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세살 먹고 오줌 쌀 뻔 했다 아이가

어제 저녁에는 고요한 도서관에 앉아서 눈 빠지게 일하고 있었는데, 창밖 주차장에서 ‘왕왕~’하며 고등학생들의 오토바이 소리가 한 시간 가까이 울려 퍼졌다. 공부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니, 그중 교육학 공부 하시는 한 분이 창밖을 잠시 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화난 눈으로 다시 교육학을 펼쳤다. (그 책 안에 이 상황에 관한 답이 나와 있기를...) 그러고도 오토바이는 왕왕거리며 주차장을 뱅글뱅글 도는 모양이었고 여자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와 남자 아이들의 욕설도 들렸다.

나는 이어폰으로 내가 모은 ‘우리노래 컬렉션’을 들으며 타블렛질을 하고 있었지만 오토바이의 왕왕소리가 배따라기 양현경씨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뚫고 들어오는 처지라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벌떡 일어섰다.

우선 창밖을 살폈다. 으매! 남자애들 다섯에 여자애들 다섯쯤이다. 금세, 여자애들에게 뽐내고 싶은 남자애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그럼그럼! 그 마음을 방해하면 안 되지!’ 비실비실 내 자리로 돌아오는데 날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과 마주쳤다. 그중 여러 여성분들도 계셨기에 나 역시 그대로 다시 자리에 앉을 수는 없는 것이다. 뽐내고 싶은 마음은 아니지만, 멈추면 스타일 구기는 건 맞다.

자판기에서 냉커피 하나를 뽑아서 열 명의 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괜시리 캔뚜껑을 소리 나게 땄다. 딱~! 커피를 숭늉처럼 마시곤 어~흐! 소리를 내었다. 내가 ‘아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자애들도 있는데 설마 날 때리진 않겠지... 용기 내어 말을 뱉었다. 고등학생들은 동등한 인격체이므로 같이 존칭을 써야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친구들아! 와... 오토바이 좋네! 그런데 밖에서 타모 안되겠나? 여기 도서관인데 사람들이 공부를 몬하겠다..." (나의 목소리가 얼마나 친절한 톤이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오토바이를 탄 친구가 "야! 내 먼저 가께."하고 부르릉 하고 나섰다(우와! 후까시가 멋졌다.).

여자애들이 "어잉~"하며 실망의 소리를 냈다. 돌아가면서 태워주기로 했는데, 내가 중간에 맥을 끊었나 보다. 아, 젠장!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는 공공도서관... 나는 또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야! 여기 도서관 금연인데... 나도 저짜 밖에서 핀다 아이가."

친구들은 "야! 가자가자..."하면서 정문으로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남의 파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고, 의외로 협조적이라 좀 더 용기가 나는 것 같았다.

"야들아! 요 앞에 시청 건너편에 공원 공터 있던데... 거가 더 넓고 좋던데..."

"아, 예! 됐거덩요..."

나는 그들이 나한테 안 무섭게 해줘서 고마웠다. 덜덜덜...
사십 살 넘고선 나이 안 세려고 했는데,
사십 세살 먹고 오줌 쌀 뻔 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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