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처럼 생기지 않아서 걱정이다...

‘못 다한 내 마음’을 말할 수 있는 친구는 중요하다. 심지어 나의 영혼이 살고 죽느냐의 문제와도 닿아있다. 주로 일하는 도서관에서 올 하반기에 시민을 위한 만화 강좌를 석 달에 걸쳐서 해 달라고 부탁해왔다.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일단, 나는 그림 가르칠 자격이 안 된다.^^), 만화 만들기를 통해 자기 안의 ‘못 다한 내 마음’을 말해보자고 제안했다. 그게 어떤 거냐고 관장님이 묻길래, 이렇게 설명해드렸다.

속내를 푸는 일은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간다. 가깝게는 친구를 찾아서 커피나 술, 식사 등을 하면서 속내를 풀어헤친다. 좀 속이 시원하거나 기분이 좋아져서 커피나 술, 식사 값을 내기도 한다.

여기에서 좋은 친구는 잘 들어주는 친구이다. 건수 잡았다고 충고질, 선비질 하는 친구한테 걸리면 골치만 더 아파진다. 커피나 술, 식사 값도 막 내기 싫어진다.

속내를 풀지 못해 우울한 지경에 이르면 좀 더 나은 친구를 찾는 편이 낫다. 정신과 의사나 스님 등을 찾기도 한다. 그들은 좀 더 잘 들어주는 편이다. 진료비나 기와값이 아깝지 않다.

가장 좋은 친구는 신이다. 기도로써 속내를 풀면 아무런 대답 없이 들어주신다. 들어만 주신다. 기도를 끝내고 눈을 뜨면 정신이 맑아졌고, 저 역시 십일조가 아깝지 않았다.

(요즘은 그를 떠났지만......)

생활 속에서 좋은 친구는 종이와 연필이다. 일기장에 속내를 죽 풀어놓고 나면 기분이 꽤 좋아진다. 그 일기를 남들에게 보이면 기분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 요즘은 SNS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한다.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마음도 푸근해지고, 그래서 시민들에게 종이와 연필을 제공하고, ‘못 다한 내 마음’을 풀어보고자 한다. 글로 풀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림을 그려서 표현하는 만화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장님과 직원들 중 몇 분은 공무원같이(?) 생긴 만화가가 이상한 소리를 하시네라는 표정을 짓는 듯 했다. 그 중 한분은 교회에 다시 나오라고 하셨다. 하반기에 강좌를 하게 될지는 그때 되어봐야 알 것 같다. 만화가처럼 생기지 않아서 걱정이다. 가을에는 빵모자를 준비하거나, 꽁지머리라도 길러야 하나... 박박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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