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박작가 에세이2 '밝음'

꽁다리

수육의 비계가 제일 맛있다. 물론 삼겹살에도 비계가 제일 맛있다. 김치랑 같이 먹으면 조화롭다. 치킨을 시켜 먹으면 예전엔 불편했지만, 요즘은 목과 날개 부분이 제일 맛있다. 닭다리의 손잡이 부분도 좋지. 여름에 삼계탕 먹을 적엔 닭껍질도 먹을 만했다.

껍질 하니 생각나네. 고등어구이의 껍질이 또 그렇게 맛있다. 고동색의 등 부분도 조금 떫은맛이 점점 더 좋아지더라. 딸기는 빨간 부분보다 잎 손잡이 달린 하얀 부분이 몸에는 더 좋을 것 같이 느껴진다. 수박도 하얀 부분에 가까운 쪽이 더 좋아.

김밥하면 꽁다리지. 한 입 넣으면 입안에 가득. 꽁다리 하니 또 생각나는 게 피자 꽁다리! 가운데 치즈가 안 들어 있어도 담백하니 좋다. 점점 더 담백한 게 좋은가봐. 식빵 껍질도 예전엔 싫었지만 이제는 좋다. 커피랑 같이 즐기기도 한다.

나머지 부분들은 애들이 잘 먹으니까, 뭐.

밝음

해가 많이 짧아졌다. 20대에는 어둠을 좋아했다. 깜깜해진 고요함을 자주 즐겼다. 밤샘을 하고, 해뜨기 전에 나가서 동트기까지의 산책도 즐겼다. 아주 일찍 일터로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은 밝은 것이 더 좋다. 어두우면 우울하고, 깜깜하면 무섭다. 깜깜한 밤에 악몽을 꾸곤, 어두운 거실로 뛰쳐나와 큰 숨을 내쉬며 공포를 잠재우는 일도 잦다. 그래서 밝음이 좋다. 분명 어제 밤의 악몽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지만 밝음은 그 음습한 공포를 금세 말려주는 것 같다. 해가 떴지만 비라도 추적추적 내린다면 그것이 마르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

사람도 밝은 사람이 좋아진다. 그러니까 긍정적인 사람, 희망찬 사람, 활기찬 사람, 항상 웃는 사람 등의 느낌과는 좀 다른, 밝은 사람. 밝은 사람이 있다. 힘들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세상은 무너져 가고 인생의 우여곡절도 많지만 그래도 밝은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음... 보고 있으면 음... 뭐랄까 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그래, 당신 얘기 하는 거야. 보고 싶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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