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이름은 품질만큼이나 중요하다

요즈음 들어서 기업의 이름, 상품의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반인들에게 많이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명한 상품의 브랜드 네임만으로도 그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발의 나이키, 의류의 피에르가르댕 같은 것들이다.

우리나라의 기업이름과 상품의 이름들 중 소비자들에게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을 보면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새우깡, 초코파이, 첨단전자산업의 삼성 애니콜 등이 있다. 이 중 초코파이는 사연이 많은 브랜드이다. 초코파이의 운명을 보면서 한국기업들의 브랜드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사장 많이 팔린 과자류는 단일포장으로는 새우깡, 복수포장으로는 초코파이이다. 즉 초코파이 낱개를 계산하면 초코파이가 가장 많이 팔렸고, 박스 전체를 한 개로 계산하면 새우깡이 가장 많이 팔렸다는 것이다.

초코파이는 동양제과가 개발한 것으로 1974년에 처음 출시되었다. 제품이 나오자마자 불티나게 팔려서 없어서 못 팔았다고 한다. 동양제과는 대대적인 광고를 하여 출시 첫해 약 1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을 비롯하여 1990년까지 국내에서만 약 2,450억 원 상당의 제품을 판매여 단일 과자 제품으로는 역대 최고의 매출액을 기록하였다. 우리나라 1인당 GNP가 540불이었던 1976년 당시 초코파이 가격은 한 개에 100원이었고, 최근에 150원으로 되었다. 20년 넘게 100원의 가격을 고수해 온 대단한 상품이다.

이와 같이 한국최고의 과자류이며 동양제과의 가장 중요한 제품인 초코파이는 브랜드 관리에 실패를 하였다. 제품의 성질에 맞는 멋진 이름을 만들어낸 ‘동양’은 브랜드네임을 보호받기 위하여 1974년에 상표를 출원하였는데 지정상품을 “초코파이”로 하고 상표의 구성은 “오리온초코파이”로 하였다.

지정상품이란 상표출원을 하면서 그 상표를 사용할 상품의 종류를 지정하여 제시하는 것이며, 동일한 범주 안에 있는 지정상품에 타인의 등록상표를 사용할 경우에만 상표권침해가 되는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초코파이라는 보통명사가 없었고 초코파이는 동양제과에서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명칭이므로 “초코파이”로 상표 출원하여도 등록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오리온”이라는 것을 붙이고 지정상품을 초코파이로 함으로 써 “초코파이”는 동양제과의 제품 명칭이 아니라 그 종류의 과자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이름으로 되어 버린 것이다.

<사진출처 : 오리온 초코파이 홈페이지 http://www.chocopie.co.kr/product/product_1.asp>

나중에 경쟁 제과업체인 롯데제과에서 ‘롯데 초코파이’라는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이 되고, 롯데제과는 그 이름으로 초코파이를 생산하여 판매하였다. 동양은 경쟁업체가 모양과 맛이 비슷한 제품을 이름조차 같이하여 판매하는 것이 자신들의 상표권을 침해한다고 하여 상표권등록무효심판을 제기하였으나 특허청에서 기각당하고 다시 법원에 특허청의 심판을 취소하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특허법원,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초코파이는 상표로서 인식되고 있다기보다는 원형의 작은 빵과자에 마쉬맬로우(marsh mallow)를 넣고 초콜릿을 바른 과자류를 지칭하는 명칭"이라며 초코파이는 원고가 창작한 조어이지만 희석화되어 해당 상품의 보통명칭으로 되어버려 상품의 식별력을 잃어버렸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게다가 초코파이라는 명칭 앞에 제조회사 이름이 들어가는 만큼 양 상품이 공존해도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고 소비자를 기만할 염려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동양제과가 상표출원을 하면서 지정상품을 “초코파이”로 한 것이 주요한 패인의 하나가 되었다. 또 동양제과는 1986. 1. 10. “초코파이”라는 표장에 대하여 상표등록출원을 하였으나 상품의 원재료 표시에 해당한다 하여 거절사정(상표등록을 거절하는 특허청의 결정)을 받은 사실이 있었다. 또 자사 제품을 광고함에 있어서 “오리온 상표를 꼭 확인하세요. 라는 문구를 넣어 광고하는 등 대부분 “오리온”을 상표로 포함하여 “오리온 초코파이”로 사용하여 왔다는 것도 참고로 제시되었다.

또한 1988년경부터 발간되는 한국식품연감에서도 “초코파이”를 과자제품 종류중의 하나로 소개하고 있으며, “롯데 초코파이” 상표의 출원 전에 발행된 신문에서도 “초코파이”를 마치 상품의 종류를 나타내는 보통명칭인 것처럼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결국 대법원은 초코파이는 상품의 일반명칭이며 동양제과의 “오리온초코파이”라는 상표에서 “오리온”만이 상표의 핵심부분이라고 본 것이다.

동양제과의 뼈아픈 사례에서 보듯이 브랜드 관리를 위해서는 상표등록을 하여야 할 뿐 아니라 상표등록을 하여 두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보통명사화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단 상표등록을 핵심적 명칭 자체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할 필요가 있다.

동양제과가 상표를 “초코파이”로 하지 않고 “오리온 초코파이”로 한 것은 최대의 실수인 셈이다. 또한 경쟁업체 등에서 등록된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명칭을 사용할 경우 상표권침해금지 가처분 등 법률적인 대응을 하여 상표의 독점적 사용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초코파이와 같이 제품 자체가 새로운 것일 경우 대중적인 명칭은 자기 기업이 보유하고 그것의 일반명칭을 별도로 만들어 보통명사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아 오리온 초코파이는 그 회사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수백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이다.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 가는 현대사회에서 특히 브랜드의 창출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사안이었다.

 

* 칼럼 출처 : 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변리사 성상희 님
http://www.hanalaw.co.kr/cs/05.htm?type=read&code=board7&id=598&page=1&part=&word=&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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