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요하네스 네포묵 고등학교 소녀합창단

세월호 3주기다. 어쩌다가 어제 지역에서 베푸는 추모제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종일 벼르고 있었는데 엉뚱한 일이 생겨서 그렇게 되었다. 

세월호 유족들의 ‘치유공간 이웃’의 정신과 의사 정혜신 씨는 팽목항에 안 갔다고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지만 세 해 전 이날, 덧없이 보낸 아이들과 사람들을 우리는 그리 쉽게 잊지 못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는 오늘도 외출했다 돌아왔다. 컴퓨터를 켰다가 독일의 고교생들이 부르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들었다. 참여연대가 소개한 독일에서 보내온 추모 영상이다. 이를 전하는 기사에 따르면 독일 요하네스 네포묵 고등학교 소녀합창단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우리 가곡 향수를 부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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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요하네스 네포묵 고등학교 소녀합창단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가곡 향수를 부르고 있다.

영상에서 검은 옷을 입고 왼쪽가슴에 노란 리본, 손목에도 노란색 기억 팔찌를 찬 20명의 여학생들은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이 가곡을 불렀다. 학생들 뒤의 막에는 노란 풍선을 달고 떠오른 세월호……. 

이 합창단의 지휘자가 교민인데 그는 참여연대에 리본과 팔찌를 요청했고 학생들에게 세월호의 아픔과 노란 리본의 의미를 말해주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합창단원 모두가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오른 것이다.

내가 아는 한 ‘향수’는 슬픈 노래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먼 유럽의 여고생들이 부르는 ‘향수’를 들으며 눈물을 찍어냈다. 그 노래가 슬퍼서가 아니다. 그 노래에 담긴 이야기가 슬프고, 그걸 노래로밖에 달래지 못하는 현실이 슬퍼서다. 

여전히 아홉 명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기간제라는 이유로 순직 처리가 되지 않고 있는 두 교사, 배는 뭍으로 올라왔지만 인양되지 못한 진실과 책임……. 그 때문이다. 

얼빠진 권력 탓에 파묻힌 진실, 저 기막힌 참사에 가해진 모진 모욕과 폭력……. 세월호는 품격은 물론 최소한의 성숙에도 이르지 못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었다. 다가오는 대선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떤 경로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지를 지켜보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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