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호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제안에 '부글부글'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바꾸자"는 제안이 또다시 등장했다.

경북도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낸 박승호 예비후보(새누리당)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도시도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구미는 박정희 대통령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기에 스토리텔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승호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 '박정희City'가 도움"
 
또 박 예비후보는 "'구미City, Korea'보다는 '박정희City, Korea'가 외국에 훨씬 더 잘 알릴 수 있어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 워싱턴 DC와 케네디공항의 예를 들기도 했다.

그러자 이에 온라인을 필두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물론 한 도시의 이름에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폭력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음포털의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는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총선 구미을에 출마한 모 후보가 제창했고 구미-칠곡-김천 통합론자들이 통합 이후 명칭을 '박정희시'로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2010년 구미시와 김천시가 KTX역사 명칭을 두고 '김천-구미역', '김천역'으로 갈등을 벌일 때 양도시의 이름을 한 자씩 딴 '김구역'이 이색 대안으로 등장하자 '박정희역'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구미갑 심학봉 국회의원(새누리당)도 대형빌딩인 '박정희컨벤션 센터'를 짓겠다고 공약했고 지난해 박전대통령 추모제에서는 "아버지 각하"를 외쳐 논란을 일으켰다. 남유진 구미시장도 해마다 '반신반인(반은 신이며 반은 인간)'이라며 박 대통령을 열렬히 찬양해 왔다.

또 이미 구미시에는 '박정희로', '박정희체육관', '정수초등학교', '정수도서관' 등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전 영부인의 이름을 딴 시설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박 예비후보의 제안에 대해 많은 누리꾼들은 북한식 발상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박 예비후보가 전 포항시장임을 상기시키며 "포항시나 이명박시로 바꾸라"며 야유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 네티즌은 "그럼 박정희시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박정희시발열차냐"고 반문했다. 

이 가운데 이번 발언의 의도를 놓고 아주 자연스레 관측이 모아지고 있다. 포항 출신인 박 예비후보가 구미 지역을 포함한 경북 서부의 민심을 겨냥하고 있으며 현재권력이자 박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잘 보여 공천을 받으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것이다. 

"도지사 되려는 얄팍한 꼼수" "'박정희체육관' 이름 바꿔야"

경북도지사선거 박창호 예비후보(정의당)는 논평을 내 "전국에서 꼴지 수준인 복지와 민생문제에 정책을 내놓기보다 박정희 대통령 찬양을 통해 도지사 자리를 받아보겠다는 얄팍한 꼼수언에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창호 예비후보는 박승호 예비후보가 구미시민과 경북도민들을 전국민 앞에 부끄럽게 만들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구미시의회 김수민 의원(녹색당)은 '박정희체육관' 명칭을 '구미시민체육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박전대통령의 추모제는 가지 않을 사람은 가지 않아도 되지만 시립체육관인 박정희체육관은 그렇지 않다는 것. 또 그는 "구미시민체육관'이라는 명칭에 반대할 이유가 있냐"고 거꾸로 물었다.  

박 예비후보의 이번 발언과 같은 정치인들의 행태는 이렇듯 반대파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켜왔다. 심지어 새누리당 일부 지지층 사이에서도 "도가 지나쳤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쟁자이자 구미 출신인 김관용 도지사, 그리고 구미시장 예비후보들의 대응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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