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만에 대해 참회하고자 한다

5년 전 쯤, 만화를 만들기 위해 취재를 하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창을 멋들어지게 하는 활동가 여성분을 뵌 적이 있다.

너무 멋져서 내 눈은 완전 하트 뿅뿅이 되고 말았다. 그 분 나이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국 사회에서 ‘왜 아직 결혼 안 하셨어요?’라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 따분해 죽겠다는 말을 그분은 했었다. 물론 나는 그런 따분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나에게도 오랫동안 따분하고 귀찮은 질문이었으니까. 술자리에서 그분이 말씀하셨다.

- 대한민국에 없는 것 두 가지가 뭔 줄 아세요?
- 뭔가요?
- 기름이랑 ‘괜찮은 놈’이요.

나는 뒤로 나자빠질 정도로 깔깔대며 웃었다. 그분이 정말 멋있었다.

그 후,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들었던 이 ‘진담’을 들려주었는데 매사에 심각한 엄숙주의자를 제외하곤 남자든 여자든 대체로 공감했다. 아무리 보아도 이보다 맞는 말이 없지 않은가.

다만 나는 웃겨 보려고 그 뒤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가 빈축을 사고 많은 사람을 잃었다. 이런 식이다.

- 대한민국에 없는 것 두 가지가 뭔 줄 아세요?
- 뭔가요?
- 기름이랑 ‘괜찮은 놈’이래요
- 하하하... 맞아요, 맞아.
- 김수박 같은 사람이 잘 없습니다. ㅎㅎㅎ

이렇게 그나마 있던 독자들도 떠나보내고 팬이라며 싸인을 묻던 사람들마저 떠나보냈다. 나는 지금도 이곳에서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떠나지 말아요. 반성하자고 쓴 글이니까요.

가지 마요. 아이씨, 잘못했어요!
어이, 희옥씨 가지마. 왜 그래? 나 반성하고 있잖아.
에헤이... 내 친구 우용! 너까지 왜 그러냐? 잘못했다.

안 그럴게... 아무튼, 이렇게 그 동안의 내 오만에 대해 참회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 글의 제목은 '진담'이다.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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