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와 배반자

둘째 녀석이 말문이 트이더니, 잠도 안자고 끝없이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런다. 내일은 어린이집 야외활동 있는 날이기 때문에 늦잠자면 안된다고! 그래서 오랜만에 불꺼놓고 자장가를 불렀다.

보통 자장가로 사용하는 잠 잘 올 것 같은 동요는 이런 것들이다.
과수원길, 아빠하고 나하고, 오빠생각, 섬집 아기, 겨울나무, 푸른 하늘 은하수, 가을이라 가을바람... 그리고 내가 일곱 살 때 젤 슬펐던 노래, 병원놀이!(여보세요, 여보세요, 배가 아파요...).

이 동요들은 요래요래 손가락 지휘를 해보면 모두 8분의 6박자인데, 8분의 6박자가 왜 죄다 서글픈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그중, 지금도 ‘겨울나무’가 제일 좋다.

다음 생에는 골치 아픈 '인간' 말고 눈 쌓인 언덕에 외로이 서 있는 겨울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진심이다.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싶다.

이 노래들을 다 부르면 한 곡당 3분 잡아도 20분이 넘는다. 둘째는 한참 서글퍼하다가 잠드는 듯하더니,

‘근데 아빠, 그럼 내일은 핑크잠바 안 입어?’
‘아니, 체육복 입고, 핑크잠바 입을 거야, 잠 좀 자라 좀!ㅠㅠ’

가만히 보니 이 녀석 하나도 안 서글펐어! 나만 서글펐어, 나만! 어쩔 수 없이 내 폰에 들어있는 재즈 컬렉션을...

(맨날!) 피곤하다던 마누라는 나의 서글픈 자장가 소리에 잠들어 버렸으니, 배철수의 두 딸 이름과 같다. 신자... 반자... 그러니까 배신자! 배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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