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첫 출마선언자의 비전과 정책을 들여다보다

지난 10일 이재웅 전 경주부시장이 구미시청 카페 ‘열린나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구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출마를 염두했다가 뜻을 접었던 이 전 부시장은 최근 들어 공식 석상에 자주 등장하여 사실상의 시장 후보로 지목되어왔다.

이 전 부시장은 선산군청 9급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구미시에서 총무과장과 행정지원국장을 역임했고, 영천시와 경주시에서 부시장을 지내고 경상북도 문화재연구원장에 재직했다.

남 시장의 대항마? 구미시장 선거전 본격 점화

이 전 부시장의 출마 선언에 따라 6개월 정도 남은 구미시장 선거의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현 남유진 시장의 3선 도전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그동안 시장 후보로 거명되던 김용창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김석호 전 도의원, 채동익 전 구미시 경제통상국장 등의 거취에도 눈길이 쏠린다.

이 전 부시장은 새누리당 공천 경쟁에서 남 시장과의 한 판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남 시장이 재선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이 전 부시장이 대항마로서 승산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른 한편 남 시장처럼 관료 출신인 이 전 부시장이 남 시장과 차별성을 갖기 어렵고 행정이 아닌 정치에서 정치적으로 농익은 남 시장을 꺾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도 있다.


김용창 회장과 채동익 전 국장의 경우 시장에 도전하게 되면 새누리당 공천 신청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더해 지난 구미시장 선거에 친박연합 소속으로 출마한 김석호 전 도의원의 공천 신청 여부, 공천 후 탈락자들의 공천 불복 및 무소속 출마 여부도 내년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한편 야권 쪽은 이렇다 할 예상 후보가 없는 상태다.

남 시장을 제외한 후보군 가운데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민 이재웅 전 부시장. <뉴스풀e>는 그의 출마 연설문을 분석해 그가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내년 구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재웅 전 경주부시장
(출처: 구미 정책네트워크 '광장' (http://cafe.daum.net/gumiplaza)



새누리당 후보군인 이 전 부시장의 노선은 현 남유진 시장과 크게 차이가 없으리라는 예측이 많다. 그래서 남 시장과의 경쟁 양상이나 차이점이 더 부각될지도 모른다. 그의 연설에는 역시나 현직 시장을 겨냥한 부분이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일반 행사에 참석하여 최고의 손님이 되는 시장, 중앙정부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꼴지의 시장, 립 서비스만 하는 그런 시장, 이런 시장 구미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남 시장을 지칭했다.

그리고 “지금 구미의 현실에 대해 만족하고 계십니까? 행복한 삶과 희망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뿔뿔이 흩어진 민심, 땅에 떨어진 청렴도, 불안한 안전 문제 등은 구미의 앞날을 너무나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며 남유진 시정을 비판했다.  

남유진 시장 강력 비판하며 '변화'를 역설

또 그는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며 자신을 ‘변화’의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다만 그 변화의 내용은 다른 정치인이나 남 시장이 피력해왔던 지향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아픈이에게는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최고의 과제로 삼은 것은 ‘소통’과 ‘정주환경 개선’. 소통에 관해서는 시민대공청회 개최와 ‘산학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시민협의체’를 제시했지만 과연 ‘대공청회’나 ‘시민협의체’라는 것이 어떤 구체적 과정과 권한을 가졌는지는 앞으로라도 뚜렷하게 제시되어야 할 일이다.

그가 무엇보다 앞서 구미의 정체성으로 든 것은 ‘기업도시’이다. ‘공단도시’, ‘산업도시’, ‘노동자(근로자)도시’와는 다른 결을 가진 단어이다. 그는 구미의 각 계층을 언급할 때도 제일 앞에 ‘기업가’를 세웠다.

그가 제안한 산업 정책은 산업단지 운영협의체 구성, 땅 구입부터 인허가, 공장 준공까지 신개념의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 5공단은 대기업 중심으로 원형지를 분양 공급, 산업물류 체계의 대대적 정비, R&D 플랫폼 구축 등이다.

이와 함께 “지지부진한 구조고도화 사업을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구조고도화가 제조업 재활성화 시책인지 아니면 사회단체들이 극력 반대해온 산업단지를 상업부지로 전환하는 식인지는 불분명하다.

'기업도시'와 '문화융성' 앞세우고 보수적인 교육 정책 제시


그가 공약으로 제시한 국립유전자센터 유치, 기업의료 복합단지 조성 등은 근래 자주 회자되는 의료 관련 산업 활성화의 하나다. 금오공대에 의과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정책이 비교적 눈에 더 띈다.

그는 기업 정책에 이어 두 번째로는 교육, 문화 정책을 제시했다. 현재 구미시의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시립박물관 건립이 포함되었다. ‘금오산 테마로드’, ‘문화가 흐르는 강, 낙동강’은 상세 내용을 아직은 알 수 없다. 선산관아, 해평 월파정 복원에서는 전 경상북도 문화재연구원장으로서의 안목이 엿보인다. 그는 '창조경제'와 함께 '문화융성'을 주요 구호로 쓰고 있는데, '문화'에서 향후 어떤 강점과 차별성을 부각시킬지 주목된다.

교육 분야 정책은 보수 성향이 농후했다. 자율형 사립고를 넘어 아예 ‘기업형 사립고’를 유치하겠다고 밝혔고 그간 식상할 만큼 되풀이되었던 ‘명문고 육성’이 함께 거론되었다. ‘공단 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공립공고 설립’은 비교적 관심과 의문을 동시에 이끌 가능성이 있다.

농촌 정책에서는 로컬푸드 강력 시행, 구미쌀 차액보전공급, 구미브랜드특화농산물개발, 친환경온실수경재배 등 첨단영농 시스템을 구축, 전문기업농 육성, 영세농 농기계 임대센터를 확충 등이 제시되었다. 구미시의 기존 농정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어떤 세부 정책과 이행 방안이 따라올지가 관건이다.

한편 그가 제시한 복지 정책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로 요약된다. 전통시장 및 소상공업 정책으로는 ‘환경개선과 문화시설 확충’이 나왔다. 분배정의나 소수자적 관점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의 산업경제 정책노선처럼 이 분야들 역시 ‘성장’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특징을 보였다. 

복지, 정주여건 정책 남 시장과 차별성 없어

정주여건 공약으로는 병원, 학교, 체육, 문화시설 확충 같은 추상적이고 흔한 것들에 이어  낙동강 생태휴식공원, 인동 지역 종합체육시설 등 이미 구미시에서 추진하는 사안들이 거론되어서 차별성이 거의 없었다. 또한 정주여건 중 무엇이 문제이고 이를 해결할 방책은 무엇인지 의문을 가져다주었다. 안전이나 생태에 관해서도 이렇다 할 청사진이 없다.   

출마선언문에 구구절절 세부 정책이나 이행 계획을 명시하기는 어렵다. 정책 중에는 구체적인 살은 나중에 붙이고 우선은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으로 족한 정책도 알고 보면 많다.고로 출마 선언만으로 그의 여러 장단점을 재단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 전 부시장의 출마선언문에는 ‘한 방’이 없다. 작심하고 빼어든 현직 시장 비판은 호기롭고 정치적인 감흥이 있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정책적 차별성이 떨어졌다. 남 시장을 선호하지 않는 유권자들은 일단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구미시의 정책 방향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을 만족시킬 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구미시와 남 시장이 목표는 잘 설정했지만 실천을 잘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남 시장의 대안으로 이 전 부시장을 꼽을 공산이 있다.  그들이 여타의 후보들을 제치고 ‘오직 이재웅이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도록 하는 것이 그의 과제가 아닐까 한다.

남 시장이나 김석호 전 도의원의 경우 극히 일부분이거나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때때로 야권 쪽 정책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왔다. 이 전 부시장에게는 그런 특성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 시장선거에 야권 후보가 없다면 야권 유권자들이 범새누리당 후보들을 놓고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양상으로 나아갈 공산이 높다. 이 전 부시장이 이 계층을 어떻게 공략할지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다.

호조건과 악조건, 어떻게 딛고 넘어갈까

공천과 ‘집토끼 결집’에 더 우선 순위를 둔 것으로 풀이되는데, 그가 내세운 경제성장 정책이 여권 쪽 유권자들을 매혹시키고 새누리당 지지세를 끌어모으려면 구체성을 띠어야 할 것이다. 선거레이스에 기업인 출신이 뛰어들기라도 한다면 산업경제 정책이 무색해진다.

구미에는 지금 “시장을 내년에는 꼭 바꿔야 한다”는 열의와 “얼굴만 바뀌면 뭐하냐”는 냉소가 공존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이 전 부시장 앞에는 호조건과 악조건이 모두 놓여 있다. 반사이득만으로 시장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장 교체의 가능성은 어쨌든 4년 전보다 크다. 이들을 돌파하는 '정치인 이재웅'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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