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창문을 열면 모르는 산을 만난다.
몇 년 전에 한 선배 만화가와 나누었던 짧은 대화가 생각난다. 나는 운전을 하고 있었고, 그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늦은 오후시간... 고개 돌리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산을 보며 그는 말했다.
"야, 수박아! 저기 봐."
그는 그 산의 봉우리를 가리켰다.
"저기에 올라가고 싶지 않냐?"
그의 눈과 목소리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면 지금 저기로 가자라고 할 것 같았다. 나는 장시간 운전에 좀 지쳐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오르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에게 아는 산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왜 저기에 오르고 싶으냐고 물었다.
"아니... 그냥... 난 저기에 산이 있으면 올라가고 싶더라. 예전에는 그랬어. 저기에 산이 있으면 올라갔어".
그의 대답은 강하지 않았지만, 이유를 묻는 일은 무의미해보였다.
그의 대답은 고요했지만, 난 그 날 이후 아무런 산만 보면 그 말이 떠올랐다.
그날의 그 산처럼 내가 모르는 산이면 더 그 말이 떠올랐다.
몇 년이 지나니, 이제 내 머리보다는 가슴이 아주 그렇게 여기게 되었다.
'저기 산이 있구나...'
산은 그런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창문을 열면 모르는 산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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