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별로 태어나서 어른별이 될 때까지 자라야지

처음 본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는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였다. 당시 한 선배의 말씀이, 당췌 설명이 없는 영화라서 모르고 보면 무조건 자게 되지만, 몇 가지만 인식하면 안자고 끝까지 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선배가 말해준 간단한 키포인트들은 생략하고, 나는 당시로서는 꽤 긴 시간의 이 영화를 정말 잠도 안자고 봤다. (만화가가 되어서 알게 된 사실은, 이 영화에 ‘씬시티’, ‘300’의 작가 프랭크 밀러도 출연한다는 것.) 그 이후 지금까지 큐브릭의 모든 영화를 다 봤는데, 오디세이와 오렌지, 메탈 자켓이 제일 좋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모든 장면들은 신기하고 흥미로웠지만, 우주인 보우먼이 마지막에 침대에서 죽고 나서 아기별로 탄생하는 장면은 나에게 좀 생뚱했다. 물론 오프닝 때처럼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울려 퍼진다. 아주 나중에 스탠리 큐브릭에 대한 다큐영화를 보다가 그가 말한 아기별의 의미를 듣게 되었는데, 신비롭고 함축적인 영화의 분위기에 비해 답이 심플했다.

큐브릭은 어릴 적에 이 지구의 사람들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이야기를 (나도 들어 본 적이 있듯) 들었다고 한다. 한 사람에 하나의 별. 그의 영화가 뿜어내는 엄청난 아우라와 엄숙미에 비해 뭐랄까, 이 할아버지가 되게 귀엽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이제 내 맘대로 나의 결론을 내렸다. 그도 나도 누구도 제일 두렵고 슬픈 것이 죽음이다. 나는 죽어서 저 하늘에 지금은 없는 하나의 별이 되고 싶다. 아니, 하나의 별이 될 것이다. 산울림의 김창완 형님은 ‘길엔 사람도 많네’ 노래에서 별들 사이로 부는 바람은 얼마나 차가울까 걱정하셨지만, 춥지도 덥지도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을 것 같다.

천국이나 지옥에 가는 것보다, 내가 산만큼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하나의 별이 되는 것이 좋겠다. 아니, 하나의 별이 될 거다, 나는. 살아서 Star가 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죽어서 별이 될 거니까. 보고 싶으면 올려다보면 될 거다. 저 별들 중 하나가 나니까. 그렇게 믿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될 거니까. 나는 죽어서 별이 될 거다. 아기별로 태어나서 어른별이 될 때까지 자라야지롱. 막 수억 년 걸리겠지. 흠... 음...

... ... ... ...

(에잉, 우주적 이야기에, 웬 먹고살 걱정?!)
(별 일도 없이 죽음을 자꾸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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