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원리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자 우리 주변에서 아무 생각없이 사용해오던 생활 속의 위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 비슷한 형태의 호흡기 노출 화학물질인 분무형 탈취제, 방향제에 대한 인체 유해성의 문제가 가장 많이 제기되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의 '살(殺)생물제 안전성 평가기법 도입 연구' 보고서(2015년 4월 발간)에 따르면, '2-메틸-4-이소티아졸린-3-온'이라는 화학물질은 흡입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줘 환경부가 지정한 '유독물질'이지만 국내 판매된 탈취제·방향제 제품에 원료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탈취제를 뿌리거나 방향제 냄새를 맡는 과정에서 이 유독물질이 체내 흡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외에도 흡입 시 폐렴과 심폐정지,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을 유발하는 '클로록실레놀'과 신장·간에 독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인 '나프탈렌' 등 유해 화학물질이 탈취·방향·방충·소독제 등에 쓰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들 화학물질 모두는 유럽연합(EU)이 생활용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500여종의 '사용 금지물질'에 속해 있다.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 안에 있다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칙~칙~” 뿌려지는 방향제를 들이마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이 제 2의 가습기 살균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방안의 냄새를 은은하게 향기롭게 해주는 향초는 어떨까? 영국왕립의학회(Royal College of Physicians) 등은 공식 발표한 보고서에서 남녀노소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향초나 공기방향제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집안 내부에서 사용하는 에어로졸 타입의 용품에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이 다량 함유돼 있다.

대표적인 물질은 리모넨이다. 리모넨은 레몬 향기가 나는 물질로 공기방향제나 향기가 나는 향초에 많이 이용되는데, 리모넨 같은 물질을 들이마셨을 경우 이것이 체내에서 포름알데히드라는 발암물질로 변화해 안구나 피부 질환 및 기침, 구토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공기중에 또 다른 물질과 리모넨이 결합하면 결국 호흡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코와 목에 암세포가 발생해 인후암이나 폐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찌든 담배 냄새나 홀아비 냄새 없애려고 향초 매일 피워두었다가는 암에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애기들 땀띠 예방하기 자주 발랐던 “분” 기억나시는지? 영어로 베이비 파우다라고 부른다. 올해 미국 미주리주 연방법원은 존슨앤존슨이 원고인 난소암 피해자에게 5500만달러, 우리돈 62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고 선고했다. 피해자는 난소암을 진단 받고 적출 수술을 한 62살 여성으로 35년 동안 베이비 파우더를 사용해왔다고 한다. 그동안 전문가 그룹에서는 파우더에 암을 유발하는 석면 섬유, 탤크가 들어있다고 지적해왔다.

자외선 차단용 썬크림은 어떨까? 많이 바를수록 피부 건강에 좋을까? 우리가 습관처럼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은 우리 몸에 '독'을 바르는 것과 같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자외선 차단제에 포함된 성분 중 avobenzone, homosalate, meradimate, octisalate, octinoxate, octocrylene, oxybenzone, padimate O 등이 정자세포의 칼슘(Ca) 회로를 차단해 활동성을 약화시키고 난자와의 수정을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또한 물리적 자외선차단제의 주성분인 징크옥사이드(Zinc Oxide. 산화아연)와 티타늄디옥사이드(Titanium Dioxide.이산화티타늄) 등도 인체에 안전하지 못한 성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물티슈는 어떨까? 최근 불거진 물티슈의 유해 성분 논란은 여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물티슈 중의 문제의 성분은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 1970년대 개발된 소독약 성분의 일종으로, 박테리아 번식을 억제해 상처 소독을 위해 사용돼왔다. 화장품 살균&보존제로 쓰이니 ‘뷰티 성분’인 건 확실하지만, 철저히 세정용이니 눈이나 입 속에 들어가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106mg의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사이트엔 세트리모늄브롬화물로 기재돼 있다)를 주입한 실험용 쥐에게서 호흡기 이상이 발견됐고, 피부와 눈 접촉 시엔 다량의 물로 15분간 세척해야 한다는 응급 치료 정보가 올라와 있다.

최근 이 독성물질로 인한 접촉성 피부염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한두 명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기저귀 발진 부위의 회복 속도가 더딘 아기들이 물티슈 사용을 멀리하면서부터 호전됐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래도 세수하기 귀찮다고 물티슈를 꺼내 들고 얼굴을 닦겠는가?

먹는 음식 문제로 화제가 옮겨가면 날 밤을 세워도 모자랄 정도이다. 수입밀가루는 유전자변형작물로 글리포세이트라는 제초제 범벅이라고 한다. 그것도 국내 업체 보관 창고에서 쥐와 함께 보관되어졌다고 한다. 종이컵과 페트병에서 새어나오는 BPA류의 환경호르몬, 후쿠시마 핵발전소 발 방사선에 오염되었을지도 모르 명태와 고등어, 중국 배추의 일부는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를 뿌려 수입된다 하고, 중국산 고기 기름장에는 백혈병의 주범인 벤젠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도대체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이 갸날픈 목숨 건사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다행히 우리 몸의 면역력과 방어력은 웬만한 독성에는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호메시스’라는 현상이 있는데, 약간의 독은 오히려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생활속의 독성 물질이 나의 방어막을 뚫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 되도록 조금만 노력하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금의 편리함을 위해 화학제품을 택하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조금 귀찮더라도 자연의 원리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 것 같다.

집안의 냄새는 화학 방향제 대신 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환기를 자주해서 없애고, 자외선 차단은 긴 팔 옷과 모자로 하며, 물티슈 대신 물수건과 손수건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다. 먹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이야기가 좀 길어지니 다음에 하도록 하겠다.

다만, 이거 하나만 말씀드리고 싶다.

세계보건기구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술도 그만큼 자주 드시면서도 아직 끄떡 없으신데, 뭐 별탈 있겠습니까?

<사진출처 : 참여연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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