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 하기는 정말 어려워!

오전부터 시작된 일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서는데 큰딸이 물었다.

아빠! 차에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기 가져왔어?

아, 맞다! 며칠 전부터 큰딸은 조수석 사물함 속에 든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잊지 말고 가져와 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었다. ‘담에 들어올 때 가져 올게.’라고 몇 번을 미루었기에 신발 벗기 전에 약속을 지키자싶어 다시 나섰다. 둘째딸이 손짓을 하며 빠이빠이오케이!(요즘 둘째딸이 즐겨 쓰는, 헤어질 때 제스처와 인사다.) 나도 손짓을 하며 빠이빠이오케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김에 며칠째 빈 지갑 들고 카드 긁고 다닌 게 떠올라 (나는 우리은행이지만) 농협에 가서 현금을 좀 뽑자 싶었다. 수수료 1200원. 돌아오는 길에 이 아파트에 처음 이사 왔을 때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청년’을 만났다. 이 친구는 어릴 때부터 인사를 아주 잘 했는데, 그로부터 8년이 지나 청년이 되어있었다.

야, 너 인마! 많이 컸구나. 장가가도 되겠다. 첨 봤을 때 태권도 도복 입고 쫄쫄 쫓아다니더니. 하하하

아저씨는 그대론대요? ㅋㅋㅋ

(어허이, 이 녀석 넉살 좋은 것 좀 보소! 안 그래도 그런 얘기 많이 들어, 인마!)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로 헤어지기 싫었다. 학생에게 해줄 뭐 다른 말이 왜 이리 없을까?

‘재밌게 지내’라며 내가 내릴 7층에서 헤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아빠, 가져왔어?

아, 맞다! 차에는 가보지도 않았구나. 신발을 벗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야. 둘째딸이 빠이빠이오케이! 나도 빠이빠이오케이.^^

솔직히 나는 이런 일이 심심찮다. 시간을 보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가 기사만 읽고 도로 넣곤 지금이 몇 시인지 한 시간 동안 모른 적이 한 두 번인가? (또 꺼냈다 기사 읽고 넣기를 3-4번 반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내 차로 뛰어갔다. 폴라로이드를 찾다보니 차가 너무 지저분한 거다! (다 같이 웃어요^^)

애들 태우고 다니면 이놈의 과자 부스러기가 골치다, 골치! 애 키우는 부모님들은 공감하실 거다. 먹을 때 부스러기가 덜 떨어지는 과자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아주 깔끔한 칸쵸나 시리얼과자 같은 것이 좋다. 웨하스 싫어! 그리고 먹다가 과자봉지 뒤집어 다 쏟는 스낵류 싫어ㅠㅠ 그럼 애 과자도 안 먹일 거냐는 아내의 쏘아붙임이 귓가를 스쳤다.

아... 뒷자리 의자 등 주머니에는 웬 과자봉지 아이스크림 껍데기, 빨대, 하드작대기가 산더미같이 들어있는가? 안 되겠다! 내일 애들이랑 동락공원 가서 자전거 태우기로 했으니까, 주유소 가서 기름도 넣고 청소도 좀 하고 타이어 바람도 넣어야겠다!

그렇게 그나마 깨끗해진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엔 이런 생각을 했다. 손세차 25000원! 너무 비싸, 명절 전전날에 해야지. 차 몰고 나올 줄 알았으면 내 통장 우리은행 갈걸. 수수료 800원인데. 아니, 말이 되나 내 돈 맡겨 놓고 찾는데 수수료를 낸다는 게? 이자는 뭐, 175원, 이렇게 밖에 안 주면서. 말이 돼?

아빠, 가져왔어? 폴라로이드?

모두가 알다시피 안 가져왔다. 다 같이 인사해 보아요. 빠이빠이, 오케이!

거의 두 시간 만에 큰 딸에게 폴라로이드를 가져다주고 샤워를 하고 있는데 ‘빽’하는 아내의 외침이 들렸다. 두 딸이 스마트폰 사진 찍듯이 아무 사진이나 막 찍어대곤 10장의 폴라로이드 필름을 다 써버렸다. 아내는 화가 난 상태에서도 무언가 웅얼웅얼 설명을 하고 있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이 폴라로이드 필름은 한통에 15000원이니까, 한 장에... ‘한 장’에 1500원이다!

10장의 아무런 사진이 거실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외쳤다. 안 되겠다, 오늘 외식하자아~!

별일 없이 복잡한 하루가 저무는 오늘의 교훈 : 아...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 하기는 정말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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