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9시 30분 한국노총 구미지부 간부 80여명이 구미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기로 하면서, 한노총과 그들을 맹비판했던 김수민 의원간의 정면 충돌이 예고되었다.

김수민 의원(녹색당/인동동, 진미동)측은 당초 한노총 집회 앞에서 1인시위로 맞대응한 뒤 구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한노총 구미 간부들을 질타할 계획이었다. 

한노총은 그러나 아침 임춘구 의장 등의 방문을 받고 집회를 취소했다. 하지만 김수민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한노총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단상에 오른 김의원은 "들어올 때도 (의회에) 가볍게 들어오고, (집회) 불발도 가볍게 하는 행동에 유감을 표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김수민 의원 "한노총, 경총은 구미시 예산에서 손 떼라"

김의원은 먼저 구미시 예산편성지침을 위반한 구미시 집행부를 질타하고, 노동조합 간부 몇몇이 놀러가는 예산이 무슨 노동 예산이냐며, "본의원은 이익단체에 굴복하는 정치인이 되지 않겠다",  "한국노총, 경총은 구미시 예산에서 손을 떼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김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통과된 한노총, 경총 해당 예산들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예결특위에서 통과된 안에 대해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발의하려면 전체의원 23명의 1/3에 해당하는 8명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쟁점이 되고 있는 한노총, 경총 관련 예산들은 어떤 내용일까? 이번을 기회로 사업의 면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예산편성지침 위반하며, 정치인-한노총 유착 관계 형성

한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예산 지원 일체 받지 않아 

우선, 구미시가 예산편성지침을 스스로 위반한 것은 사실이다. '2013년 구미시 예산편성 지침' 16쪽에 보면 '특정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민간이전경비 예산편성 불가 원칙'으로 되어 있다. 민간이전경비란 각종 보조금이나 민간위탁금을 말한다.

한국노총 구미지부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남유진 현 시장을 지지했다. 구미시의회 김익수, 김태근, 김상조, 허복 의원 등도 지지 후보들이었다. 이들 의원 중 일부 또는 전부가 한노총 특혜성 예산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의원들임을 유추할 수 있다.

남 시장이 지휘하는 구미시 역시 한노총과의 정치적 유착관계가 예산 지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예산편성지침은 구미시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대부분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운동을 하는 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 금지 원칙은 민간단체와 정치권이 지지와 지원을 맞교환하는 유착관계를 방지할 목적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반면, 한국노총의 어용성을 비판하며 민주노조가 결성한 민주노총의 경우 구미에서는 어떠한 예산 지원도 받고 있지 않으며, '준다고 해도 거부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에 가서 노사관계 벤치마킹?

1. 한노총 구미지부 지원 예산

◎ 노사민정 해외벤치마킹 5천만원 

의회에서 매번 가장 뜨거운 논란에 부딪히는 사업으로 원래는 1억원짜리 예산이었다.
2010년 구미 한노총은 사업계획서에 독일, 스위스를 행선지로 하여 시예산으로 1억원을 요구했으나, 그후 행선지를 중국, 베트남으로 변경하였다. 그러면서 자부담하기로 한 4천만원은 4백만원으로 축소하고, 반면 시예산 1억원은 그대로 지원 받았다.

2010년 구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성현 의원(무소속/도량동, 선주원남동)이 "(노사관계 선진지역도 아닌) 중국, 베트남에서 무엇을 벤치마킹하느냐"며 지적한 이래 이 사업은 문제가 되었고 결국 의회 예산심사를 거쳐 2011년도 예산안에서는 빠지게 됐다.

행선지도 문제였지만, 명색이 노동조합이란 단체가 구미시로부터 해외관광성 예산을 받아 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구미시는 2012년도 예산안에 이를 또다시 편성하게 되고, 의원간 뜨거운 논쟁 끝에 반액이 삭감된 5천만원으로 일단 정리되었다. 그해 구미 한노총은 역시 '벤치마킹'의 목표가 불확실한 필리핀을 다녀왔다.  

구미시의회가 2013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업은 다시 전액삭감되었다. 그러나 6월 추가경정예산에 다시 올라 5천만원 전액이 통과되었다.

의회 일부 의원들 "올레길 걷기대회 주최측을 바꿔야 한다"

시민과 함께하는 금오산올레길 건강걷기대회 1억원 (도비 9천만원, 시비 1천만원)

대회는 노동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한국노총이 주최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2011년도에는 참가 자체로 청소년 봉사활동시간을 끊어주는 인원동원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박교상 의원(무소속/형곡1,2동) 등 구미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이를 체육진흥과로 이관하거나 선주원남동 벚꽃축제와 통합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작년 말 이 예산을 통과시킬 적에도 그것을 조건으로 달았지만 구미시는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근로자의 날 기념행사 1천5백만원

노동절 기념행사. 자주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할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날 행사조차 구미시에게 예산을 지원받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산 변경사용하면서 허위 대자보 게시한 사례 있어

산별연맹 체육대회 2천5백만원

구미 한노총 산하 5개 산별연맹에 각각 5백만원씩 지원되는 체육대회 예산이다. 이 예산에 대해 2011년도에 구미 성광택시의 한국노총 계열 노조가 허위 대자보를 건 것이 김수민 의원에 의해 적발되어 논란이 인 적이 있다. 

당시 체육대회 예산은 노사민정 한마음등반대회라는 일일성 행사로 뒤바뀌어 사용되게 되었는데 이를 두고 성광택시 한노총 노조의 한 간부가 "구미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했다"라고 거짓말을 했던 사건이다.   

노동법률상담소 5천만원

노동정보지원센터운영 1억05백만원

위의 행사성, 관광성 사업들과는 달리 그나마 노동자 일반에 적용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으나 예산편성지침 위반임은 분명하다. 또 2012년도 구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정곤 의원(무소속/공단, 광평, 비산, 신평)은 "왜 한국노총만이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는 거냐"며 지적하기도 했다. 

 "근로자문화센터는 한노총 아닌 공기업 운영이 바람직"  

근로자문화센터 위탁운영 민간위탁금 12억7천424만원

근로자문화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의원이나 인사는 없다. 그러나 운영 주체가 큰 문제가 되어왔다. 
 
구미시 시설로 공공적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기업(구미시설공단)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었다.

하지만 구미시는 한국노총 구미지부와 위수탁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한국노총 시설에 구미시가 돈을 대는 꼴"이라는 지적이 있다. 
 

2. 경총 경북지부 등 지원 예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경북지부는 선거지지선언을 하지는 않으므로 구미시 예산편성지침 위반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 사업들이 노동자의 권익을 증진해야 할 노동복지과가 지원해야 할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무노조=모범관리? 경총의 이상한 워크숍

지역인사 노무관리자 워크숍 2천만원

노무관리자들의 성향은 가지각색일 수 있겠지만 구미공단은 노사갈등을 현명하게 풀어낸 전례가 드물고, 노무관리자들은 노동자 탄압에 앞장 선 전적이 많다. 이 상황에서 노무관리자들끼리 모여서 무엇을 공유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2011년의 경우 행사 개최 사진을 보면 '무노조기업 모범관리자'라는 플랜카드까지 걸려 있어서(이하 사진) '회사에 노조가 없는 것이 곧 모범적 노무관리'라는 인상까지도 준다.

지역 미노조기업 모범사원 워크숍 3천만원

노조 없는 회사의 직원을 선발하여 관광을 보내주는 사업.

이를 두고 김수민 의원은 11일 구미시의회 산업건설위에서 "노동자의 노조 설립 상담을 도와줘도 시원찮을 판에 미노조기업에서 무슨 기준으로 '모범사원'을 선정해서 이런 사업을 하느냐"며 날을 세웠다.

끼리끼리 잔치에 왜 혈세를 대주지?

위에 열거한 사업들이 해당 단체들 스스로 자금을 모아 하겠다면 그것은 그 단체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시의 예산이 지원되기 때문에 늘상 논란거리가 되었다. 이러한 예산에 대해 시민들 대다수는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한 실정. 

논란의 사업들이 지속될수록 "한국노총 간부들에게 놀러가는 예산을 주는 게 노동복지면, 장사하는 사람들이 연합 만들어서 놀러가는 예산 받아가면 중소상공인 살리기냐?" "시민 혈세로 걷은 돈, 잘 빼서 먹는 단체 따로 있다"는 시민들의 비아냥과 한탄은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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