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경찰서 청문감사관실 경사 권은정

경찰의 직무집행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는 청문감사관실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가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들어오는 민원인을 만나곤 한다. 따뜻한 봄기운이 사라지고 강렬한 햇살로 사람들의 옷차림조차 가벼워진 어느날 오후,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 인상을 찌푸린 민원인 한분이 찾아온 그 날에 있었던 일이다.

민원인이 찾아오게 된 사연인즉 단속을 하는 경찰관이 너무 불친절하다는 내용이었다. 민원인 본인이 교통법규를 어긴 잘못은 인정을 하지만 국가에 세금을 내는 자신에게 경찰관이 공손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말을 떼기 시작하였다.

너무 흥분을 한 민원인에게 차를 한잔 주면서 일단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불만이 해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야기를 계속해보라고 하고 듣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건 자체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기보단 그 경찰관의 인격적인 부분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불만으로 시작했던 내용이 길어질수록 단속을 했던 경찰관에 대해 하대하는 표현은 물론 상스러운 욕설까지 섞으면서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이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기본적 인권이 실현되는 국정을 펼쳐나가겠다”라고 말한 이후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문득 ‘경찰관의 인권까지도 무시하는 민원인의 태도’와 ‘단속하는 경찰관의 불친절한 말’에서 서로가 조금 더 말을 상냥하게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권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개인 또는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뜻한다. 사전적 의미처럼 원론적인 말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인권의 기본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에 대해 배려하는 태도와 존중하는 말의 사용이 기본적으로 타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길이 아닐까?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좋은 의미로써 말의 중요성을 담은 속담도 있지만 “혀 밑에 도끼가 있어 사람이 자신을 해치는 데 사용한다”라는 나쁜 의미로써 말의 해악을 표현한 속담도 있듯이, ‘말’이란 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장미꽃이 아름다운 건 가시가 있어서라는 표현은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 속에서 말이라는 건 가시와 같은 필요악이니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태도와 말은 인권을 실현하는데 꼭 필요한 것 같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교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경찰관이나 피치 못한 사정으로 교통법규를 어겨 단속을 당하는 민원인, 서로의 말로써 가시처럼 찌르지 않고 배려한다면, 인권을 보호받는다는 그 마음만으로도 더위가 싹 날아가는 시원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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