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쓰지 마. 아무도 너에게 관심 없어'

나는 사실 매사에 심약해서, ‘나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아내로부터 이런 생각을 한다.

‘나 때문인가?’ 아내는 그저 자기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타인에게 쉽게 책임을 돌리는 사람에게 걸리면, 나는 덤탱이 쓰기 십상이다.
평소에 얼굴을 마주하는 인간관계에서도 그러할진데,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서 수백 명의 독백을 올려보다
우연히 ‘명확하지 않은’ 불편한 심기를 보면 또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의 이런 독백을 보면 말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놈의 주둥이를 꼬매버리고 싶다.” 또는,
“당분간 그 사람이랑 거리를 두어야겠어.” 또는,
“내가 아는 사람 중 모모씨가 있는데, 블라블라...” 또는,
그저, “우울해... 우울해...” 등등
같은 종류의 독백을 봐도 그 사람이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페친이긴 하니까)

나는 생각한다. ‘나 때문인가?’

그러고 나면 나와 아무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는데도 나는 생각에 빠진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때론, 내가 제정신으로 살고 있는지 확신하기 힘들다.
지난 40년을 돌이켜볼 때, 이 증상이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
보다 더 고요한 곳으로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담백하거나 상쾌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 사람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길 기다린다.

“신경 쓰지 마. 아무도 너에게 관심 없어.”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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