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성적도 중요하나 개인의 화려함도 중요하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이지만 개인종목을 제외하고, 팀성적을 대부분 우선시하기 때문에 개인의 화려한 기술을 용납하지 않는다. 특히 프로농구를 보면 기계처럼 돌아가는 수비조직력을 통해 팀성적이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은 수준급 농구센스와 운동능력 등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지만, 수비는 연습과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수비농구를 지향한다고 무조건 나쁜것은 아니다. 문제는 현재 초중고를 비롯한 대학아마농구 등 모든 팀이 수비농구를 한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수비농구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때부터 시작되는 수비지향의 플레이는 제2의 허재가 탄생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비농구는 성적을 내기 위한 감독들의 극약처방이 될 순 있겠지만, 농구의 인기와 개인의 기량을 저해하는 요소로 장기적인 면에서 한국농구 전체의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다.
요즘 프로농구 선수를 보면 볼핸드링이 좋고 빠른 전태풍 같은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3점 슈터만 존재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이마저도 조성민 선수정도를 제외하면 프로팀의 전문슈터라고 하기에 2% 부족하다.)
더 심하게 이야기 하면 그냥 패스 적당히 돌리다가 3점슛이 반복되는 공격패턴이다. 가드의 화려한 볼핸드링이나 페이크 동작을 통한 일대일 돌파나 센터의 묵직한 일대일 포스트업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국제대회에서의 우리나라 선수들의 3점슛 난사는 더욱 심각하다. 외국선수와 비교하여 피지컬에서 밀리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개인기술이 현저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3점슛에 의존한 단순한 공격이 되풀이 되고, 수비조직력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외국선수들과의 신장/스피드/체력/사이즈/점프력 등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3점슛은 '모 아니면 도'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점은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수비지향적인 농구의 또 다른 문제는 팀득점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경기전체를 지루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프로농구의 평균 득점은 예년에 비해 10점 가까이 떨어졌다. 초창기 프로농구는 현재보다 수준높은 용병이 2명 동시에 코트에 나섰다는 점과 수비자 3초룰이 존재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80~90점을 넘기는 경기가 많았다. 프로농구 원년만 하더라도 1위 모비스는 평균득점이 101점이고 8위 삼성도 89.8점이었으며,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대부분 팀들의 평균득점이 80점대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서는 80점 넘는 경기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한쿼터에 두팀합쳐 14점을 득점하는 등 심할 정도로 저득점경기가 연출되고 있다. 올해는 60점대를 기록하는 프로팀도 있다. 한마디로 극심한 저득점시즌이다. 대부분 프로종목에서 득점과 흥행은 정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곧 득점은 입장수입를 포함한 구단매출과 인기를 보장한다는 의미한다.
사실 우리나라 농구에도 한팀의 에이스정도라면 슬램덩크에 나오는 서태웅, 윤대협 같은 기술자 선수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당 20점 이상 득점을 올리고, 접전시 중요한 상황에서는 팀이 모든 걸 맡길 수 있는 에이스들의 일대일 자존심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농구의 발전과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농구도 엄연히 개인기량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운동이다.
1990년대 NBA를 전세계에 알려진 것은 한 선수의 화려한 농구퍼포먼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블클러치는 기본이고, 플라잉 에어덩크, 알고도 못막는 페이더웨이 등 기술적인 면이나 화려함에서 그 선수는 세계최고였다. 수비도 리그정상급으로 올-타임 디펜시브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바로 농구팬이라면 모두 다 알만한, 아니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시카고 불스의 레전드 23번 마이클 조던이다.
당시 NBA는 맨투맨 방어만 허용되었으며, 공격적인 농구를 지향하고자 지금처럼 지역방어는 못쓰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현재 NBA에서도 지역방어가 허용되고, 3점슛거리는 전보다 더 멀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팀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년도에 비해 급격하게 득점력이 떨어지지 않으며, 화려한 개인기술이 바탕이 된 환상적인 하이라이트 장면도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각팀 에이스는 기본적으로 평균 20점씩은 찍어준다.
이에 반해 프로농구에서 국내선수가 20점을 찍었던 적이 몇 년 전인지 기억도 안날 정도이다. 심지어 작년에는 프로농구 전체득점 1위가 20점 아래로 떨어졌다. 득점력은 개인기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농구는 팀스포츠와 성적이란 명분으로 개인의 화려함이 너무 많이 희생되고 있다. 대부분 팀들이 수비적인 팀전술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향후 앞으로 10년간은 계속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제2의 허재는 앞으로도 수년간은 탄생하기 힘들 것이다. 농구팬들이 언제까지 기다려 줄것인지......
최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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