전태일 열사의 뜻을 기리며 오늘날의 노동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역대수상자로는 전노협, 전교조 등 각종 노조와 권용목, 노옥희, 고 김태환 열사, 김성환 등의 인물들이 있다. 오는 13일은 전태일 열사의 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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