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중요한가? 행복한 게 중요하지!

만화 [메이드 인 경상도]가 나오고 좀 바빴다. 책을 알리고자 이리저리 돌아다녔더랬다. 거의 두 달 만에 대구 아버지 집에 갔다.

이 만화에는 내 아버지의 패기 넘치던 젊은 시절이 담겨 있어 동생을 통해 아버지에게 책을 전달했었다. 그래서 책에는 아버지가 젊은 시절 사람 ‘패던’ 에피소드가 많다. 사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주먹에 나가떨어졌고 만화에는 십분의 일도 담지 못했다. 내가 아버지의 과거 폭력을 고발한 듯 보이지만, 아버지는 자랑스러워한다. 비로소 자신의 ‘주먹’만을 믿던 아버지의 철학을 세상에 내보인 듯 뿌듯해한다.

다음 만화에는 진정 ‘노름’을 사랑해서 패기 넘치던 젊은 시절에 맨주먹으로 이룬 부를 불과 몇 년 만에 탕진한 후 고통과 불면의 밤을 보내다 꿈속에서 ‘산신령’을 만나고 ‘천주교’에 귀의하는 자신의 다이내믹한 후반부를 반영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대부분의 역사를 드라마를 통해 익히는데 대구 집에서 같이 소주를 한 잔 하다보면 꼭 묻는다.

“고구려의 시조가 누구냐?”

나는 대답한다. “거...거... 누구더라? 송종국이, 아니 송일국이! 세쌍둥이 아빠!”
“주몽아이가, 인마! 그럼 후고구려의 시조는 누고?”
“김영철! 애꾸눈! 넌 나에게 ‘목욕감’을 줬어.”

“하하하... 그라마 후백제의 시조는?”
“아... 그 사람 이름 뭐더라?! TV 손자병법에 유비 아저씨!”

동생이 이미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서인석! 이 아저씨 요새 뭐하노? 안 보이데... 나는 이 사람 인상 좋더라. 옛날부터.”
“나는 암행어사 이정길 아저씨가 인상 좋더라. 옛날부터.”
“임현식이 갑봉이 역할 했다 아이가?!”
“하하하... 하하하...”

사실 나는 다 알고 있지만 일부러 그러는 거다.

아무런 얘기를 자꾸 하는 게 좋다.

아니다. 사실은 모른다.

그래서 아버지가 물을 때 마다 송일국, 김영철, TV 손자병법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아버지는 좋아하며 정답을 얘기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모를 거다. 드라마도 안 볼 거다.

아는 게 중요한가? 행복한 게 중요하지!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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