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긍익저자 '연려실기술' [사진출처=다음백과사전]


"강화도에서 백성들이 다 죽었습니다. 아들 4명과 남편이 모두 적의 칼날에 죽고 이 한 몸만 남았으니 하늘이여! 하늘이여!"
"적에게 욕을 보지 않으려는 부인들이 바다에 빠졌다. (여인들의 흔적인) 머릿수건이 마치 연못에 떠있는 낙엽처럼 바람에 날려 둥둥 떠다녔다."(연려실기술)

병인양요 당시 상황을 묘사한 연려실기술의일부이다.
오랑캐에게 강화도가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수많은 부녀자들이 자신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끝고 심지어는 불에 타죽기까지 했다.  뿐만아니라 삼전도의 굴욕으로 패전국이 된 조선은 삼배구고두례의 치욕뿐만 아니라 60만명이나 되는 백성들이 청나라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었고 천신만고끝에 돌아온 여성들에겐 '화냥년'이라는 딱지만 붙었다.

이들의 죽음과 고통을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반역을 꾀한 것도 아니고 사치가 심하거나 강상의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그저 내한목숨 부지하면서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이 수많은 민중들의 고통을 누가 보상해줄 것이란 말인가.

그로부터 400여년 후 대한민국...

나라 이름은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뀌었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쌍용차 노동자 부당해고, 용산사태, 밀양송전탑 어르신의 죽음, 제주강정 해군기지건설, 철도민영화 등 이루 말로 할 수도 없는 사건들이 성실히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우리 이웃의 목을 죄고 있다. 그들이 무슨죄란 말인가. 그들은 분명 종북을 한 것도 아니고 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5000만 국민 중의 그저그런 한사람 한사람일 뿐이다.
병인양요를 읽으면서 2013년의 대통령과 정치인, 검찰이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비약일까?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