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면 많은 사람 힘들어진다

5월 어버이날을 전후하여 기분이 묘해졌다. 부모님과 멀리 사는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방에 살고 차로 1-2시간 거리에 있다 보니 언젠가부터 어버이날이 추석, 설 명절과 개념이 유사해졌다.

눈여겨 볼 문화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쪽저쪽을 오가게 되고 챙기게 되고 그렇다.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만들어온 색종이 카네이션을 보며 ‘그렇지 나도 어버이지.’란 생각을 ‘살짝’한다. 아주 잠깐. 장인어른 챙겨드리러 갔더니 나이 든 그와 나이 든 그의 형제들은 더 나이 든 90세 그들의 어머니를 챙기고 계시다. 그래서 기분이 묘하다는 거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이란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이 설렜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 어린이더러 5월은 ‘우리들 세상’이라잖나. 주인공이 된 기분. 누가 뭐래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때는 그때밖에 없는 듯하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신나게 주인공 시켜주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듯이 좀 덜 꾸중하고 덜 공부하라 그랬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인생은 나만이 주인공이기 어렵다. 나만 주인공하겠다 하면 ‘어린이’가 되는 거다. 순수하고픈 마음이야 이해되는 바이지만, 안 귀엽게 생긴 어른이 어린이 하겠다고 떼쓰면 많은 사람 힘들어진다. 그렇더라.

돌아오는 길에 애들이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 노래 부르길래, ‘오늘은 어버이날 우리들 세상~’이라고 노래 부르며 저항해보았다. 둘째가 재밌다고, 따라 불러주었다. 가족... 맨날 싸우고 그렇지만 어른들 표현으로 ‘서로들 들여다보고’나면 나로 돌아오기 좀 더 좋다.

다음날부터는 내 영혼이 주인공인 나만의 만화를 마구 그려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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