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지킨 스물두 번째 촛불, 그러나 구미시장은...

시장은 서울 탄핵기각집회에 갔다는데 추위를 무릅쓰고 시민들은 구미역 광장에 촛불로 모였다.

지난 2월 11일  5시 30분부터 구미역 광장에서 스물두 번째 촛불이 켜졌다. 서울은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데 구미 촛불이 스물두 번째가 되는 이유는 8월 26일부터 시작된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구미시민 촛불문화제’가 7차례에 걸쳐 먼저 베풀어졌기 때문이다.

시민이 지킨 스물두 번째 촛불

매운 날씨에도 역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백여 명 남짓이다. 42만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보잘 것 없는 숫자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한파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뜻으로 나온 이들이다. 김천사드대책위에서 보내주었다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오리털 파카를 꼭꼭 여민 시민들의 열기도 만만찮았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집회는 얼마간 고양된 가운데 계속되었다. 사회자는 남유진 시장이 오늘 ‘탄핵 기각 서울 집회’에 가기 위해 상경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는 일찌감치 서울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혔고 구미참여연대(이하 참여연대)는 이를 규탄하는 논평을 내놓았었다.[아래 논평 전문 참조]

‘박근혜 탄핵 기각 서울집회’에 참석하는 자치단체장은 남 시장이 유일하다. 그렇다. 서울이나 호남, 충청도 등에서 야당 소속의 지방 자치단체장들이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일은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단체장이 참석하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다.

남유진 시장은 오늘 오전 9시 구미시 상모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박사모 등의 단체회원들과 함께 서울 대한문에서 열리는 집회를 향해 출발했다고 한다. 남 시장이 이번 집회에 참석하게 된 것은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라는 단체 회원들의 요청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남 시장이 비판의 목소리를 감수하면서 집회 참석을 강행한 것은 ‘도지사 출마’를 위한 것이라고 보는 여론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한다.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보다 박근혜를 지지하거나 동정하는 지역 정서에 기대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겠다. 

그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우상화 발언(‘반신반인’)을 꺼리지 않고, 1400억이 소요되는 ‘박정희 기념사업’을 밀어붙여 온 남 시장이 이번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도지사 공천’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행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헌정사상 유례없는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 온 국민의 공분하는 상황에서 일부 단체장들이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드는 일을 탄핵기각 집회에 참석하는 일과 동렬에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기왕에도 남 시장은 시민들의 복지나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보다 ‘박정희 우상화’에 골몰하면서 구미시의 이미지를 떨어뜨린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대다수 국민들의 뜻과 상반되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구미시민을 욕보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추위가 만만찮았는데도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움추러들지 않고 의연하게 자리를 지켰다.
참여연대는 역내 대기업들의 생산 공장 이전과 경기침체로 인해 전국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인구마저 서서히 감소하고 있는 현재의 구미시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규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자체 청렴도 전국 꼴찌’에다가 부정 인사문제까지 발생했는데도 남 시장은 이 같은 불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엇갈린 '시장'과 '시민'의 선택

남 시장의 ‘태극기 집회’ 참석은 구미시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시민들과의 갈등만 확대시킬 뿐이라며 참여연대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제 구실을 못하고 나라를 망가뜨린 대통령을 걱정하는 국민들은 촛불로 광장으로 모이는데, 이제 구미시민들은 시장마저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 된 셈에다. 

지난해 ’99주년 박정희 탄생 추모행사’의 참석자와 박정희 생가 방문자수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는 비단 이번 국정농단 사태 탓만으로 볼 수 없는 일이다. ‘박정희 100년 기념사업’ 등 남 시장의 역점 사업에 대해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정작 시장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지난 해 12월의 촛불 집회에서 한 고교생의 자유발언이 박수를 받은 이유도 같다. 꼼꼼하게 발언할 내용을 적어 나와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계속한 이 남학생은 박정희 기념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시장을 이렇게 비꼬았던 것이다.

“살아 있는 시민의 문제를 살펴볼 생각은 않고, 죽은 사람한테 돈 쓰는 일만 궁리하는 시장님! 여기 한번 나와 보세요!”

온 나라 민심의 향방과는 무관하게 국민에게 버림받은 권력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시장은 대통령 ‘묻지 마 지지자’들과 함께 서울로 갔다. 그는 거기 가서 태극기의 물결에 감동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실패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로 길어지고 있는 탄핵정국 때문에 사람들은 다소 지쳐 보이기도 한다. 한시 바삐 이 남우세스러운 일의 매듭이 지어지기를 바라며 어제 전국에서 80만이 운집했다고 한다. 저마다 자기 시간과 비용을 써서 촛불의 광장에 나오는 민심을 신뢰 잃은 권력이 이길 수 없는 이유다. 소수이지만 시민들의 촛불이 외로워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논평] 남유진 시장 ‘탄핵기각 집회’ 참석, 구미시민을 욕보이는 행동이다

- 남 시장 ‘박대통령 탄핵기각 서울집회’ 참석 예정, 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
- 박정희 우상화로 실추된 구미 이미지를 더욱 추락시키는 행위
- 구미시는 실업률·청렴도 전국 꼴찌 등 위기인데 정치적 사익에만 관심

남유진 구미시장(3선)이 오는 2월 11일 서울 대한문에서 개최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 집회’에 참석한다고 한다. 남유진 시장은 이날 오전 9시 구미시 상모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 회원들과 버스를 함께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참가자가 될 것이라고 한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남 시장의 이번 집회 참가에 대한 배경에는 지난 2월 6일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라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요청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 시장이 도지사 출마를 위해 비판의 목소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참가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남 시장은 정치적 사익(도지사 공천)을 위해 박정희 (전)대통령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반신반인’으로 추앙하는 과도한 우상화 발언과 1400억이 소요되는 ‘박정희 기념사업’에 몰두하고 있었기에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행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도, 대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일도, 블랙리스트 작성도 모두 문제가 없다는 탄핵 기각 집회(태극기 집회)가 보여주는 막무가내 식 ‘박근혜 옹호’가 전 국민을 우려스럽게 하고 있는 마당에 구미시장이 그 집회에 참가하는 것은 구미시민을 욕보이는 일이다. ‘박정희 우상화’로 인해 실추된 구미시의 이미지를 더욱 추락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구미시의 상황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역내 대기업들의 대규모 생산 공장 이전 및 경기 침체로 인해 전국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에 인구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7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지자체 청렴도 전국 꼴찌’에 이어, 인사담당 시공무원 2명이 ‘근무성적 평점과 승진 순위 조작’의 혐의로 지난 12월 19일 구속되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유진 구미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처럼 ‘마이웨이’, ‘불통’ 행보를 보이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전국적인 민심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 2월 탄핵’이다. 심지어 정치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도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졌으며, 지난해 ’99주년 박정희 탄생 추모행사’의 참석자 등 박정희 생가 방문수도 예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남유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박정희 100년 기념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남유진 구미시장의 ‘탄핵 기각 집회’ 참석은 현재 구미시가 처해 있는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구미 시민들의 갈등만 확대시킬 뿐이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더 이상 구미시와 시민들을 전국적인 비웃음거리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2017년 2월 9일
구미참여연대

*덧붙임 : 보도에 따르면 남유진 시장은 11일, 대한문 앞 집회에서 맹활약한 듯하다. 다음은 그가 뿜은 사자후인데 인상적인 것은 두 가지다. 유신정권 말기, 와이에스(YS)의 그 유명한 대사(‘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와 촛불 시민들의 ‘자조적 반문’(‘이게 나라냐?’)을 그가 리바이벌하고 있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좌파세력에 의해 유폐돼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인간 이하로 매도하면서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도 불태웠다. 박 대통령의 피눈물을 닦아주자.”

“도대체 이게 나라냐. 진보좌파 세력은 다 이긴 것처럼, 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고만장해 있다. 보수는 어떠하냐. 보수는 꼴통이라고 매도당하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세력도 보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세력도 보수다. 우리나라를 공산주의로부터 지켜낸 것도 보수다. 무역대국으로 만든 것도 애국 보수 세력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탄핵은 기각되고 박 대통령은 다시 돌아온다.”


민심을 버린 남 시장의 선택은 성공할 수 있을까. 촛불과 탄핵을 지지하는 압도적인 여론을 등지고 박근혜를 변호하는 그의 반역사·퇴행의 정치적 선택, 그 대차대조표는 어떤 빛깔로 쓰일까. 그는 자신이 의도한 것처럼 내년 지방선거에서 ‘의리’의 정치인으로 지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첫 선택은 그의 것이지만 최후의 선택은 지역 주권자들의 것이다. ‘두고 보라’는 아내의 냉소대로 이 지역의 민심은 또다시 지난 수십 년 동안 ‘묻지 마 지지’로 퇴행을 반복해 온 관행의 역사를 되밟을까. 아니면 그 질기고 질긴 역사의 굴레를 끊어내게 될 것인가.
 
기사제공 : 낮달 (http://blog.ohmynews.com/q9447)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