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이 보는 나를 모를 수도 있다.

나는 마흔셋이다. 얼마 전, ‘이렇게’ 관계 된 한 사람과 ‘저렇게’ 관계된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고기 집에서 만나고 보니, 일전에 나의 책 [사람 냄새]에 대해 지역에서 북 토크를 할 적에 인사를 나누었던 분들이었다. 어르신 두 분을 만나게 되어 나름의 예의를 갖추려 하고 있는데, 저렇게 관계된 분이 말씀하시는 것이다.

“일전에 북 토크 때 얘기를 들어보니, 저랑 동갑이시더군요. 저도 X세대입니다.”

“네?! 몇 년 생이신데요?!” 나는 이 사람을 오십대 초반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74예요, 74. 43살이에요.”

“네?!”

“이 사람도 74예요. 우리 다 동갑이에요.”

나는 이렇게 관계된 분을 오십대 중반으로 여겼었고, 어르신을 잘 모셔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다 동갑이라는 것이었다. 마흔 세 살.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몇 번이나 더 확인했더니, 이렇게 관계된 분은 심지어 나랑 같은 중학교를 나온 사람이었다.

“그럼 손모모 샘 아세요?”

“당연하죠, 내가 손모모샘 좋아했지. 그 샘이 우리 2학년 때 결혼했죠?”

“어, 그럼 74 맞는데?!”

저만큼의 어른이 나와 같은 추억을 갖고 있다니...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이 사람들이 나를 일부러 놀리나 싶었다. 그러다 보니 예의상 그러면 안 되는데, 몇 번이고 더 묻게 되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 어떻게... 어떻게...” 그랬더니, 이렇게 관계된 분이 살짝 심기가 상하셨는지, ‘아니, 당신도 만만찮게 삭았거든요?!’ 그러는 거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잠시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나도 좀 삭았나?’ 속으로 생각하다가 테이블로 돌아와 보니, 여전히 오십대 초반 한 분과 오십대 중후반 어르신이 앉아 계시는 거다. 나는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아니, 도대체 어떻게 살아 오셨길래, 이렇게...”

자리에 앉으며 나도 모르게 또 따져 묻기 시작했다.

“나이 얘기는 그만하고 이번 일에 대해서 얘기합시다... 말만 할 게 아니고 구체적인 계획을 좀 짜야하지 않겠어?”

나는 말했다.

“계획을 짜야 되는 건 맞지만, 당신 왜 이 어르신한테 반말 하셔요? 버릇없게!”

집에 돌아와서도 내가 만난 상황이 믿기질 않아서, 아내에게 말해 주었다. 아내는 나를 잠깐 보곤 별 대답을 하지 않고, Tv로 눈길을 돌렸다. 뭔지 모르는 뭔가를 나만 모르고 있나 싶었다. 가만히 보면... 나의 얼굴은 남들이 더 많이 본다. 나는 나의 얼굴을 모를 수도 있다. 나는 세상이 보는 나를 모를 수도 있다.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